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에 열광했던 세대. 모름지기 지금 나이로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이들이 하이파이의 르네상스를 함께 했던 세대일 것입니다.
레코드판을 사고 시디도 모으면서 전축이라는 명칭으로 오디오를 마주했던 그 세대.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오디오와 음원의 패러다임 역시 많은 변화속에서 새롭게 바뀌어 왔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힘있는 소비력을 갖춘 2-30대에게 가장 친숙한 음악의 형태는 파일이고, 그나마도 지금은 스트리밍의 형태가 음원의 주가 되어가고 있죠.
사람 키만한 스피커에 모노블럭의 엄청난 파워. 전통적인 오디오의 형태인 하이앤드 시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사이즈의 DAC와 헤드폰앰프,헤드폰으로 하이파이에 열광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파일의 등장은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소비자층이 더 어린 나이대로 이동을 할수록 그 사이즈는 작아지고 그 가격 또한 적은 비용의 제품급으로 이동이 되는게 당연합니다. 하이앤드 오디오 브랜드라고 엄청난 스펙과 사이즈, 고가의 제품으로만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면 그 브랜드는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이고 그 시장조차도 진입장벽을 만든 채 보다 더 좁히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장 전문적인 하이파이 브랜드 중 하나인 뮤지컬피델리티의 V90시리즈 제품들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상당히 큰 충격이었고 이 브랜드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였기도 합니다. 엔트리급 제품으로 만나는 전문 하이파이 브랜드의 제품은 결국 그 소비자를 더 상급 제품으로 인도하는 바른 길잡이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자. 이 정도 가격에서 하이파이를 느껴보고 더 갈증이 나면 더 좋은걸 써봐. 우리에겐 더 좋은게 너무나도 많으니까 말이지. 이 가격에 이 정도 사운드면 더 좋은건 얼마나 좋을지 궁금하지 않나?'
아마도 뮤피 브랜드의 마케팅은 이런 생각을 할거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이니. 뭐... 아님 말고지만 말이죠.
제가 사용해 보았던 뮤지컬 피델리티의 제품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특징을 일관성 있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어쿠스틱하고 아날로그적인 사운드의 특성이 그것입니다. DAC나 헤드폰앰프를 이야기하면서 무슨 아날로그같은 사운드를 이야기하냐고 욕하신다면 저만의 착각일 수 있으나, 제가 사용해 보았던 뮤피의 사운드는 일관적으로 아날로그에 가깝게 보다 더 진득하고 밀도높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디지털의 날카로움을 최대한도로 배제시킨 보다 따뜻하고 푸근한 사운드의 매력. 뮤피의 사운드가 한 번도 실망스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 두 제품은 엔트리급의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뮤피의 그 무언가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호랑이 새끼라고 고양이가 될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V90 DAC. 이 제품의 판매가는 현재 해외판매가 299달러. 국내에선 와싸다의 판매가 249000원입니다.
이름 모를 중국산 DAC도 쓸만한건 20만원대를 줘야 하고 오디오파일의 눈에 찰만한 제품은 기백만원대는 줘야 눈에 들어오죠.
이 제품의 판매글에는 상당히 실용적인 제품. 가성비의 제품이라는 문구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http://www.wassada.com/view.php?num=459931&tb=&count=&category=2249r02&pg=1
이렇게 광고하고 자사의 고가 제품 DAC는 우짤라는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실제 이 제품을 써본다면 이 제품보다 나으려면 20-30배는 비쌀거라는 얼척없는 소리가 그렇게 큰 사이즈의 구라는 아니구나 하고 느끼실겁니다.
하이파이 브랜드에서 만든 작고 저렴한 DAC는 어떨런지. 저는 이 제품을 사용해 보고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이 바로 이겄이었습니다.
'이건 미끼다'라는 생각이 그것이었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우리 브랜드의 고가라인은 어떨지 상상해 보라는 그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걱정도 하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이 정도 성능이면 여기서 만족하고 끝내지 않을까.
제품의 스펙이나 사용된 부품들 모두 이 가격에선 수준급입니다. 자세한 스펙은 링크에 걸어놓은 판매글을 참고하시고.
후면 입력단도 여유있고 좋습니다. 심플한 전면 디자인은 극도의 심플함을 유지하고 있죠.
사용자의 사용환경을 책상 위라고 겨냥한 미니멀한 사이즈에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 물론, 이 사이즈가 불만인 분들도 분명히 있긴 할겁니다. 거실 오디오에 맞추고 싶은데 너무 작을 수도 있습니다. 뭐... 그게 아쉽다면...... 더 크고 비싼거 사면 되죠.
좋은 DAC에서 느낄 수 있는 사운드의 특성. 밀도가 높아져서 진득하게 채워지는 공간감에 더불어 풍성한 정보력의 차이. 여기에 보다 더 나이내믹한 해상도. 확실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딱 필요한만큼 생각보다 좋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넘치지 않지만 모자라지 않고 미소짓게 만들 수 있는 제품입니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백만원대의 DAC보다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성능은 이 제품의 가성비를 따지기에 충분합니다. 20만원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DAC중에서 그 누가 물어본다 하더라도 주저않고 추천할 만 합니다.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부실한 전원부가 그것이죠. 어댑터를 사용한 전원부는 이 사이즈의 제품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전원부 분리를 통한 음질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전원부를 통한 음질의 향상. 그리고 묵직한 전원케이블을 쓰고 싶은 그 오디오파일의 탐욕. 이런 바램은 누구나 가져볼 수 있으나 그저 사치일 뿐입니다. 아니. 맞지 않는 옷일 수 있습니다. 엔트리급 제품에 그런 부분을 바란다면 그저 무리일 뿐.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어댑터만이라도 국산 어댑터를 사용하시기를 권고드립니다. 제품에 같이 들어있는 어댑터는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원부의 아쉬움과 밸런스 출력단의 부재는 어쩌면 이 제품에 바라기엔 너무 큰 희망일 수 있습니다. 준중형 보급형차에 V8급 터보챠저가 달려 있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말입니다.
아쉬움보다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절대 가성비. 바로 V90 DAC입니다.
뮤피의 신제품 LX2-HPA는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따끈한 제품입니다. 90시리즈와 같이 세팅하기에 최적인 제품이죠.
최근에 출시되는 헤드폰앰프 중 많은 제품들이 DAC를 내장한 제품들이 많습니다만, 이 제품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헤드폰앰프입니다.
DAC와 별도 구성이라는 부분은 DAC를 별도로 구매해서 두대의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될 수 있겠으나, 일반적인 일체형 헤드폰앰프의 DAC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착안해 보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DAC의 운용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 말고도 DAC를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입출력만으로 헤드폰앰프를 사용하는 유저도 배려할 수 있다는 부분 역시 고무적이죠.
책상 위에 설치 가능한 작은 공간에 심미적인 디테일까지 조화를 잘 이룬 스타일도 좋은 제품입니다. 특히, 해외에서보다 더 저렴하게. 그것도 반값 정도에 구매가 가능한 부분은 그저 축복입니다.
제품의 스펙은 링크를 참조 부탁드립니다.
http://www.wassada.com/view.php?num=459925&tb=&count=&category=2249r02&pg=1
스펙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왜곡률과 대역폭, 신호비도 매우 우수합니다.
어느 정도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라면 점점 더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공간과 환경 등 수 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하이파이 사운드의 다양성과는 달리, 헤드폰으로 즐기는 하이파이는 무조건 직진입니다. 일반적인 하이파이의 수많은 변수를 다 제껴두고 헤드폰에서의 음질 차이는 딱 세가지로 구분됩니다.
1. 소스의 차이
2. 헤드폰의 성능.
3. 헤드폰앰프의 유무와 더불어 DAC와의 결합을 통한 헤드폰앰프의 성능차이.
뭐. 거창하게 분류해 놓았다지만 일반 하이파이도 사실 음질차이에 의한 분류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소스의 차이나 앰프,스피커,소스기기,케이블에 의한 하드웨어적인 차이. 여기에 더불어 공간에 의한 음상과 음장감의 차이 정도.
하지만 중요한게 있습니다. 하이파이에서 100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그 경험치와 헤드폰에서 100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경험치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합니다.
100만원이라는 가상의 금액에서 이야기한다면 굳이 DAC를 안 쓴다 하더라도 7-80만원대 헤드폰과 20만원대 헤드폰앰프면 그냥 게임 끝이죠. 물론, 이 조합에 만족한 이는 조만간 DAC의 그 꿀맛을 보게 될테지만 말입니다.
혹여라도 아직 헤드폰앰프 없이 스마트폰에다 직결해서 듣는 사운드가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발 헤드폰앰프 써보시길 바랍니다.
히말라야를 등반한다면서 엄청 두꺼운 패딩은 챙겼는데 신발은 슬리퍼 끌고 가는것과 고어텍스 등산화에 아이젠 걸고 등반하는 차이 느끼실 겁니다. 너무 비교가 오버인지 아닌지는 직접 경험해 보시면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이 제품은 처음 헤드폰앰프를 경험해 보기에 충분한 엔트리급 가격이지만, 그 성능이나 만듬새는 절대 엔트리급이 아닙니다. 물론, 기백대의 제품보다야 좋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제품의 두세배 정도 하는 제품들과의 비교에선 절대 밀리지가 않아 보입니다.
보컬의 숨소리가 더 가깝게 들려지고. 음의 입체감은 살아나면서 탁하게 뭉그러지는 대역이 없어집니다. 대역대의 밸런스가 좋아지다보니 초고역대의 행상력 좋은 소리가 귀에 무리를 주지 않고 부드럽게 때려 박힙니다. 이 음원이 얼마나 녹음이 잘 되었는지. 이 곡의 프로듀서가 만들어 낸 사운드가 어떤지 보다 더 확실하게 느껴지고 미처 못 들었던 악기소리마저 다 잡아냅니다.
전원부는 어댑터라 아쉽다. 더군다나 번들 어댑터는 좀 심하다. 왜 DAC 분리형인가. 약간의 아쉬운 출력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대답이 됩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되는 다른 제품 보셨나요? 더군다나 중국산 듣보잡도 아닌 하이파이의 강자 뮤피에서 만든.
자. 뮤피의 신형 헤드폰앰프 LX2-HPA는 엔트리급 가격에 최고의 가성비를 불어 넣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오디오파일을 만들고 그 오디오파일로 하여금 뮤피에 대한 벽을 허무는 좋은 다리임이 분명합니다. 위 V90 DAC와 더불어 누구라도 물어본다면 가성비 제품으로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제품입니다.
뮤피가 자사의 고가오디오를 홍보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 제품들을 만들었다면. 그것이 미끼라면 주저없이 물어서 낚이겠습니다. 물론, 미끼만 맛보고 배부를 수 있는 이들도 충분히 많으리라 믿구요.
많은 하이파이 업체들이 초고가 전략, 초고마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작금의 현실에서 최저가 제품의 엔트리급 시장을 만들고 여기에 공을 들이는 뮤피 브랜드는 오디오시장의 많은걸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인정받고 칭찬받을만 하지 않나요?
오늘 만나 보았던 두 제품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가형 DAC와 헤드폰앰프 중 최고의 가성비. 누구에게라도 추천해도 책임질 수 있는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