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의 대상은 체르노프 레퍼런스 스피커 케이블입니다.
제 리뷰 품목 중에 난이도로 따져서 단연코 첫 손을 꼽고 싶은 품목이 바로 이 제품입니다. 단순히 케이블이라서 아닙니다. 케이블 간에 차이가 있네 없네 하는 얘기 보다는 이 케이블을 들여서 제 시스템에 차후에 벌어질 일과 칭찬만 가득한 리뷰가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통상적으로 리뷰를 쓸 때 제 나름대로의 몇 가지 원칙이 비교군을 만드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이 케이블에서만큼은 지키기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제 소유 케이블이라고는 고작 레퍼런스 케이블의 10분의1 가격대의 체르노프 클래식 케이블과 그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인 카다스 크로스, 아예 입문 품목인 네오텍 5002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스템 또한 이 리뷰를 작성하는 중간에 프리가 교체되는 과정을 겪었으니 말입니다. 2주라는 리뷰 작성 기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기는 처음 입니다.
리뷰 시스템 소개
Bluesound Node 2 네트워크 플레이어
Musical Fidelity V90 DAC + Teradak 리니어 전원
Primare Pre32, A33.2
NAD C325BEE Integrated Amp
Transparent Musiclink Plus XLR
Neotech NEI-3001 RCA
Spendor SP1/2 R2
체르노프 클래식과의 비교 사진
좌측이 체르노프 클래식, 우측이 체르노프 레퍼런스 입니다.
와싸다닷컴에서 공제한 체르노프 클래식의 그라운드 선 처리는 이렇게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이야 케이블 단자에 결합 처리가 되어 출시가 되지만 초기 공제품은 별도로 분리된 그라운드 선이 좀 짧게 처리가 되었고 선의 끝이 터미네이션 되지 않은 상태라 케이블을 스피커에 장착하기 대단히 까다로웠습니다.
그라운드 선이 스피커 케이블보다 짧으니 스피커에 그라운드 선으로 매달려 있게 되어 그라운드 선 하나에 케이블 무게의 부하가 걸리는 모양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레퍼런스 케이블은 그라운드 선이 길고, 끝에 마감 처리가 되어 있어서 장착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단자도 비교하기 전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위의 사진들처럼 크기도 차이가 있을뿐더러 만듦새도 차이가 꽤 있어 보입니다. 더 묵직하고 단단하며 안정감 있게 장착이 됩니다. 와싸다 공제 체르노프 클래식 케이블의 단자도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지만 레퍼런스 케이블의 단자는 디자인만 비슷할 뿐, 모든 면에서 우월해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인슐레이션 처리가 돋보입니다. 기존 클래식 케이블의 직경의 두배 가까운 모양새이고, 무게도 두배가 훌쩍 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케이블은 약간 뻣뻣한 정도였고 다루기 어렵지 않은 무게와 두께였지만, 레퍼런스 케이블은 쉽지 않습니다.
체르노프 클래식과의 비교
먼저 체르노프 클래식에 대해서 좀 언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체르노프 클래식 케이블은 제가 갖고 있던, ‘케이블은 에이징 효과가 없다’ 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케이블입니다. 체르노프 클래식의 초기 평가들을 찾아보면 ‘부드럽다’, ‘좀 어둡다’, ‘풍성하다’ 이지만, 곧 이런 평가들이 많이 사라집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그렇습니다. 초기에는 부드럽고 어둡다가 두어달 지나고 나니 밝으면 밝았지 절대 어둡거나 부드러운 쪽이 아니게 되더군요. 이는 트랜스페어런트 뮤직웨이브 플러스를 들여서 비교해보고 깨달은 점입니다. 자극적이거나 차갑고 야윈 쪽은 아니지만 라이브 하고 생생하게 됩니다.
동사의 클래식과 스페셜과 비교했을 때 체르노프 레퍼런스 케이블은 아예 다른 차원, 다른 소리를 내줍니다. 라이브한 중고음이 아닌,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섬세하고 정제된, 고급스러운 중고음이 나옵니다. 적막한 배경에 무대감이 넓어집니다. 다듬어진 중음 덕분인듯 합니다. 첫 인상부터가 그렇습니다.
‘적막하다’ ‘편안하다’ ‘계속 볼륨을 올리게 된다’ ‘오오 저음!!!’
바이올린을 걸든 피아노를 걸든 적막한 배경을 바탕으로 소리가 피어오릅니다. 이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의 독주 부분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전대역에서 자극이 없으니 볼륨을 올리게 되고 소리에 살집이 붙어서 풍윤한 음색이 나옵니다.
회사만 같은 회사이지 체르노프 클래식/스페셜과 레퍼런스는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클래식/스페셜이 시스템에 라이브함을 더해주는데 특효약이라면 레퍼런스는 이미 하이엔드에 근접한 시스템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다거나, 스피커 케이블에 더 신경 쓰기 싫을 때 사용하는 것이 어젠다로 보입니다.
카다스 크로스와 간단 비교
체르노프 레퍼런스는 차라리 카다스 크로스와 더 유사한 음색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크로스의 음색이 풍성하고 윤택한 음색인데, 여기에 적막하고 고요한 배경, 넓어진 무대, 투명함을 더하면 그게 체르노프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케이블 모두 저역에서는 한가닥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클로징 멘트
윌슨오디오나 B&W 같은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분석적이고 하이파이의 본질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해 줍니다. 바꿔 말하면, 신호를 소리로 충실히, 남김없이 재생하는 느낌이지요. 반면에, 탄노이나 로하스 (로저스, 하베스, 스펜더), 다인오디오의 경우는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로서 역할에 충실하다는 느낌입니다. 소리가 합쳐져서 음악으로 들리게 해주는데 더 집중한 모습이지요.
체르노프 레퍼런스는 여기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케이블이 아닙니다. 체르노프라는 브랜드가 분석적인 재생과는 애초에 거리가 있는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레퍼런스는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정확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데 역량을 모은 듯 합니다. 적막한 배경이나 투명한 중고음, 넓직한 무대 등은 하이파이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든든한 저역, 살집이 있는 중역대는 음악을 듣는데 피로감을 느낄 수 없게 해줍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가격이 있을 것 같고, 또 하나 찾자면 가격 정도가 될 것이고, 마지막으로 뻣뻣하거나 무게 정도가 단점이 될 것 같지만, 들고다닐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되겠네요.
앞서 제가 우려했던 바 그대로 이번 리뷰는 실패작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도무지 단점을 찾을 수가 없고, 비교군이라는게 상대가 될수가 없어요. 이건 제가 리뷰어로서의 역량이 모자라거나, 이 제품에 단점이 없거나 둘 중 하나, 또는 둘다 이겠지요. 씁쓸한 한편으로는 개안을 한 기분입니다. 세상은 넓고 이런 물건도 있구나 싶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