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에 대한 논의들을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http://www.dicer.org/Webzine/2001/html/n3main-3body.htm
http://cice.kfem.or.kr/gallery/curitiba/curitiba_main.htm
위 링크는 서울의 환승버스 시스템을 만들면서 많이 참고했다는 한 도시에 관한 소개 글입니다. 저는 이명박 시장의 양대 업적이라고 하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체계의 개편 중 대중교통, 특히 버스환승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서울 교통 담당 공무원들이 몇 차례 견학을 가고 연수를 다녀왔다는 도시, 꾸리찌바 시의 대중교통이 이명박 시장이 실시한 서울시의 교통체계의 모태라는 데에는 일반에서 대부분 동의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실제 그 체계도 거의 유사하구요. 예를 들어 1) 도시를 북, 남동, 서와 남서 방향으로 관통하는 56개 버스전용차선을 지정, 2) 지선 노선과 근린주구간 노선 운영, 3) 5개의 주요 간선 교통축의 양끝에 대형터미널을 건설하고, 급행버스 노선을 따라 2킬로미터 정도마다 중형터미널을 조성했다는 데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붉은색, 파란색, 녹색, 마을버스로 구분하고 붉은 색 노선이 지나는 정류장마다 상대적으로 단거리를 운행하는 파란색, 녹색을 갈아탈 수 있도록 환승 시스템을 만들었구요, 또 파란 노선에는 녹색을, 녹색 라인과 마을버스 라인을 갈아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보듯 중요지점에 대형 환승센터들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버스전용차로 또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정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평균속도 향상을 가져온 현명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게 유사한 두 도시의 정책에는 다른 점이 또한 있습니다.
1) 8개 위성도시에 사는 광역도시권 주민들에게도 제공 : 요즘 경기도 버스는 서울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이슈가 된적이 있습니다. 아마 서울 버스 회사의 로비가 원인이겠죠..
2) 버스 요금의 차이..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꾸리찌바의 버스요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며, 장거리 요금과 단거리 요금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경로우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 탔으면 많이 내야한다는 논리 또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일단 꾸리찌바의 소득수준에 따른 버스요금 차별화는 복지정책으로 보고 별개의 문제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장거리와 단거리의 요금차이를 없앤 것은, 도심지에 주로 살고 있는 부유층/중산층이 도시의 외곽이나 위성도시에 사는 저소득층의 교통 요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분배의 문제가 어느 나라에서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작은 정책들은 사회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이라 생각됩니다.
3) 장애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우리의 정류장은 아직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물론 서울에도 몇개의 정류장이나 소수의 버스가 장애인용으로 운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장애인들이 환승센터(환승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난망한 실정입니다. 환승센터의 설계와 버스자체의 구조가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문제제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꾸리찌바의 교통정책과 서울의 교통정책은 교통체계라는 물리적인 관점에서 매우 유사합니다. 그리고 평균속도의 상승과 같이 그 유사함으로 인한 성과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교통정책은 사회복지적인 측면이나 부의 분배같은 추상적이지만 중요한 부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배려, 그리고 고민의 흔적이 없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가 이명박 시장의 특성, 한나라 당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유일주의라 불리던 시기에 대기업의 중책을 맡고 CEO가 되어 신화가 되었던 경제통이 그 시기를 만들고 이끌어갔던 정당의 후보로 나와 시장이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신화적인 존재가, 그리고 정당이 여러 나라들의 합리적인 보수라 불리는 보수정당에서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부의 분배나 사회복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이것입니다. 현재의 교통체계가 버스 회사들의 엄청난 적자를 서울시의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라도(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서울의 교통체계를 이명박 시장의 업적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의 좋은 제도에서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을 도려내고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장점만을 체택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먼저 두서없이 급하게 적은 글인데다 짧지도 않아서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의 인내력에 감사드립니다. 사실에 대한 추가 정보, 반박이나.. 해석에 대한 찬반 의견 등 이 문제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궁급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교통체계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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