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아무리 좋은 재료로 잘 조리한다 해도,
간이 부족하거나 또는 과하면 제대로 맛을 느끼기 어렵고, 심지어 먹기가 싫어지기까지 합니다.
이 음식의 간을 오디오 재생음에서는 고역/중역/저역간의 양적인 밸런스에 비유한다면 어떨지...
재생음은 고역이 답답하거나 또는 쏘지 않아야 하고,
저역이 부족하여 허전하거나 또는 과하게 넘치지 않아야 하는 것.
음악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봅니다.
곧, 고급 오디오시스템일수록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는 맞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높은 비용을 지불한 시스템 소유자는 이를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요...
저역은 지향성이 없어서 우퍼에서 같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해도
공간이 좁으면 저역이 많아지고 넓으면 적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스피커는 어느 정도의 공간에 맞게끔 설계되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런 건 제품스팩에 안 나옵니다.
고역은 에너지가 약해서 공기를 타고 청취지점까지 오는동안 중역보다 에너지가 더 많이 감쇄되어,
청취거리가 가까우면 고역이 강하다가도 청취거리가 멀어지면 고역이 도리어 약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 스피커는 어느 정도의 청취거리에 맞게끔 설계되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이것 또한 제품스팩에 안 나옵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 제공한다면 유저가 그러한 환경이 아닌 한 스피커는 팔리지 않겠죠...
즉, 고역과 저역의 양은 청취환경에 따라 변합니다.
그렇다고 스피커에서 어떤 청취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사후에 사용자가 앰프 등의 기기로 조정이 가능해야 함이 상식적이고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기기에는 조정기능이 없습니다! 아니 뭘 어쩌라고....
간을 맞추고 싶어도 테이블에 소금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케이블을 바꿔보고 커튼도 쳐보고 베이스트랩을 설치해보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 봅니다만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간이 맞지 않으면 소금을 더 넣거나 물을 타야 할 것을,
다른 재료로 어찌 해 보려 하니 쉽게 될 리가 없겠지요...
과연 이 소금을 누가 가져간 걸까요...
고저역 밸런스 콘트롤 기능은 오디오시스템에서 필수적인 기능인 것입니다.
그것이 스피커에 달려있으면 어테뉴에이터, 앰프에 달려있으면 톤콘트롤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필수적인 기능을
순도높은 소리를 위해 회로의 추가로 인한 음질열화를 피한다는 사유로 제거했다죠...
그러나 그 결과로 얻은게 많았을까요 잃은게 많았을까요..
덕분에 케이블질, 앰프바꿈질, 소스기기바꿈질, 룸튜닝질, 그러다 안되면 스피커바꿈질까지..
제 경우는 음악만 들어도 모자랄 시간에, 음반만 구입해도 모자랄 돈으로, 가족들과 사이가 나빠지면서까지
쓸데없이 개고생만 해 온 것 같은데 말입니다...
톤콘트롤은 음의 변조를 즐기라 달아놓은 무슨 초보적인 장난감 같은 기능이 아니라,
청취환경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여 음악감상을 방해하는 이 고저역의 밸런스 틀어짐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정하는 보석같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인 것입니다.
고저역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청감상 불편함이 들면,
이는 단순한 밸런스적인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고역대의 질감, 해상력, 밀도감, 정위감 등 음질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되며,
밸런스 조정으로 이런 요소들까지 같이 개선이 되게 됩니다.
필요악이라 하여 과연 퇴출만이 능사일까요...
음질을 열화시킨다고 필수적인 기능을 제거할 것이 아니라,
제조사에서는 음질열화가 최소화되고 정말 실용적인 톤콘트롤 기능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노력을 해 왔다면
과연 아직까지도 톤콘트롤이 음질을 열화시키니 차라리 없는게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고,
그렇지 못해온 부분에는 유저들의 생각 또한 틀에 갖혀 이러한 수요를 만들어내지 않아왔던 영향도 컷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앰프에 톤콘트롤이, 스피커에는 어테뉴에이터가 상용화되는 날을 다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