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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들 잘 보내셨죠 ? 전 간만에 룸 튜닝도 하고, 선재도 대폭 바꾸어 보았네요(포트폴리오 형태를 좋아합니다) 제가 들어보아도 소리의 끝인 것 같군요-.-
평소 공산주의를 좋아하지도 그 이념에 찬동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언어 중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 있습니다. 동무(동지)란 표현이죠. 대북관계와 6.25 전쟁 영향 탓인지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소위 민주화된(그런가 ?) 현재에도 타부 시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동지란 표현은 종종 들어도 동무란 표현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죠. 이런 표현 쓰면 안기부에서 바로 모니터 될 수도 있는 시절이 바로 엊그제이죠. 내일부터 안보이면 걱정해주세요. ㅋㅋㅋ
공산당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상당기간 있었다 보니, 공산당원 친구들로부터 가끔 동무란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1994년이던가 죠흐지 맑쉐 프랑스 공산당(PCF) 당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명한 좌파계열 신문 리베하시옹(보통 리베라 부르죠)의 1면은 마치 박정희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처럼 굵고 검은 활자체로 "잘 가시오 동무"(Adieu camarade)로 애도했죠. 같은 날 르몽드나 르피가로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중으로 기사를 다루었습니다. 사실 유럽에서 공산당 같은 극좌 지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동구권 개방이후론 희화의 대상이 되어 버렸죠. 인터넷에는 공산당을 비꼬고 조롱하는 사이트가 널려나고, 만화 단행본에는 웃찾사를 능가하고, 조삼모사보다 더 웃긴 버전들이 많죠(저도 개인적으로 몇 권 있습니다). 암튼 우린 레드컴플렉스가 큰지 이 특이한 이념에 대해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집단과 찬양하거나 더 나아가 종교적 신비주의에 빠지는 두 그룹만 존재하더군요.
그런데 어제 영화 한편을 보니 기억에 묻어둔 이 단어가 새삼 떠오르는군요. 캐서린 비글로우가 만든 "K19"이란 B급 영화로 뭐 스토리는 뻔한 편입니다(링크참조).
소련이 냉전 중 최첨단의 핵 잠수함인 K-19을 완성하는 데 이 잠수함은 출발 전에도 많은 사람의 희생을 동반해 "과부 제조기(widowmaker)"라는 악명이 붙죠. 결국 시험 항해 도중 북해 한가운데에서 원자로 냉각기가 고장나고, 냉각기 고장은 원자로 폭발을 유발할 위기에 처하죠. 또한 원자로의 폭발은 잠수함의 위치 상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함장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와 그의 승무원들은 서로에 대한 의무와 희생정신으로 위기를 극복 귀환하게 되지만, 공산당 당국은 이들의 영웅적 행동을 보상하기는커녕 근 30년 동안 극비에 부치게 되죠. 수많은 시간이 흘러 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많은 동료 대원들의 추모비 앞에 비로소 처음으로 모인 생존 크루들이 이미 노쇠한 예전 함장과 함께 건배를 합니다. 키로프 오케스트라(발레리 게르기에프가 지휘)가 연주하는 러시아 풍의 느리고 장중한 음악 속에 함장의 역시 느릿느릿한 토스트가 나오죠. 나름대로 좌파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은 감상적인 축배더군요. 오늘의 정치상황이 아주 약간은 오버랩되는 것 같고.
What good are honors from such people ?
These men sacrificed not for a medal but because when the time came, it was their duty not to the navy or to the state but to us... their comrades. So to comrades.
(도대체 영예란 게 이들에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 ? 이들이 희생한 건 국가훈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무를 위해서였지, 해군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아닌 우리를 위한... 동지를 위한. 그러니 동지(동무)를 위해 건배)
좀 다른 얘기지만 생각해보면...
이 세상 그 어떤 가치든 주의든, 이상이든 전부를 좋아하고 추종할 이유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전부를 혐오하고 기피할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혐오한다고 그가 쓴 글을 혐오한다거나(vice versa), 상시적으로 극도의 적개심과 복수심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행동이죠. 도대체 어떤 가정, 어떤 학교, 어떤 사회에서 교육되고 사회화되면 이런 행동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서로간에 치열한 갈등은 있어도 서로를 위한 뒤끝 없는 의무(감정의 찌꺼기는 없기로 하는 신사협정)는 지키면 좋겠죠. 영화 "K19"에서도 하극상은 물론 서로에게 총을 들이대는 갈등까지 벌어지지만 관계의 기저는 camaraderie죠..
사회생활을 해보면 미움이란 거의 이해관계(특히 financial interests)에서 나옵니다. 이 곳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곳에서 특정인을 계속 증오한다는 것은 그 분이 사회경험이 거의 없거나 조직에서 일을 하기보다는 고립된 개인 일을 하실 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죠. 아니면 아직 순진한 학생이죠. 따라서 이런 분들은 이해관계를 동반한 사회경험이 적은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닥치면 쉽게 역겹다, 가증스럽다, 위선스럽다 등의 표현을 쓰죠. 이런 분들 만나보면 때묻지 않은 착한 분들입니다. 또한 갈등 후의 충격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 언젠가 복수하려 끊임없이 삽질하는 행태를 보입니다(아마 자주 보실 겁니다). 상대에 위해하기 전에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죠.
근데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상당부분 위선의 연속이랄 수 있고 조직이 커질수록 그 정도는 심하죠. 따라서 이해관계(특히 금전적)가 없는 이런 동호회에서의 관계는 다소의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동지적(comrade)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사문제를 놓고 서로 갈등하고 때론 인신공격도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미워해야 할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곳에서의 활동에 이해관계가 달린 판매자, 정당 또는 정치관련 조직 등에 근무하는 분은 제외합니다. 지나친 공격성을 띠고 모든 사안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무언가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시면 틀림없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데 특정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성을 보인다면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건 병이죠.
제 경우는 저를 상대로 한 웬만한 비하나 인신공격은 웃음으로 넘깁니다. 제가 아주 관대한 캐릭터 이어서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사이트에서는 흥분해야 할 이해관계가 전혀 없고, 적당한 인신공격은 생동감있는 테마 게임을 하는 기분과 함께 극적 재미를 주죠. 더욱이 이런 곳은 완벽한 문장 구성에 대한 강박관념도 전혀 없으니 편안하게 릴렉스하고 대응하는 편입니다. 사실 사회생활에서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돈이니 정말 신경 쓰이죠. 특히 문화적 코드(이게 중요)가 듬뿍 담긴 재치 넘치는 인신공격은 많이 즐기는 편입니다. 저에 대한 개인적 인신공격은 언제라도 환영하지만 재미없는 단어 나열, 단순 욕설, 횡설수설 등은 사양합니다. 성격이 laissez-aller 하는 편이라 얼꽝, 돈꽝, 학력꽝, 예절꽝은 참어도 재미꽝은 못참는 성격입니다^^
평소에 착한 마음 때문에 악플 한 번 안 달아보신 분들, 제 글 아래 재미난 악플도 달아보세요. 웬만하면 바이패스 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comrades !
PS1 : 영화포스터(K19)에서 보는 "운명의 리더 그는 우리의 영웅이다"이라는 광고문구는 다소 황당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