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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을 동경하며..말러의 교향곡2번 부활-2003아바도/루체른 라이브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7-09-08 03:57:15
추천수 13
조회수   3,528

제목

불멸을 동경하며..말러의 교향곡2번 부활-2003아바도/루체른 라이브

글쓴이

이웅현 [가입일자 : 2002-09-29]
내용

누구나 알던 음악계의 스타들이 이제 하나둘씩 떠나고..엊그제 손수건 한장에
노스텔지어를 날리던 파바로티도 드디어 세상을 떠났죠.
얼마전 항상 고뇌하는 얼굴로 첼로와 세상과 인생을 말하던 로스트로포비치도
떠났었는데..그래도 같은공기를 마시며 산다고 느끼던 음악인들의 죽음소식이
쓸쓸했습니다..그런데 계속 사망소식을 듣게 되다보니,

우리 인간에게 죽음은 본능적두려움이상의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고대의 진시황모양 죽음을 인정못하고 거부하는 그런인간은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을 인간답게 받아들이는 좋은 시각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음악듣기 역시 제게있어선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또하나의
학습이 될때가 많습니다..

이 글 자체는 꽤 오래전 썼던것인데,최근에 쓸쓸한 소식을 자꾸듣고, 말러의 교향
곡을 들으며 들었던 느낌이 기억나 이곳에도 올려두고, 개인적인 되새김질을 하고자
올렸습니다..
이런 음악을들으면서 인간이 동경할수있는 불멸은 역시나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경외
나, 그것을 이어주는 후손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드네요..^
너무 거창한 이야기들을 얕게 읊고있어 죄송합니다..

어쨋든 예전에 클럽등에 올렸던 글이지만, 이곳에도 올려두고,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런생각도있구나 하는점으로 보시길 바라며 올려놓습니다..




................................................................................

서양의 클래식음악을 많이 접해보신분들중에도 말러를 멀리하는경우를 많이
봅니다...말러의 어이없을정도의 대편성과 느닷없는 신경질(그야말로 듣다가
깜짝 놀라시는분을 옆에서보고 그제야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것이구나 했었습
니다..)을 견디기 어려운 결과라 생각합니다.

사실 말러를 처음듣게되면 보통 어떤 '인상'이상의 기억이 잘 남지않게됩니다.
멜로디라인을 따라 흥얼거리는 일은 정말이지 처음엔 전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익히 듣고 좋아하는 브람스나 바흐,베토벤등이 들려주는 음악들과는 매우 다른세
계의 소리들입니다..아무런 준비장치나 안전장치없이 극단의 폭발력을 쏟아붓는
튜티나 연주자조차 안들릴듯한 현미경적 피아니시모.. 게다가 어느정도 따라가던
동기를 순식간에 조롱하듯 뒤바뀌는 주제등..불친절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이 모든것이 한가지를 가르쳐줍니다..그런것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말러의 교향곡의 거대함은 작은것까지 자세히 묘사해보려다 그렇게된것이고,
말러의 기괴함은 솔직하게 말해보려다 그렇게된것이며 ,말러음악의 아름다움은
그런 기괴함을 인내한감상자들이 얻게되는 감동적인 말러의 선물이라 말하는
게 궤변이 될까요..?

소개하려는 말러의 2번 교향곡."부활"의 2003 루체른 페스티벌 실황의 아바도가
지휘하는 루체른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국내(스펙트럼)DVD를 보면 이런점들을
보다 쉽게 주장할수도 있고..받아들일수도 있게됩니다. 이 명연이 또 쉽게 구할수
있는 DVD로 발매되어 기쁠따름입니다.

암투병을 겪으면서 죽음을 피부로 느꼈을, 이미 노인이 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무대에 등장하는것으로 음악계의 슈퍼맨들로 구성된 이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
트라 전원이 압도되는 긴장감을, 화면을 보면서, 한사람한사람의 심장박동을 뚜렷
하게 보는듯한느낌을 이 DVD의 시작화면부터 받을수있습니다.
메뉴화면에 흐르는 종악장의 주제가 들리자 잠간동안의 그사운드에도 호흡을 거칠게
하는 에너지가 서려있음을 느꼈을 정도니까요..

꽉찬 페스티벌홀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비추면서,이들역시 큰 기대를 갖고 홀을 찾
았음을 알게하는 입가에 꽉찬 미소들을 볼 수있습니다.

말러의 이 '부활'은 장례식에서 받은 영감을 원천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무슨말
인지 알것같았습니다. 우리네 인간에게 정말 가혹한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주제
에 '영원'을 동경하는 그 마음인것앝습니다..죽음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알고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인간이 처하는 가장 가혹한것이라 느껴질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교향곡의 마지막 가사에 '그대와 나는 부활하리라'...이것은 음악이 아니라도
모든 인간들이 한번쯤은 품었을 불멸에의 환상이고, 또 험난한 이 세상에서 역경을
만날때도 상징적으로 외치는 승리에의 의지라고 할수는없을까.

우리는 죽지만 우리의 정신이나 이상을 우리의 자손들이 실현하고 증명하여,실제로 우
리 인간은 죽은후에도 여전히 '남아'있게된다고 말할수도있기는합니다.

어쨌든 인류의 불멸에의 의지의 일환이 사실은 이들 음악들이 아닌가 생각도됩니다..
가수가 죽어도 음반이 있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음반을 통해서.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만큼은 그 가수를 생각하게되지않습니까.. 이런 인간의 창작활동이 따지고 보면 이처
럼 '남기'위해서, 영원을 동경한 결과라는 생각인데..어린시절 급사한 제 큰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죽음이란 현실적인 일이구나 하는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 고생만 하던 사람이 또 그렇게 가련하게 죽게된다는 이 잔인한 현실에 큰 충격
을 받았었죠..........

그리고 이 말러의 부활을 듣고있으면..그 어릴때의 충격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리고 죽음에 매우 근접한 이 노지휘자가 자신의 음악계의 권한을 아낌없이 활용한
이 호화찬란한 오케스트라는, 이 지휘자가 말러의 교향곡을 통해 말할것이 많았음을
밀해주는 현물증거라 할만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거친 숨소리는 정말이지 많은것을 말해주었습
니다.

바이올린은 활줄이 풀리고 첼로의 몸통은 연주자들의 다리사이에서 부서지기 직
전까지 부풀어오르고, 비올라와 더블베이스도 단지 한 음역대를 보조하는 자들이 아니
라, 각부분의 빈자리에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것이었습니다.
트럼펫은 이미 관악기라기보다 성대같았고,호른은 절규하며 목관들은 관습적인 아름다
움을 거부한체로 흐느끼더군요. 타악의 깊은 발걸음은 이미 말러의 세계라기보다는 음
악을 통해 공감할수있는 인류의 삶과 죽음자체를 말하고있었다는걸로 느껴졌다고 하
면.나이도 얼마안된 제가 너무 오버하고있다고 하실분이 계시겠지만.. 정말 그렇게 느
껴졌습니다..

나이가 들어 또 한번 들어보고 여전히 같은 생각이 든다면 지금말하고있는 제 감상기
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스스로에게 입증할수있지않을까..생각해봅니다...^^...

이 연주에서 특히 벅차오르게되는 마지막악장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그리고
합창단원들 한사람한사람의 모습은 단지 프로페셔널의 뮤지션이 아닌,각자의 사연을
갖고 음악을 연주하는듯한 면면들에 주목하게 됩니다..그리고 부활의 가사를 따라부르
며 눈물짓는 노 지휘자의 얼굴을 보고잇으면..이미죽음을 가깝게 느꼈었고..실제로
가까워진 사람만이 지을 수있는 그 표정에 감동하지않을수없게 됩니다.. 그의 비장함
에 동기화되어버리는겁니다.

연주가 끝나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는 관객들을 보면서. 그들역시 연주회장의 거
대한 에너지에 압도되었음을 실감하게되고, 이윽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온갖부류의 사람들이 회장에 모여 말러를 들으며
완벽히 일치한 무언의 공감대를 만들어버린 이날의 부활 교향곡은.이장면을 재생하여
보는 제게도 동일한 공감대를 만들어주고 끝나더군요.

그리고..
다시 다음날의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어갔고, 출근하여 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돌아가기를 반복하고, 또 월급을 받고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반복되는일상
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건강히 잘 자라주는 어린아들을 보면서 각인되어버린 감동을 소리내어 중얼거
리고 있으니..
.....'우리 행복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살자구나.'...

이런말을 한마디 했습니다. 언젠가 제 아들도 자신의 아이에게 똑같은 말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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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원 2007-09-08 14:08:04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전 이 dvd 때문에 말러 2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웅현 2007-09-08 22:48:13
답글

예..저도 사실 그랬습니다.. 아바도의 이 라이브연주는 정말 훌륭한 템포의 완급도 그렇고..<br />
처지지 않는 각 단위의 프레이즈도 그렇고..마지막에 응축된 에너지를 다 뿜고 끝날때까지..<br />
<br />
영화볼때 쓰는말이지만,<br />
'손에 땀을 쥐고' 라이브영상을 쳐다봤었습니다.. 시청을 적극 권하고싶은 실황DVD입니다..^

김승현 2007-09-19 11:52:54
답글

이번에 클래식 시디를 조금 정리하면서 말러교향곡 1번~9번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참아두었습니다.<br />
<br />
저두 번스타인이나 첼리비다케, 래틀의 말러보다는 아바도의 말러가 좀 더 친밀하게 다가왔었죠.<br />
<br />
특히 2번 부활과 5번은 아주 좋아하는 말러교향곡입니다. 저는 베를린 필과의 아바도 시디를 가지고 있죠.<br />
<br />
루체른페스티벌도 명연주에 속하는 연주인데...아직 들어보지는 못해봤습니다

이웅현 2007-09-23 08:28:29
답글

예..^ 드라마틱이 넘치는 연주였습니다...아마도 아바도 본인의 병환체험이 반영되었던건 아닐런지..<br />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dooley@openmate.co.kr 2007-09-23 15:23:20
답글

요즘 아바도의 찾고 있던 중인데 들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웅현 2007-09-26 15:49:08
답글

아바도가 말년이 되어 남기는 이 사이클은..저같은자에겐 정말 감사한마음을 갖게하더군요.^<br />
<br />
그런데..동 연주의 CD도 있는데..음질만 생각하면 CD가 좀 더 낫긴합니다...그렇다고 DVD<br />
가 영상이라는 좋은장점과 함깨..감동을 깎는것은 아니니(영상편집과 연출이 훌륭합니다..<br />
실황DVD영상을 보고있으면, 영상기술자도 해당음악을 잘 아는가보다 싶더라고요..곡의 포인<br />
트를 몰고가는 악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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