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실상 아파트 분양원가가 담긴 총사업비와 공종별 총공사비 내역을 사실대로 상세히 공개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체장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아예 공개조차 않거나 엉터리로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다수 단체장들은 법에 규정된 의무사항을 아예 지키지 않았거나 엉터리로 공개함으로써 지역주민이 위임한 직무를 유기하고 국민을 속이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은 분양승인권 등 법이 보장한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구청장들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무와 분양승인권한을 지키지 않아 부풀려진 분양가가 2000년 이후에만 2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단체장들이 법을 위반함으로써 수도권 시민의 피땀을 건설업체가 빨아간 것이다.
법에 명시된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지방정부 단체장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4년 동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10명 중 7명을, 수도권 단체장 10명 중 8명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의 주체세력이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아파트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치솟게 해 국민의 피땀을 건설업체가 가로채게 한 공범이다. 심지어 버젓이 법을 위반한 단체장들이 이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다시 출마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법에 명시된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위반하고 주어진 권한조차 포기해 아파트 분양가를 폭등시키고도 재출마한 단체장들에 대해서, 또 앞으로도 계속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회피하면서 분양가를 폭등시키는 지방행정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정부여당의 총선공약이었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제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포기해버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 법으로도 지방정부가 분양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있음에도 건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법에 따른 원가공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아파트값을 치솟게 한 주범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 거부 발언을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하며, 정부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법이 정해놓은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는 현행 법에도 한계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관련 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이 정한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선거철이 되니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한 책임을 모면해보려고 ‘버블’이니 뭐니해서 국민들이 알아듣기도 어려운 논쟁을 벌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 보다는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인 ‘분양원가 공개’를 실현하는 데 모든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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