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일렉트릭에서 나온 WG16GA란 케이블이 있다. 아주 오래된 구리에 주석을 도금 선재인데 소위 말하는 전설적인 빈티지풍의 훌륭한 소리라는 것이다. 물론 전설이지만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나는 이 선재를 실제로 들어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의 듀얼런트 DUELUND(duelundaudio.com, 고급 콘덴서로 유명하다)란 회사에서 이 웨스턴 선재를 복각한 선이 나오게 된다. 짝퉁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복각이다.
DCA16GA이란 케이블인데 0.25mm 직경의 주석 도금 동선 26가닥에 오일을 먹인 실크 면으로 피복을 입힌 선이다. 물론 한 가닥 선이다. 여기서 16이란 숫자는 아마도 허용전류인 AWG 16을 의미하는 것 같다.16이면 12A로 전원 케이블용으로도 가능하단 얘기다.
하지만 한 가닥이라서 인터케이블이나 스피커 선으로 쓰려면 모두 두 가닥이 필요하고 전원 케이블은 세 가닥이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나는 처음에 전원 케이블로 쓰려고 이 선재를 구하게 된다. 따로 쉴드가 없으니 세 가닥으로 꼬아서 쓰면 된다. 그러니까 1.5미터로 만들려면 적어도 5미터 이상이 필요하다.
작업은 세 가닥으로 분리가 되니 오히려 편하다. 특히 피복을 벗기는 것이 아주 단순하다. 세 가닥을 잘 꼬아서 단자를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 본다. 첫 인상은 거칠다. 그러나 대역폭이 좁지는 않다. 또한 해상력도 좋은 편이다. 특히 두툼한 질감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언가 좀 답답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에이징을 거쳤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소리가 조금 더 트인 정도.
그래서 전원선이 아닌 인터케이블로 쓰기로 한다. 단자는 WBT 0108로 납땜이 아닌 나사 조임(재사용이 가능하다)이라 작업이 편리하고 음질에서도 유리하다. 두 가닥을 꼬아 나사를 조여 인터케이블을 만들었다. 세 가닥 꼬임이 아니고 두 가닥임에도 불구하고 쉴드에는 문제가 없었다. 소리는 전원 케이블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확하게 말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서 수준이라고 하면 한 50만 원대 소리를 말한다.
이번에는 세 가닥으로 바란스 XLR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단자는 뉴트릭 단자에 네오텍 OCC 핀을 이식하여 쓰게 된다. 아무래도 광대역의 해상도를 얻으려면 OCC(단결정)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소리는 RCA 단자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리가 나쁘지 않은 소위 가능성이 보이는 선재라서 다시 시도를 해 본다. 이번에는 RCA에 가닥 수를 세 가닥으로 해 본다. 흔히 쓰는 세 선을 꼬는 방식인데 선재량이 더 들어가지만 효과가 좋아 킴버나 오디오플러스에서도 흔히 쓰는 방식이다. 늘어난 가닥은 +가 아닌 -에 연결한다. 작업은 단순했다. 세 가닥을 잘 꼬아서 WBT 0108단자에 나사로 잘 조이면 끝이다.
소리를 들어 본다. 첫 인상이 매우 좋다. 그간 불만족스러운 것이 없어졌다. 해상력이 늘어나면서 주석선 특유의 질감이 아주 풍성하게 형성된다. 더불어 저음도 제법 깊고 풍부하다. 웬만한 인터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보복스와 비교하면 소노루스(고역은 약하지만)보다 낫고 포르티스보다는 덜하지만 결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을 따져 본다. 1미터라 선재는 약 7미터 정도가 소요된다. 1미터 당 14,000원이라 10만 원에 단자 값은 20만 원으로 치면 모두 3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소리의 질은 백만 원대에 육박한다. 단자의 경우 조임식은 현재 후루텍에서 나오는 것이 있으니 이를 쓰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런 소리를 들려주는 듀얼런트는 요즘 광대역의 고역의 좋은 소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 소리가 가늘고 고역이 피곤한 그런 곳에 쓰면 오히려 효과가 좋다. 물론 원래 목적인 빈티지에 쓰면 당연히 좋을 것이고.
나의 경우는 중 고역의 질감 즉 두툼한 다소 거칠지만 매력적인 그런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현재에는 소노루스 대신에 씨디피에 물려 잘 쓰고 있다. 참으로 매력적인 소리이며 또한 가성비가 아주 좋은 케이블이란 생각이 든다. 완제품이 없지만 제작이 단순하고 쉬워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좋은 선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