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울린 조선닷컴 ‘악플’...“얼마나 심했길래”
이념으로 인간성 말살한 공포의 조선닷컴 백자평 추적
인터넷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소위 악플러들에게 법의 철퇴가 내려질 모양이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기자는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번만큼은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니터 뒤에 숨어 '악의적'이란 수식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저주의 언어를 남발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문제가 된 임수경 씨의 아들의 죽음에 관한 댓글만 해도 그렇다.
2005년 7월 임수경 씨 아들의 죽음 기사에 달린 댓글들
기자는 문제의 기사를 지난해 7월 조선닷컴에서 처음 접했다. 거기서 그 밑에 달린 백자평을 보고서 너무 놀라 벌린 입을 차마 다물지 못했다. 조선닷컴의 독자들이니 방북한 임수경 씨에게 반감이 있을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념과 무관한 그 아들의 죽음에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독설을 퍼부을 줄은 미처 생각치 못한 탓이다.
그 심각성을 공유하기 위하여 마음을 독하게 먹고 몇개 소개한다. 2005년 7월 22일 밤 9시 21분 조선닷컴에 올라온 <'통일의 꽃' 임수경씨 9살 아들 필리핀서 익사>란 제목의 연합통신발 기사에 딸린 댓글들이다.
"불쌍하다. 명복을 빈다고 말해야겠지만, 솔직히 쌤통이다" (id:okokha, 하**)
"인간적인 정리로, 또 나의 인격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솔직한 소회는 왜 이 정신나간 년의 아들이 하나 밖에 없나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id:beqqy, 이**)
"안댔지만 국민의 저주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 같다!!!"(id:bokean, 김**)
"거참 잘 죽엇다.. 빠알갱이뇬 아들이믄 죽어 싸지~" (id:baginni 박*)
"드디어 임수경이가 천벌을 받는구나!...드디어 천벌을 받았어.죽은 애한테는 안됐지만 에미에게 천벌을 주는 것은 그것 밖에 없다. 살아 생지옥을 봐야지....이 개만도 못한 년아. 십오년 묵은 체증이 이제야 가라 앉는구나."(id:777star 김**)
▲ 조선닷컴 기사에 딸린 '100자평'들....
어떤가. 여기에 자식 잃은 어미에 대한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도 없다. 아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다. 넘실대느니 오로지 이념의 과잉이 빚은 날선 증오 뿐. 이념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겐 그 흔한 위로의 말조차 필요 없다는 걸까. 정말 악랄한 것들은 이미 삭제된 상태고 그나마 남은 것들 중에서 발췌한 것들이 이 정도다.
조선닷컴의 리플에서 풍기는 악취가 얼마나 지독했으면 조선일보 내부비평을 담당한 최보식 전 콘텐츠업그레이드실장마저 이렇게 한탄했을까. <막말경연>이란 지면비평에 실린 최 전 실장의 뒤늦은 자조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인간의 보편적 심성을 믿는 쪽'이었다는 그는 지금 지면비평의 자리마저 잃고 독일 단기특파원으로 나가 있다.)
"삶의 슬픔은 한때 ‘통일의 꽃’이었던 여인에게도 찾아간다.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간 임수경씨의 외아들이 숨졌다는 기사가 얼마 전 인터넷에 올랐다. 같은 부모 된 마음으로 그녀를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인간의 보편적 심성을 믿는 쪽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 덧붙인 숱한 댓글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증명했다.
“자기가 무슨 영웅이나 된 것처럼 굴더니….” “반미(反美) 외치며 아들은 영어 배우러 보냈었나 보지….” “왜 북한으로 자식을 안 보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죄없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찰나에 이를 이념과 정치적 적대감으로 해석해내는 순발력은 놀라운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의 심성이 남의 슬픔을 조롱하고 공격의 무기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는가...."(조선, 2005.9.8)
2006년 1월 인터넷 악플을 형사처벌한다는 기사에 대한 반응들
그리고 2006년 1월 23일 오전 8시 31분, 조선닷컴에 <검찰, 인터넷 '악플' 형사처벌 방침>이란 제하의 연통기사가 떴다. 기자는 조선닷컴 독자들이 이 기사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이념의 견고한 막을 뚫고 자신들의 지나침을 반성하는 인간적인 목소리가 과연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결론은 '역시나'였다.
이하에서 그들이 내비친 '조선일보적인, 너무나 조선일보적'인 반응을 이해하기 쉽도록 대략 7가지로 정리해 봤다. 눈 밝은 독자들께선 아래 글들을 대충 훑어 보기만 해도 기자가 왜 '조선일보적'이란 수식어를 더했는지 금세 감 잡으실 수 있을 게다.
우선, 피해망상에서 기인하는 '음모론'이란 고질병.
"아무리 봐도 청와대의 특별지시가 내려진 것 같은 악취를 지울 수가 없다. 워낙 국민들에게 욕 처먹는 글로 인해 곤욕에 빠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임수경이를 부추겨 노무현, 청와대, 집권여당을 욕 못하게 차단할려는 음모로 보인다...." (id:boston40, 김**)
거대한 착각에서 발원하는 '언론자유 탄압론'이 그 뒤를 따른다.
"언론탄압 시작의 경고 신호탄.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침묵의 시대가 오는가. 빨xx들 빼고 모두들 입조심 하삼." (id:h747, 이**)
체질화되고 내면화된 조선일보 특유의 '극단적인 색깔론'이 빠지면 섭하다.
"진실을 말하면 범법자가 되는 나라~ 간첩에게 총 겨누는 군인을 죄인 취급하는 나라~ 누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골때리게 만들고 있나?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붉은 무리!!!"(id:shusok 김**)
아군과 적군으로 편을 갈라 염장을 지르는 '선악의 이분법'도 소금처럼 살뜰하게 녹아 있다.
"임수경씨의 아들 사망소식에 솔직히 고소하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우리 보수주의자들은 임수경을 극도로 싫어한다..적과 다름없는 존재다. 적의 아들이 사망했는데 고소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생각이 다르면 곧 적일 수 밖에.. 검찰은 적을 도와주지 말라." (id:pjser, 박**)
가해자의 악행은 생각 않고 피해자의 반발을 오히려 비난하는 '이지메의 미학'도 한몫 한다.
"임수경은 자식 빙자해 그토록 멸시하는 자유 대한의 우방에 미쳤다고 어학 연수보내 자식 죽게 만드노. 다 너땜에 뒤진거라 생각하고 반성해라. 어따데고 고발 운운해. 더러운 공산당 만세야." (id:zxc3355, 이**)
무슨 일이 생기든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만을 욕하는 '노무현 환원주의'에, 이전의 독재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못말리는 '군발이의 추억'까지 고명으로 얹고,
"정권이 붉은색이니 붉은색 편을 드는구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 너무 그립다. 한국넘들은 강한 군인이 통치해야 말 듣고 발전하는데 말이다." (id:morrisday, 오**)
마지막으로 뿌리깊은 증오에서 비롯되는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를 곁들이면 비로소 '조선일보적 심성' 완성.
"쫘빨 떨거지들아! 잘 봐둬라. 대한민국 배신하면 수경이 꼴 난다. 후손이 반드시 뒈진다. 명심해라." (id:aero3292, 김**)
각설하고, 이처럼 메마른 사막성으로 완전군장한 이들에게 '인간적 호소'나 '윤리적 제재' 운운하는 건 낭만적인 사치에 불과할 터이다. 자신과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죄다 틀리고 잘못된 것으로 단정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 조선일보의 무리들을 무슨 수로 구제할 것인가. 이들이 주장하는 '자유'와 '민주'의 참의미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사법적 징계 밖에 수가 없을 듯 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사도신경처럼 암송하는 그들이니 설마 검찰의 법집행을 비난하기야 할려고....(200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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