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의 교육 문제와 관련한 글을 보고 몇자 적어봅니다.
전에 어느 신문기사에서 왜 '우리나라에는 복층문화가 없을까'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봅시다. 일본의 城이나 서구의 Castle이 발달한 것은 권력의 독점성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城는 미로같은 구조와 기기묘묘한 방어장치로 권력자의 암살을 방지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Castle는 자신의 권력을 높게 다지고 지키기 위해 지어진 것입니다. 중국의 城도 무엇이 다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복층문화가 없습니다. 구중궁궐이라고 얘기하지만 그 궁궐조차 월담이 가능한 높지않은 담과 단층의 건물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중국영화에 나오는 궁궐의 미로따위는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한 선배가 얘기하시더군요. 우리 선조들이 5백년 이상을 그런 단층의 권력문화를 유지할 수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암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조선의 500년 이상정치는 비록 일본의 식민지배와 역사왜곡으로, 그리고 근대화라는 미명속에 전통에 대한 비하속에 흩어져 사라져가고있지만 우리는 두려움없는 정치문화를 창조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문화를 알지않으면 안된다고요.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저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물론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문제점은 사실 지엽적인 것은 아닐까요? 어떠한 교육제도도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문화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회의 공정성, 형평성 등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즉 교육제도를 포함한 사회적 룰에 대한 저항이 일상 속에서 끈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교육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 당면한 -교육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들 속에서 가장 크게 고민되어지는 지점이 리딩그룹의 부재, 그리고 컨센서스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는 해방이후 60~80년대는 군부-관료집단이 사회를 이끌어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0년대부터는 민주화세력이 우리사회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은 있을지언정 이들이 리딩그룹으로서의 대표성을 확보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위에서 입법-사법-행정-정당 시스템이 구축되어왔습니다. 그 구성이 군부-관료에서 민주인사-관료-교수로 일부 변경되었을지라도 그동안 우리 사회를 유지해왔던 골간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를 보면 8,90년대 민주화운동을 통해 리딩그룹의 일단을 바꾸어냈던 민주인사들은 세계화라는 광폭한 외적 상황 속에서의 새로운 사회적 컨센세스를 찾지 못하는 것 같고, 관료집단은 그 패해에도 에너지를 다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교수들은 책임없는 제안과 문제제기로 사회적 발언권을 상실해가는 듯 싶기도 합니다.
당면한 최근의 사회상을 보면 이러한 리딩그룹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없습니다. 그속에서 언론이 이런 리딩그룹의 약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만 -권력 및 사회 감시자라는- 언론의 특수성으로 인해 자신들이 리딩그룹으로 나설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서는 순간 바로 게임아웃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리딩그룹의 약화와 새로운 컨센서스의 개발 실패(?)는 사회의 책임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회적 룰의 약화로 나타나며 각계층의 생존을 위한 각개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이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역동성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적자생존의 피라미드 타기가 될 거고, 필연적으로 소수의 성공보다는 다수의 실패를 낳겠지요. 오히려 어떻게 얘기한다면 다수의 실패를 통해서만 소수의 성공이 가능하니까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해야할까요...
지금 분명한 것은 사회적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앞에서 적어보았습니다만 그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얘기합니다. 현 정부는 스스로를 참여정부라고 합니다. 하지만 참여 없는 민주주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는 정부의 책임 역시 크다고 생각하지만 시민들의 책임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란 책임의 확대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권한은 없는 책임의 확대로 인식하고 있지만 저는 권한의 확대에 비해 책임의 확대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제도, 형식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은 대부부의 학자들도 다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의 활용부재는 공히 시민들에게 돌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임의 확대는 권력의 주체로서의 시민의 책임의 증대인 바 당연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이론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시민들의 사회의 주체로서 나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언뜻 드는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사회적 발언과 참여의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그것이 관전자의 시각이 아닌 주체이자 운영자의 시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최근의 사회적 담론들을 보면 이론 및 역사적 논증을 들먹이지만 그 배면에는 정서적 접근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의 사회적 정서화가 무척 큰 폐해로 느껴집니다. 좋다거나 싫다거니 하는 것은 관전자의 몫이지 주인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모으고 합의와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배제된 정책이 어떤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이니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이전에 그것을 본래의 의도와 취지에 가깝게 실현하기위해 우리는 얼마나 동참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과거의 독재정부 시절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피동적으로 강제에 의한 동원에 참여하면 되었고, 이제 적어도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의 기반이 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그 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의 몫이 아닐까요?
- 글을 적다보니 중구난방의 선언문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시기를 바라며 귀한 말씀을 주신다면 경청하겠습니다. 조잡한 글로 눈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싶어 먼저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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