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즈오디오 미라세티를 구입하게 된 동기는 포컬 일렉트라 1008be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PSB X2T, XB, XC와 데논리시버 2300W를 구입해서 거실에 설치하고 사용했는데 영화감상은 만족스럽지만 음악을 들을 때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서브로 북셀프 스피커와 인티앰피를 들여서 따로 음악감상을 하자는 생각으로 구입했던 스피커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소리가 크게 좋아졌지만 원래 기대했던만큼은 아니고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여기 저기 알아보니 1008be 체급에 걸맞는 앰프를 사용해야 제대로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뒤로 2년 가까이 다양한 앰프들에 대한 1008be 사용기들을 검색하면서, 관심이 오라노트V2, BMC Pure Amp, 블루다이아몬드인티앰프, 잡인티 등으로 옮겨가다가 페즈오디오 미라세티가 1008be의 고음을 다소 순화시키면서 중음을 풍성하게 해주고 저음도 제대로 내준다는 평가와 1008be와는 베스트 매칭이라는 평가를 접하면서 미라세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와싸다를 방문해서 미라세티를 구입하여 차에 실고 집에 돌아와 기대하는 마음으로 에이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을 사용해서 설명서에 나온대로 에이징을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접했던 평가대로 고음의 날카로움이 완화되면서도 포칼의 선명함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악기들과의 구분도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그 악기들 하나하나가 자기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냈습니다. 대편성에서 반응 속도가 느려서 다소 답답하다는 글을 봤는데 1008be 특성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시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니 소리가 더 선명해졌습니다. 커튼 하나가 제거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좋아하던 노래들을 하나씩 들어 보니 전보다 여유롭고 차분하면서도 선명하고 뚜렷한 소리로 들립니다. 여성 보컬의 고음에서 소리가 뻗쳐 나오는데 귀를 전혀 쏘지 않으면서 음의 이탈감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중음이 단단해지니 전체적으로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1008be가 나름 저음도 내주고 선명한 고음이 좋았지만 중음이 다소 빈약하게 들렸던 것이 앰프 탓인지 아니면 1008be의 약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그 약점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남성 보컬에서는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묵직하고 편안한 저음이 정말 큰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들을 다시 들어봅니다. 오래된 녹음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있던 잡음들이 많이 감소되고 소리가 선명해지고 각 악기들의 소리가 제대로 들려서 바로 앞에서 연주를 감상하는 느낌이 듭니다. 소리는 선명하고 영롱하고, 악기들 간에 분리도 확실하고, 중음은 확실히 두터워졌고 저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울려서 전체 음악을 듣는 맛을 확실하게 더해줍니다. 앰프 명목상 출력과 상관없이 소리들에 힘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1008be가 편안하고 풍성해지면서도 고유의 장점인 선명함은 유지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라세티와 1008be가 저에게도 베스트 매칭인 것 같습니다. 피곤한 날은 1008be의 너무 선명한 소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1008be를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 그 문제가 해결되고펀안해졌습니다.
한가지 단점아닌 단점이 있다면 고음질 음원 또는 원래 녹음이 잘된 음원의 장점이 너무 도드라져서, 원 녹음이 부실하거나 고음질이 아닌 음원을 듣는 것이 전보다 불편해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전 앰프보다 더 소리가 나쁘게 들려서가 아니라 좋은 음원들과의 소리 격차가 더 크게 느껴져서입니다. 앞으로는 음원을 더 세심하게 선별해서 구매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궁금해했던 많은 앰프들과 비교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정말 최선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냥 미라세티 하나만으로 저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오래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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