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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심란한, 너무나 심란한
시사종교 > 상세보기 | 2006-03-10 20:18:06
추천수 1
조회수   1,506

제목

고종석/심란한, 너무나 심란한

글쓴이

김태국 [가입일자 : 2001-05-03]
내용
고종석님이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 쓰신 글을 퍼왔습니다.



오늘 당장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열린우리당이 완패하리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또렷하다. 전국 수준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더구나 절반 남짓의 지지도가 선거에서 절반 남짓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거에서의 2등은, 특히 우리 선거제도 아래선, 시험에서의 2등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영남 유권자를 향한 여권의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영남의 지혜로운 결속은 크게 느슨해진 바 없어서,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영남 지역을 거의 독차지하리라고 보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반면에 노정권과 열린우리당의 경망스러운 탈-호남 제스처는 호남 유권자들에게 넉넉한 깨달음을 주었고, 그래서 여당은 호남에서 민주당과 매우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다른 지역은 어떤가? 열린우리당 후보의 단체장 당선을 안전하게 점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지 싶다. 이 불안정성의 기원은 민주당 분당으로 시동을 건 여권의 지지자 분할에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노무현을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매우 적다. 그러나 그 소수는 열린우리당에게 치명적인 소수다. 이 소수 유권자들의 힘은,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엔 어림도 없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를 낙선시키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해 전 4.15총선 때처럼 탄핵 신풍(神風)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구여권의 한 분파에 불과한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여당인 한나라당을 이길 선거구는 찾기 어렵다.





말하자면 여권의 지지자 분할-뒤섞음(헤쳐 모여!) 정책에 떠밀려 더욱 고집스러워진 소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구여권 전체에 실망했지만 차마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는 없어 투표를 포기해버릴 자유주의적 유권자들과 힘을 합쳐, 대통령이 연립정부 파트너로까지 꼽았던 한나라당의 수도권 석권에 기꺼이 이바지할 것이다. 언젠가 본 듯한 장면 아닌가? 그렇다. 세 해 전 개혁당 지도부가 민주당을 협박하며 주물럭거리던 그 자살폭탄이 지금 악에 받친 민주당 지지자들의 트럭에 실려 열린우리당으로 돌진하고 있다. 제법 버젓한 지역 정당이 자리잡고 있는 충청권과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를 보여준 강원도에서, 여권의 싸움은 수도권에서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다.





지지자들의 분할-뒤섞음 정책은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 배신감이 가장 먼저 토로된 곳이 호남지역이었다는 사실을 빌미 삼아 여권은 제 몸뚱이를 '지역주의 타파'라는 어여쁜 장신구로 치장했다. 그러나 여권의 배신은 근본적으로 계급적 배신이었다. 개혁의 실천보다는 개혁의 수사학에 몰두함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의 완장을 차고도 사람 좋은 얼굴로 총자본의 하위파트너 노릇을 함으로써, 제게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을 제 정치적 무능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낮은 민도 탓으로 돌림으로써, 현 여권은 반대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지지자들에게 환멸을 주었다. 유치한 냉전 수사를 절제하고 술자리에서 사고를 덜 친다는 점을 빼놓으면, 지금 여권이 한나라당과 구별되는 점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슬로건은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아무런 전망도, 아무런 구체적 정책도 뒤따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슬로건은 그야말로 허무한 구호다.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략은 그래서 장관 경력을 앞세운 명망가들의 대거 공천에 온전히 기댈 듯하다. 콘텐츠 대신에 이미지를 내세워 '내용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일까? 이 얄팍한 미학적 전술이 선거에 먹혀들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그 인물들의 개인적 매력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이 예상을 뒤엎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소 선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는? 청와대와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하고도 삼성에 절절매고 미국의 호전주의자들에게 굽실거리는 정권이 지방권력을 조금 더 얻는다고 지금까지의 억약부강(抑弱扶强) 노선을 바꿀까? 이 사회에서 덜 혜택 받은 사람들의 열망에 힘입어 탄생한 이 정권의 지난 세 해 행적을 되돌아보는 것은 심란하다. 남아있는 두 해들 내다보는 것은 더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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