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일 전에 일본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BBC 뉴스에서 톱뉴스로 다룰 정도였습니다. 일본 주식 시장의 주가가 하루에 2.5퍼센트나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뉴욕과 런던의 증시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라이브도어라는 인터넷 포털 그룹을 운영하는올해 33세의 다카후미 호리에 회장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여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데 있었다.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일본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주식을 너도나도 팔려고 든 겁니다. 그날 서방 언론의 경제 뉴스는 동경 증권거래소의 주가 폭락 소식으로 뒤덮이다시피했습니다. 폭주하는 매도세로 인해 컴퓨터 시스템이 정지되어버렸을 정도이니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신문에는 그런 소식이 라이브도어 사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소식과 함께 경제 단신으로 쥐꼬리만큼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문에는 정부가 의료 보험 수당 조정을 통해 앞으로 적자를 10조엔 정도 줄여나갈 계획임을 발표했다는 희망적, 긍정적 기사가 좌파에 가까운 아사히 신문에도 우파인 요미우리 신문에도 나란히 대문짝만하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동경 증시가 어제의 급락에서 벗어나 반등세로 돌아서니까 그 소식을 아사히도, 요미우리도 모두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더군요. 어제 급락했었는데 오늘은 일제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역시 희망적, 긍정적으로 보도하더군요.
두 주일 전인가 한국 증시도 급락한 적이 있지요. 그때 한국 신문들이 어떻게 보도하나 인터넷판을 한번 유심히 보았습니다. 헤드라인이 이렇더군요.
1. 조선일보
"손절매도 못하고 눈뜨고 당했다 비명"
"블랙데이 4번에 허공에 뜬 74조 증시 와르르 배경"
"대폭락 각종 불명예 기록 속출, 날개 없는 추락 어디까지"
2. 중앙일보
"코스닥 일시 매매 중지 사상 첫 발동"
"주가 급락에 펀드 가입투자자 좌불안석"
3. 동아일보
"코스닥 600선 붕괴, 거래 일시 중단 조치"
아주 신이 났더군요. 한국 경제를 절망적,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는 하여간 도가 튼 집단입니다.
경제도 심리가 크게 작용합니다. 주식을 가진 사람들, 한국 신문들 보고 주식을 팔고 싶었을까요, 사고 싶었을까요. 당연히 팔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한국 언론의 생리를 아는 외국인이라면 이때다 싶어서 주가가 떨어졌을 때 덥석 샀겠지요. 외국인이 저가로 한국 주식을 사들인 데는 한국 언론의 공이 혁혁했을 겁니다. 한국 언론은 좌든 우든 단세포입니다. 그런데 단세포가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국민은 이 단세포들이 씨부리면 하도 사방에서 그러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속담만 믿고 정권을 저주합니다. 이명박이 부르짖는 감세, 현명관이 부르짖는 규제 철폐가 결국 있는 사람들만 더 잘 살게 만들고 없는 사람들 더 못 살게 몰아가는 건 줄도 모르구요.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보세요. 왕년에 식민지 안 거느린 나라 없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은 식민지를 경험한데다가 쥐꼬리만한 땅덩어리의 절반만으로도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 불안할까요. 상층부가 자기 나라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긍심이 없어요. 식민지의 유산입니다. 식민지 경영에 조력했던 사람들의후손들이 계속 잡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 나라 잘 되는 걸 저주하고 미국이나 일본 같은 종주국을 섬기는 세계 우익에서는 전무후무한 이상한 극우들이 설치는 겁니다.
한국인은 장점이 참 많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정이 많아요. 경쟁심도 많지만 그건 잘 사는 사람들이 너무 양보를 안 하고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명분 때문에 손해도 감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민족 별로 없습니다. 언론 때문에 자기들의 진가를 모르고, 자기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줄을 모르는 거지요.
활자에 주눅 들지 마세요. 기사는 결국 사람이 쓰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 기자들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요. 잘못된 기사를 맹신하다 보면 그 글을 쓴 기자나 그 기자가 다니는 언론사의 사익이 여러분들의 공익을 훼손하게 됩니다.
<다음 아고라 베스트 펌>
-----------------------------------------
그 당시 다른 신문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연합뉴스도 저런 흐름을 동조 또는 주도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대부분 언론이 주가 떨어질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는 듯이 제대로 끌어당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