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콘서트홀에서 실제 소리를 듣고 와서 느끼는 동질감 이후 더 사랑스러워지고 더 볼륨을 올려보고 싶어집니다.
수많은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을 해 왔던 저는 바이올린 녹음을 모니터링 하면서 스피커로 듣는 바이올린 소리가 응답속도가 느리고 잔향감이 남아 있어도 응, 이건 스피커의 스테이징이 좋아서 공간감이 나는거야… 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착각을 깨달은 것이 디피 회원님 댁에서 포칼의 소프라 2를 처음 들었을 때였습니다.
기존에 듣던 일반적인 스피커에서는 아래 굵은 화살표 처럼cresc. (점점크게)를 하면 우르르 떼로 몰려 커지는데 반하여 Sopra는 그 아래 구불구불한 선 처럼 각각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다 표현해 가며 커집니다.
다른 예로 Sopra는 모든 셈여림을 정확히 포착해 냅니다.
일반적인 스피커에서는 위의 굵은 선 처럼 악기의 다이내믹이 대략적으로 표현되고 적절히 감쇄되는 시간이 소요되는데 소프라는 아래의 선처럼 감쇄속도가 매우 빨라 다음 음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 현악의 트레몰로를 들어보면 다른 스피커에서는 웅… 트래몰로 하느라 그냥 ‘지가지가지가’ 무작위로 마구 현을 문지르는 구나… 싶은데 Sopra로 들을땐 그 혼란스런 현악 트레몰로가 절도있고 질서정연하게 몇번 문지르는지 갯수까지 다 셀 수 있을 것 처럼 칼같이 다 잡아냅니다. 저도 이 소프라덕분에 처음 알게된 소리입니다. 이러한 정확도와 엄청난 순발력은 같은 포칼의 디아블로나 그 상위 모델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IHL 만의 장점입니다.
잘 알려지다시피 포칼의 베릴륨 트위터는 포칼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트위터 소재가 단단할수록 높은 음을 낼 수 있지만 앰프가 그만큼 힘을 받쳐줘야합니다.
실크와 같은 유연한 소재는 적은 힘으로도 소리를 잘 내지만 금속 소재처럼 높은 음을 내진 못합니다.
베릴륨이 꿈의 소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W사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실제론 탄소로 만든 트위터)보다 높은 4만Hz까지 소리를 낼 수 있으면서도 다이아몬드 트위터보다 무게가 4분의 1밖에 나가지 않아 적은 힘으로도 쉽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
이 동영상(1분40초부터)에서 베릴륨 트위터를 던지면 너무 가벼워 낙엽처럼 흩날리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베릴륨 트위터는 알루미늄 트위터의 2배, 티타늄 트위터의 3배 빠른 응답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칼에 대해 조사하면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간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스피커를 고를 때 소리를 음고 음색 음량에 관해 집중하여 선택했지만 소리는 엄연히 시간을 사용하는 영역입니다.
B&W가 주로 소재와 음색에 집중하며 연구 개발을 해왔고 구동의 문제는 앰프 회사에 떠넘깁니다.(요구되는 앰프 사양이 높음) 반면, 포칼은 더 뛰어나거나 비슷한 물성을 가진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훨씬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해상도를 극대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앰프를 덜 가립니다.
빨간 선이 일렉트라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인데 특정 대역에서 유독 뾰족하게 올라가 있지만 파란 선인 소프라의 그래프는 상대적으로 평편합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BMW 805 d3나 일렉트라, 유토피아의 트위터가 밀폐형이어서 트위터의 압축공기가 순발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만 소프라 1은 트위터 뒤가 개방되어 트위터 후방으로 압축된 공기가 뒤로 자연스럽게 방출되고 흡입되어 엄청난 순발력이 가능합니다.
유토피아가 일렉트라보다 착색되지 않고 중립적인 소리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일렉트라보다 넓고 체적이 큰 스피커 유닛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기 압축이 덜 되기 때문입니다. 소프라는 아예 뒤가 뚫려 있기 때문에 공기 압축이 안되어서 가장 빠른 응답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디피 회원님 댁에서 들을 소프라2의 베릴륨 트위터보다 와싸다에서 들은 일렉트라 트위터 소리가 착색되고 쏘는 듯한 소리가 분명히 차이가 나서 그 이유를 찾다 보니 여기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포칼은 이미 모든 기술을 다 가지고 있음에도 각 스피커의 등급에 따라 기술 적용을 한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Sopra의 트위터가 가장 진보된 성능을 발휘 하지만 베이스 우퍼의 플라워 마그네틱 기술은 최상위 유토피아에만 적용되고 그 이하 등급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소프라 1과는 달리 소프라 2,3의 베이스를 제대로 울리려면 사실상 상위 스피커인 유토피아보다도 소프라 2,3이 앰프밥을 많이 먹어 상당한 힘이 있는 앰프로만 구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미스유니버스 스피커가 바로 Focal Sopra No.1인 것입니다.
Focal의 최신 기술이 집약 되어 있으면서도 앰프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까지 갖춘 Focal의 유일한 스피커입니다.
쉽게 소리를 잘 내는 아리아 948 시리즈도 있지만 중저음의 해상도와 깊이감은 소프라가 넘사벽입니다.
Sopra로 제가 즐겨 듣는 음악은 단연 바이올린 독주입니다. 눈을 감으면 제 앞에서 바이올리니스트가 저만을 위해 연주하는 듯한 소름끼치는 사실적인 소리를 냅니다. 사실 이 소리 때문에 제가 몇날 며칠을 잠 못이루고 스피커 앓이를 했습니다.
사실 바이올린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흔히 하는 말이 Sopra는 마약떡볶이 같은 강렬한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기돈크레머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는 탄산수가 입안에서 터지듯 상큼하고 청량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Sopra No1을 매장에 청음하러 가면 꼭 틀어주는 장르가 있는데 기타 반주의 노래나 성악입니다.
Jackie Evancho - Ave Maria 를 소프라 1으로 들어보면 다른 스피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깊은 바이브레이션, 비브라토를 들을 수 있습니다.
Sopra No1는 절대로 웅얼거리지 않습니다. 소리를 내고 멈추는 동작이 앞서 설명한 것 처럼 그 어떤 소재의 트위터보다 재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미세한 떨림의 고음과 중저음도 모두 샅샅이 찝어내어 들려줍니다.
이점은 B&W 802 d3에서도 비슷하지만 B&W는 소재가 가진 탄성에만 의지해 유닛이 윈위치로 돌아가기 때문에 웬만한 앰프로는 절대 꿈쩍도 하지 않는 철벽 둔감녀입니다. 이것이 자칫 고성능, 고급 스피커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지만 실상은 처참하리만큼 비효율적이고 어벙벙한 스피커입니다. 반명 포칼의 스피커들은 스피커가 자성으로 유닛을 밀어내는 것 만큼 "적극적으로"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을 해서 적은 앰프의 힘으로도 뛰어난 해상도와 파워를 내면서도 미세한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 표현해 냅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선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 B&W 802 d3이었는데 Ayre 앰프가 아니면 정말 못들어줄 만큼 어려운 스피커였습니다. 805 d3은 이미 저음 실종 때문에 갈등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B&W 802 d3을 들이려면 함께 Ayre 앰프도 들여야 하고 11.2채널은 아무리 돈이 썩어나더라도 꿈도 꾸기 힘들 것입니다. 사실 Ayre 앰프가 못 울릴 스피커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고도 비싼 앰프입니다.
한편 Focal의 최상위 유토피아는 트위터를 감싸고 있는 인클로저가 밀폐형이라 소프라보다 밝고 화사한 소리를 냅니다.
다시 소프라 1으로 돌아와서
현재 소프라1에 물린 앰프는 야마하 CX-A5100 서라운드 프로세서와 MX-A5000 파워앰프입니다.(현재는 포칼 astral16 사용중)
이걸로 소프라1을 울릴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춤을 춥니다.
소프라를 들이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이 혹시 앰프가 못 받쳐줘서 소리가 엉망이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웬걸요, 기가 막힙니다. 그래서 제가 흠뻑 빠져 이 보고서가 늦은 것입니다.
재즈음악을 들을 땐 여기까지 내려가??? 싶을 정도로 저음 임팩트가 강합니다.
말러 교향곡5번 큰 스케일에도 탁월한 금관의 상쾌한 뻗음과 폭발하는 팀파니가 일품.
사실 눈감고 들으면 대형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얼마전에 모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 제자를 불러 어떠냐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저 작은 체구가 대음량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너끈히 감당해 내는군요!
저음이 하나도 뭉치지 않고 다 들려요.
쇼스타코비치 13번 교향곡 트럼팻의 3연음이 각각 따로따로 다이내믹이 정확히 구별되게 들려요! (전에는 이렇게 다른 다이내믹인지 몰랐다고…) "
끝. 여기서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합니까.
단점.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추운날엔 4시간 이상 틀어놔야 제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오디오 갤XX에 갔을 때도 직원이 예약 몇 시간 전에 이미 틀어놓고 스피커를 달궈놓기 시작합니다.
온도 변화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25마이크로미터 얇기(머리카락의 4분의 두께)로 썰어 만든 베릴륨 트위터는 엄연히 금속이기에 온도에 따른 인장강도와 응답속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여름엔 너무 뜨거울 테고, 봄 가을 정도의 온도가 가장 듣기좋은 소리를 내어줍니다. 이쁜 것이 얼굴 값을 한다고 =3=33
결론
포칼 소프라에 대해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응답속도에 대해, 시간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칼은 지금까지 그 응답속도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던 회사였고 그것이 소리에 끼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고, 과히 하이앤드 다운 면모를 제대로 갖춘 스피커임을 입증해냈습니다.
지금까지 스피커 듣다가 못 가져서 잠 못 이룬 스피커는 얘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제 옆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