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서...
그래서 그 문제의 케이블 체르노프 레퍼런스 스피커 케이블을 가져왔습니다.
무시무시한 굵기, 무시무시한 무게, 엄청난 존재감;;;
앰프엔 말굽단자, 스피커엔 바나나 플러그 제품입니다.
설치를 하면서... 제발, 이 케이블 때문이 아니였으면...
지금까지 룸튜닝을 한답시고 옮긴 물건이며 이 무거운 소프라 1,3를 이리저리 옮기고 혹시 앰프를 24시간 계속 켜놓고 에이징을 하면 그 소리가 날까? 별별 짓을 다 해봤는데...
하고 전원을 띡! 켜는 순간
"미친!!!!!!"
"!@#!&$^(*##!&^@%#(!^$%^@%#!@!$"
분노로 욕이 육성으로 방언 터지듯이 마구 튀어 나오고 귀는 소리를 빨아들이듯이 더! 더! 더! 볼륨을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네
이 케이블이 바로 그 범인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오디오 샵에 가면 꼭꼭 이 케이블이 꼽혀 있었습니다.
오디X갤러리에서도, 풀X인지에서도, 하X탑 오디오에서도, 와X오디오에서도...
백만원대앰프에 2백만원 스피커에도 조용히 뒤에 물려 있었고
제가 소프라 1을 구입하러 갔었던 날 앙코르 225와 소프라 1에도 물려있어서
제게 소프라에 대한 환상과 상사병에 걸리게 해서 결국 소프라1을 지르게 했던...
그냥 오디오 흔한 케이블 이겠지... 하며 무관심했던 녀석이었고 그게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하며 애써 신경을 껐던 케이블이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는 와싸다에서 외형이 똑같은 체르노프 클래식 케이블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그리 인상적인 차이가 아니었고 "평범하다"가 전부였습니다. 제가 사용중인 킴버 케이블도 그정도 실력을 갖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패즈 오디오와 아리아 조합 사건 이후 룸튜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스피커는 벽에서 1미터 이상 띄우고 천정은 높아야 하며 토인각을 약간 주면 홀로그래픽 사운드가 형성된다...는 어줍잖은 가설을 세워가며 떠들어 댔습니다. (일부는 확실히 맞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ㅠㅠ
근데, 진짜 이러면 안되지 않습니꽈!!!
3백만원짜리 오디오 조합에 600만원짜리 케이블을 꼽아 들려주며 오디오를 팔아먹는...
그건 상도덕을 떠나 진짜 사기 아닙니꽈!!!
정말 레퍼런스를 꼽고 앰프 전원을 켜자마자 욕이 방언처럼 마아아아악! 튀어 나왔습니다.
진짜 이런 ㅆXXXXX !!
너무 어이없고 화가나고 허탈하면서도 내심 찾아서 기뻤습니다. (이런 미친....)
이 흥분을 지인들과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아마 제가 정신 나간 놈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아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드디어 그 2%를 채울 수 있게됐어..."
일단 귀로는 확인 했으니까 측정에 들어 갑니다.
야마하 YPAO를 이전 킴버 케이블로 돌려봤습니다.
마이크는 쇼파에 놓고 서라운드와 서라운드 백 스피커가 메인 스피커보다 훨씬 가까이에 놓여 있어서 메인 스피커 볼륨에 맞추기 위해 -1dB정도씩 낮춰야 각 채널의 레벨이 비슷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체르노프 레퍼런스 케이블을 연결한 후 측정한 레벨 값입니다.
메인 스피커 레벨이 확실히 올라가버려서 다른 채널의 레벨이 1dB에서 0.5db정도올려줘야 평준화가 됨을 보여줍니다.
즉. 체르노프 레퍼런스 케이블은 마치 앰프의 출력을 높인 것 처럼 스피커 출력 레벨이 올라갑니다.(음량이 커짐)
킴버 케이블로 연결된 소프라3 왼쪽 채널의 챠트입니다.
체르노프 레퍼런스 케이블로 연결된 같은 소프라3의 왼쪽 채널 챠트입니다.
스피커 케이블로 소리가 달라질까? 하는 모든 의심을 무색하게 하는 변화입니다.
이 챠트로는 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주파수 대역에 따라 달라졌다는 결과만 나타낼 뿐 청각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는 말로 설명하는 수 밖에요. (물론 녹음해서 분석 프로그램인 "알케미"로 스팩트럼을 살펴보면 가능하지만 그것도 역시 색깔로 얼룩 덜룩하게 나타날 뿐, 설명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차분히 집중해서 들어봤습니다.
전체적인 출력 레벨 향상.
풍부해진 배음.
한결 순화된 고음, 그러나 오히려 디테일이 증가
댐핑(소리를 멈추게 하는 힘) 능력의 증가로 마치 앰프를 바꾼 듯한 저역의 힘
작고 섬세한 소리와 크고 호쾌하게 뻗는 대음량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짐 (다이내믹스의 증가)
적은 볼룸에도 충분한 저역 확보...
킴버 케이블 이후 이런 충격은 오랜만입니다.
"뭔 이런 사기템 같은 케이블이 다 있나;;;"
저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작곡을 배우러 온 제자들에게도 비교해가며 들려 줬습니다.
처음엔 다들 미신의 영역이라고 하던 제자도 있었고 선생님 낚이셨어요! 하며 들어보기도 전에 놀리던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교해서 듣자마자 그냥 볼륨만 좀 키우면 같아지겠는대요? 해서 이전 케이블로 연결하고 볼륨 키웠는데 마치 기존 케이블은 480p 영상을 확대한 느낌이라면 체르노프 레퍼런스는 2160p 고해상도 영상을 보는 느낌입니다. 480p 영상을 확대해 봐야 흐리멍텅한 것을 크게 할 뿐 해상도가 증가하지 않는 것 처럼 단순히 볼륨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스타니 슬라브 부닌의 연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들었습니다.
확실히 저역의 힘이 느껴지고 디테일이 확실히 살아납니다.
피아노 터치의 셈여림이 더 명확해져 음악을 듣는 스릴이 커집니다. 소프라의 재빠른 응답속도를 한층 배가시키는 느낌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협주곡 연주중 피아노 솔로가 나오다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이어지기 전에 전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몸을 움질일 때 나오는 옷깃 소리... 아마도 협주를 위해 활을 드느라 나는 소리겠죠 ^^;; 소오름 !!
다시 기존 케이블로 똑같은 부분을 들었을 땐 전혀 그 소리가 나질 않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옷깃 소리가 케이블에 따라 났다 안났다 하는 것도 재미있어합니다.
그러나 가격200을 듣자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 원랜 600이다 얘기하니까 자기들은 오디오 안하겠다…ㅋㅋㅋ 얘기는 먼산으로 갑니다. 얘들 입장에선 600이면 맥프로를 살 돈이고 200이면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를 살 돈이니 창조적이지 않은 툴 가격에 대해선 부정적이죠. 그러나 음질향상엔 동의 하는 분위기입니다.
한명은 그 소리가 과연 음악에 있어서 꼭 필요한 소리인가?
다른 애는 그것도 들릴 정도니 다른 소리역시 필터링 되지않고 그대로 잘 전달 되는 거다 .. 이런 얘기들을 주고받았습니다.
대체 뭣 때문일까?
모든 전선은 그 자체로서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스피커 선은 항상 왼쪽 오른쪽 신호를 나란히 전송하게 되어 있어서 서로 신호를 상쇄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킴버 케이블은 여자아이들 머리 땋듯이 촘촘히 꼬아 내외부 잡 신호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렇게 하면 마치 한꺼플 벗겨낸 것 처럼 해상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나 필요한 길이보다 3~6배 더 길이가 필요하고 이때문에 구리선 자체의 저항값도 증가하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체르노프 레퍼런스 케이블은 신호가 전송되는 선은 그대로 놔두고 그 선을 감싸고 있는 쉴드를 1차로 구리막으로 차단하고 2차로 촘촘하게 짠 구리 직조(꼬아서 만든 효과)구조를 또 씌웠습니다.
이렇게 2중으로 내외부 신호를 차단하여 길이는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도 효과적으로 차단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같은 체르노프 케이블이더라도 레퍼런스급 아래의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은 방법이기에 차별된 방법은 이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는 천연 구리의 성분이라던가 공기를 품고 있는 목화섬유등등... 다양한 쉴드가 적용 됐지만 제게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차이점은 외피에 구리막과 구리선을 섬유처럼 꼬아만든 쉴드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꺼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의문점.
그냥 구리막과 구리 섬유로만 막지 왜 목화 섬유나 우레탄 같은 걸 또 감싸서 구렁이 처럼 굵게 만들었을까?
DP의 고수 회원님이 케이블도 진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닥에 스피커로 부터 오는 진동을 피하기 위해 스피커 케이블 받침대도 몇십만원씩 하는 제품도 있다... 라는 말씀에
이렇게 실로 케이블을 띄워 봤습니다.
그랬더니;;; 저역의 양감이 다소 줄어들고 대신 해상도가 올라갑니다!!!
뭔 이런;;; 현상이...진짜 달라지네;;;
원인이 진동인가? 어째서 케이블을 바닥에 둘 때와 띄울 때 소리가 이렇게 달라지는지...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곳에 발가락을 담근 생각이 덜컥! 들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케이블에 몇백 몇천씩 쓰는구나...
이글을 쓰는 제 자신도 이렇게 물들어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소리를 어떻게 부인 할 수 있겠습니까?(무슨 신앙 간증도 아니고;;;)
오디오에 있어서 처음 브랜드를 선정하고 제품을 골라 집에 들여 놓을때가 가장 만족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하지만 항상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인데 그 2%를 채우기 위해 그동안 들였던 금액의 200%, 혹은 2000%를 쏟아 붓게 됩니다. 그렇게라도 찾으면 다행인데 그래도 못찾아서 집안 말아먹는 3대 악취미 중 하나가 바로 이 오디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2%를 찾은 것 같습니다.
오디오 샵에 항상 묵묵히 꽂혀 있던 그놈.
직원도 애써 별거 아니란 듯이 알려 주지 않으려 했던 그 케이블.
음상이 가운데 톡! 튀어나오게 들리고 가수의 입술이 붙었다 뗐다 다 느껴지는 해상도.
혀끝으로 침을 바르는 소리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활을 들어 협주를 준비하는 옷깃 소리, 연주자의 더 세세한 호흡, 심지어 지휘 하면서 녹음할 땐 안들릴 꺼라 생각했는지 지휘자의 혼자 웅얼거리는 소리까지 낱낱이 들리게 하는 하이앤드 오디오의 숨은 사기템이 바로 체르노프 레퍼런스였습니다.
그동안 오디오 샵에서 들었던 똑같은 세트를 집에 들여 놓고 왜 같은 소리가 안났을까? 괜히 공간 탓을 하며 오디오 샵의 꼼수를 몰랐던 저에게 명확한 해답이 케이블입니다. 그땐 600만원이라 감히 엄두도 못냈지만 지금은 홀딱 벗긴 알몸같은 가격으로 제 곁에 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