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철학책 속에 박제된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저 사회 구성원 중 약자에 대한 연민이고, 그런 연민이 구성원의 컨센서스하에 시스템적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길가는 외국인이 이유 모르게 경찰에 붙들려 갈 때,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시장 통의 할머니의 조금 시들어 보이는 나물을 보았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사게되는 것, 그런 게 민주주의입니다.
정치적 색채와 상관없이 누군가 얼굴에 심한 자상을 입었다면 그저 이런 저런 생각 없이 에구... 흉터 생기지 않을 까, 마음 짠해지는 게 보편적 감정입니다. 거기에 17바늘이니 60바늘이니, 더 나아가 자작, 성형이니 하는 논리구조가 돌아간다는 자체가 보편적 인본성과는 거리가 있는 추악함이죠. 시간이 흘러 그것이 설사 조작이나 정치적 자작으로 밝혀져, 그때 가서 분노할지라도 원초적 반응은 연민에서 출발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괴물스러운 논리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건 이들이 그리도 혐오하는 독재하의 교육과 사회화 과정에 철저하게 지배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인간은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배우거나 체득한 것 이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은 사람은 어떠한 불행을 당해도 상관없고, 결과는 과정을 합리화한다는 것이 바로 독재하 교육의 산물이죠. 다수의 행복을 위한 개발 논리 속에 소수의 고통과 어려움은 무시되거나 묵인되던 시절이었죠. 이 시절에 교육을 받은 분들 중 일부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스로 그토록 혐오하는 독재의 얼굴... 아니 박정희 또는 전두환의 얼굴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이런 게시판에서도 누군가 집단 린치(다구리라 하죠)를 당할 때 질세라 껴들어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근심 어린 짧은 말을 던지는 사람이 있죠. 후자가 정상적인 민주적 사회화 과정을 걸은 사람이라면, 전자는 독재하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보이는 일종의 독재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이는 환자군입니다.
인간을 통제한다는 것.... 생각보다 쉬운 것 같습니다. 자기 행동 자체가 독재하 교육의 결과물인 것을 모른 채 입으로 의미 모르는 민주주의를 중얼거리는 군상을 보면 서구식 민주주의가 얼마나 요원한가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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