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비율의 진실은] 론스타가 투자한 1조3832억 빼면 외환은행 BIS 비율은 6.03% 맞다
회계법인 ‘최선:10%, 중립:8%, 최악:6%’로… “감사원은 최악의 경우로 문제삼아”
감사원이 추정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8% 이상)가 정말로 맞을까?
외환은행 매각 의혹이 진실게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정부 측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은 그들 나름의 목소리를,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BIS 비율의 조작 여부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가 8%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BIS 비율 전망치 6.16%를 기준으로 론스타에 매각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주장하는 8% 이상과 금감원이 내놓은 6.16%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감사원이 주장하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 8% 이상 전망치는 일종의 확정치다. 쉽게 얘기해 외환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기업(하이닉스나 대우 계열사 등)에 대한 정리가 끝난 2006년 4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과 재경부가 주장하는 6.16%는 외환은행의 이런 손실들이 발생하기 전에 추정한 잠정치다. 결과가 나오기 전과 그 이후 추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쉽게 얘기해 돈을 빌려 준 뒤 회수가 끝난 시점에서 확정된 BIS 비율을 판단(8% 이상)하는 것과 돈을 다 돌려받지 않은 시점에서의 추정치(6.16%)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정확히 얼마나 손실이 날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실제 회계법인들이 BIS 비율 전망치를 산정할 때 한 가지 숫자만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행적으로 회계법인들은 부실채권 정리나 외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최선의 시나리오와 중립적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 등 세 가지 BIS 비율을 제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논리라면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 비율 전망치 역시 세 가지 숫자로 제시됐을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이 문제삼는 6.16%라는 BIS 비율 전망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치라는 얘기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6.16%라는 BIS 비율 전망치가 매각에 영향을 줬다고는 하지만 감사원이 보유하고 있는 보고서에 나와 있는 다른 수치는 왜 내놓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통상적으로 전망치는 최선(best), 중립(normal), 최악(worst)으로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론스타 돈 없었으면 6%대
실제로 한 언론이 보도한 ‘외환은행 외자 유치 관련 검토(금감위 은행감독과 작성)’ 문건에 따르면 네 가지 BIS 비율 전망치가 제시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높은 수치는 11.7%였으며 이 밖에도 시나리오별로 10.2%와 9.3%, 6.2% 등 네 가지로 BIS 비율 전망치가 제시됐다. 무조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16%이기 때문에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금감원은 감사원과 전혀 상반된 주장까지 펴고 있다. 감사원은 8%가 넘는 BIS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6.16%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오히려 5%대로 나온 BIS 비율을 이상하게 여겨 결국 BIS 비율 전망치를 6.16%로 수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작해 낮췄다는 감사원과 BIS 비율을 오히려 높였다는 금감원의 온도차는 극과 극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외환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보내 온 첫 BIS 비율 전망치는 5.4%였다.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히 산출하라고 했고 4차례에 걸쳐 외환은행이 수정치를 올렸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산출 근거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BIS 비율 전망치가 5.4%에서 6.16%로 올라갔다. 고의로 조작했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주요한 정책 담당자였던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도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차관보는 “6.16%라는 수치는 금감위 간담회에서 금감원이 보고할 때 처음 들었다. BIS 비율 산정은 금감원의 고유업무이기 때문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매각 당시 외환은행이 얼마나 부실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회계 관련 전문가들은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히려 2003년 말 결산이 끝난 시점에서 론스타로부터 새로 유입된 자금을 빼고 계산하면 외환은행의 부실 여부를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환은행의 2003년 말 결산 기준 BIS 비율(확정치)은 9.32%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주식 3억2585만 주를 주당 4245원에 사들였다. 매입 원가는 1조3832억원. 2003년 말 외환은행의 자기자본은 3조9223억원이다. 여기에서 론스타가 넣은 돈을 빼면 자기자본은 2조5391억원이 된다. 이를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을 다시 계산해 보면 약 6.03%가 나온다. 이 수치대로 본다면 감사원 주장(8% 이상)보다는 금감원이 주장하는 6.19%가 더 실제 수치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03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봐도 론스타를 통한 유상증자 현금 유입액은1조750억원(2억6875만 주×주당 4000원)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기준에 따라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산정해 보면 자기자본이 2조8473억원으로 줄어 BIS 비율은 6.76%로 나온다.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나 실제 론스타의 주식매입 대금을 통해 살펴봐도 BIS 8% 이상이라는 감사원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심지어 론스타 신규자본 1조1000억원을 뺄 경우 2003년 말 외환은행 BIS 비율은 4.4%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외환은행에 대한 BIS 비율 재산정 결과 8%대라는 잠정치를 얻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결론 내린 바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감을 보이던 모습에서 한발 물러선 자세다. 감사기간도 이달 21일까지 관련자 소환 조사를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할 것이 많이 남아 있어 이달 말까지 감사를 연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감사원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BIS 비율이 8% 이상이라고 나간 이후 전윤철 감사원장이 확인되지도 않은 수치를 흘렸다고 질책했고 그 이후부터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또 일부에서는 감사원의 이 같은 분위기 전환이 감사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혹시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이 조심스러운 태도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칼은 빼들었지만 확신이 없어 베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준 잣대 필요
감사원이 BIS 비율을 검증하는 항목 중 또 다른 논란이 있는 부분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적정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대손충당금은 자기자본 구성 항목 가운데 BIS 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손충당금은 빌려준 돈 중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돈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계산하면서 이자를 꼬박 꼬박 내고 있는 정상 여신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손충당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BIS 비율 전망치를 낮췄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을 보면 금융기관은 결산시에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다섯 가지 분류 기준을 두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정상 분류된 여신(대출)은 전체 여신의 0.5% 이상, 요주의 2% 이상, 고정 20% 이상, 회수 의문 50% 이상, 추정 손실 10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하지만 여신을 어떤 항목으로 분류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이 묻어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 전망치를 예상할 때 애널리스트에 따라 향후 6개월 후 지수전망을 1000포인트로 볼 수도 있고 1500 또는 2000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누구 전망치가 맞았느냐는 것을 사후 검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분석 당시에 얼마만큼 여러 변수를 고려해 충실한 전망치를 내놨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감사원이 5000억원 이상 대손충당금을 과다계상해 BIS 비율을 조작했다는 부분도 다분히 ‘감사원적 시각’이 반영됐을 수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BIS 비율을 산정할 때 하이닉스 또는 대우 계열사 관련 여신을 요주의냐, 고정 또는 회수 의문이냐로 분류하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실무자가 충분히 여러 가지 변수를 반영했다면 그 자체를 가지고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계사는 “개인적인 관점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BIS 비율을 산정할 때 한 가지 숫자만 제시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감안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감사원이 이제 와서 제일 낮은 수치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의 외환은행 조사가 너무 인기주의에 영합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가 투자원금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지만 2003년 당시 은행업종의 주가와 지금 주가를 비교해 보면 어떤 은행을 샀어도 3배 이상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론스타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2년반이 흐른 지금에서야 매각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감사가 론스타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괘씸죄’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면 보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잣대로 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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