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싱글 앰프로 듣는 김광석은 정말 각별합니다.
어쩌면 김광석이라는 가수와 진공관 앰프가 비슷한 면이 많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 않나 상상도 해봅니다.
김광석이라는 가수의 가창력은 현대적인 보컬 트레이너들의 평에 의하면 그다지 훌륭한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가사 전달력이라든가 힘 있고 두께감 있는 보이스는 최고급이지만, 그 외 평가항목에서는 그저 좋은 정도라고 하니 말입니다.
진공관 싱글 앰프도 그렇지 않을까요.
현대적인 주파수 응답이니 SN비, THD니 하는 스펙으로 따지면 3극관 싱글 앰프는 가성비도 그렇고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어야 하는 유물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앰프가 최근에 오히려 되살아나는 추세인 것도 그렇고,
김광석 음반들이 CD건 LP건 중고시장에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정량화할 수 없는 가치와 감동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라세티로 듣는 김광석은 그래서 각별합니다.
김광석의 출중한 가사 전달력에 더해서, 진공관 앰프 특유의 투명한 중음과 고음으로, 그의 애절한 가사와 노래들이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리게 되니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시 김광석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면, 이 앰프가 아니어도 좋으니 꼭 진공관 앰프를 구해서 한번 들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가성비는 나쁘지만, 김광석 같은 음악을 듣노라면, 아 정말 잘 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테니 말입니다.
결어
이 앰프의 한계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의 한계와 같습니다.
진공관 앰프인지라 날이 따뜻해지니 부담스럽습니다.
잠깐 들으려고 켰다가 금방 끄는 일도 삼가하게 되고, 음악이 아닌 영화를 볼 때면 괜시레 앰프에 무리가 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밤에 듣다가 졸리면 끄고 자야 하니, 음악 들으면서 잠이 드는건 못하게 되지요.
겨울에는 따땃해서 좋기는 하지만, 전기요금은 나쁩니다.
그뿐인가요?
진공관 앰프는 스피커 케이블 교체할 때도 반드시 꺼야 합니다. (물론 TR앰프도 가급적이면 끄는게 좋기는 합니다)
스피커 옴수도 맞춰줘야 하고, 때되면 출력관 바이어스도 맞춰줘야 합니다.
구닥다리 아날로그라 그런가, 세세하게 신경써줘야 하는 부분들이 솔치 않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아날로그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음질을 뽑아내려면 LP가 되었든 진공관 앰프가 되었든 디지털이나 TR에 비해 가성비가 상당히 나쁩니다.
미라세티는 그래도 기존의 진공관 앰프의 단점들을 많은 부분 해소 했습니다.
자가바이어스 방식이라 출력관 바이어스를 맞춰줄 필요도 없습니다. 리모콘도 있지요.
진공관이 많지는 않아서 그만큼 진공관 관리하기 쉽습니다.
출력은 낮지만 저역대가 든든해서 스피커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300B 싱글 앰프로 다재다능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닌데, 그걸 해냅니다.
아마도 오디오파일이 아닌 대중들에 가장 근접한 300B 싱글 앰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앰프 추천하느냐구요?
물론입니다.
진공관 앰프의 단점들이 아직 있지만, 그런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만한 3극관 싱글 인티앰프는 이 가격대에 찾기는 지극히 어렵습니다.
저는 이제 여름용 앰프를 구해봐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