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프로머, 내가 자네의 본명을 알 수 없기에 이렇게 부르겠네. 별 문제 없겠지? 미스터 프로머?
난 항상 자네의 높은 식견에 탄복해왔다네. 방송국의 컬렉션이 자네의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퀄리티가 아닌 퀀티티라는 말에서 음악편력과 자신감이 부러웠고, 넓은 땅을 돌며 배워온것들을 이야기할때는 나는 왜 저런 것 못해봤을까 하는 모종의 후회또한 있었다네. 자네의 그 서구적 마인드 또한 멋스러울때도 있으며 이 사회에서 40여년을 살아온 답답한 사고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상황에 속시원한 해답이 될 때도 있었다네. 지식이 많다는것은 분명 좋은거야.
하지만 말야, 자네가 지금 고수하는 구름위에 서서 땅을 내려다보는 방식으로는 자네의 지식과 사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네. 자네는 자네의 것을 전하려기보다는 대중과 자네의 괴리만을 가늠하며 그것에 대한 조소만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어디에는 무엇이 있는데...너는 그것을 모르니 어떻고...(그렇다고 해서 자네가 이제까지 한 말들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절대 아니네 ^^ ) 이런 식으로 무슨 교류가 가능하겠는가?
한번 말이야. 한발짝만 내려와서 자네의 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는 것은 어떤가? 혹시 자네 딴에 많은 사람들이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자네가 한번 그렇게 맞춰보는것은 어떻겠나? 곳간을 꽁꽁 잠궈두고 저안엔 무어가 있느니라 라고 떵떵기리기보다는 문을 활짝 열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누고 또 자네도 받고 그러면 정녕 안되겠는가?
자네의 소양과 지식을, 사람들이 삼킬 수 없는 독소로 만들지 말아주시게나. 나는 글과는 거리가 있는 이과 출신이라서 자네처럼 글을 유려하게 쓸 수는 없다네. 허나, 한번 생각해보시게나.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머릿속에 그리는 바를, 꿈꾸고 있는 바를 다른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다면? 공감할 수 있다면?
나도 그래왔던,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사람들 중 한명이네. 나만 자네의 소양에 탄복한 건 아니겠지. 다만 나는 자네의 그 악질적 태도에 대한 반감이 그 '탄복'보다 더 크게 자리잡아 그것을 가려버린 경우라네. 자네에 대한 조그만 반감에도 자네에 대한 그 멋진 마음들은 모두 가려질 수 있다네.
개기일식을 보게나. 하찮기 짝이 없는 쥐방울만한 달이 거대한 태양을 통째로 가려버리지 않는가?
난 자네의 태양을 보고 싶다네. 부디 조금만 움직여 그것을 가리는 달을 치워주시게나.
자네의 말마따나 이런 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인연을 만나는 것이 인터넷의 매력이라는 말에 참으로 공감한다네. 항상 똑같은 일상 속에서 자네같은 별종을 어디가서 만나겠는가? 만일 자네를 다른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면 정말로 친구가 되고 싶었을텐데...
지금 우연히 컴퓨터에서 이글스의 Desperado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구만. 이것 참 신통허이? 노래 가사 한구절 한구절이 자네의 모습과 그리도 잘 겹쳐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흐으...졸립구만. 내가 횡설수설이라는 고사성어를 찌그려놓고 다시 또 내가 그것을 범하는 우를 저질렀구만. ㅎㅎ 엄격하신 문학선생님 미스터 프로머께서 이 글 보시기에 맘에 드실련지는 알 수는 없지만 말야, 무슨 말인지는 최소한 알아차리셨을거라 믿네. 자네의 조금은 거친 발걸음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자네의 본모습을 가리게 하지 말아주시게나. 다시 한번 말씀드려보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던것이 자네 바로 그 모습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인터넷이고, 익명의 공간이니까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늦은 밤에 약간 정신이 몽롱한 차에, 자네같은 멋진 별종 하나 악당으로만 기억되기가 못내 아쉬워 두서없는 글좀 남겼네. 내일 아침 일어나서 이 글 보면 부끄러울수도 있겠군. 하지만 없는 맘 지어내서 쓰지는 않았네. 한번 생각좀 해보시게나.
미스터 미스터리, 미스터 데스페라도, 미스터 프로머! come down from your fences and open the gate!
그럼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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