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를 2번째 보았습니다.
같이본 후배들은 역시나 신파극이라는 감상을 말했고, 어설픈 개그씬에 대한 불만등을 말했습니다..
개그씬이 개그씬인지도 모르고 그저 슬프기만 했던 저로선 그들의 영화감상여유가 약간은 부러웠습니다.
확실히 영화는 소시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었고..치밀한 감이라거나 그런느낌을
주는 영화는 아니엇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해보자면 이 역사자체가 처참의 극을 달리는 신파극이고 잔혹극이기도 했죠.
이 영화에 대한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은 현실로부터 비롯된것같습니다.
후배들은 영화에서 표현된 몇가지 사건들이 연출적 사족인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양되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배경으로 일제총격이 가해진것도 사실이고,구급차 피격도 사실이며
이요원이 표현했던 한 여인의 가두내 확성차 순회도 사실이고 전남도청수비대의 무전기 유언씬도 사실이라
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런걸 두고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하곤 하죠..
김상영의 "우리는 폭도가아니다"라는 발언을 실미도에 비교하는건 부당한 비교라는 제 개인적 생각을 말해주
었고, 그것은 필요한 포효이자 호소였다는 것도 말했지만, 역시나 쿨했던 후배들은 좀 더 냉철한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말햇는데..동감할만한 이야기도 많이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무섭고 아픈역사를 정면으로 이야기
해준 자체에 대한 감개가 더 컸던 저로선 영화적 평가는 도저히 무리였죠..
후배들과 헤어진후 잠간이지만 끓어오르듯 하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영화의 감상기라기보다..2007년 현재 이 영화가존재하는 의미랄까..그런것에 대한 개인적 고찰을 올려두고자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접하면서, 영화라는 포멧으로서의 자세보다.. 이 영화가 다루는, 영화세계보다 더더욱
중요한 우리의 그리멀지않은 역사라는것에 대한 인식을 먼저 갖고 보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저를 감동시키기를 바라지는 않았고, 얼마나 이 처참한 역사를 잘 들려줄수잇는지에
관심이 집중되었고..이 영화는 실제사건보다는 축소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몇배는 더 비참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다만 이 영화가 해낸것은 그 존재 자체입니다.
당시의 시뻘겋게 피로 물든 금남로를 많은사람들에게 보여준것 자체가 이 영화의 의미라 보입니다.
영화를 보며 영화적 효과를 갖지못한 사람들일지라도 그런 끔찍한 일을 자행한 사람들이 있었고..
또 학살을 당하며 자신들을 지키려던 사람들이 있었다..본 사람들이 이것 하나만 보편적으로 알게된다면
이 영화의 존재의의는 작지않은것이겠죠.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최종형태는 이해할만하다 생각됩니다.
거대제작비가 투입되어 금남로 세트가 재현되고..당시의 한이 재현된것으로도..저는 이 영화가 일정수준이
상의 상업성공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좀더 상세히 생각하면, 더욱 깊이있고 세련된 영화에 대한 갈망도 잇었지만, '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첫영화의 등장을 크게 환영합니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한계에는 또 현재2007년의 우리사회에서 느껴지는 한계도 상당수섞여있습니다.
역사정리밸런스가 거의 이루어지지않은것..이것을 느낄수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한 후배가 계엄군은 왜 그리 무시무시한 진압작전을 하고, 시민들은 왜그리 처절한지모르겠다고
말했는데..영화가 충분히 설명하지못한탓도있겠지만 역사정리가 너무나 희박한 현재의 한심한 상황을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계엄군의 인간적고뇌가 거의 그려지지않은부분에 대한 문제를 말하기도했지만, 그런 균형은
역사균형도 이루어지지않은 지금의 현실상황으로선 여유라는 생각도 듭니다...피해자가 피해자로인정되지
못한게 수십년이었거든요. 일본이 위안부문제를 아무렇지않게 건너뛰려는것못지않게..이 문제도 덮여온 역
사죠.
영화적 밸런스보다 역사밸런스가 더 중요하다 생각듭니다. 전 이들 진압공수부대원들이 영화에서
이른바 '충정훈련' 자세를 선보인게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국방을 위한전투를 예비하는게 군대건만, 민간인
-자국민 진압을 전재로한 곤봉동작이 이들 국군의 모습에서나오는 그 장면은 사실 중요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들 군인들에 대해선 다같이 피해자라는 의식은 당분간 갖지못합니다.
국가간에 이익과 방위를 걸고 벌인 전쟁의 병사들간의 전투도 아니고, 일방적시민학살극이 벌어진 이 역사에
진압군과 시민이 다 피해자라는 말은 일단 사실관계마저 거의 이루어지지않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볼때
로맨틱에 불과합니다. 이들중 아무도 공식적인 뉘우침을 표명한자는 없었습니다.워낙 죄과가 크니..그러지도
못하는지..빨갱이를 죽인거다라고 스스로와 사회를 속이는데에 골몰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진정 뉘우침이 있는사람이 있다면..그들이 뉘우침을 말하게하기위해서라도.역사는 정리되어야하겠죠..
위정자들이 어떤일까지 저지를수있는지를 기억하기위해서라도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또 역사의 왜곡을상기할수있어 유익했고요.
그저 역사가 모든말을 다 해줄때를 기다리며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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