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급 인티앰프 비교 청음회에 다녀 왔다는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친구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미들급은 가격대가 어느정도를 미들급이라고 하는거야?’라는 질문이었는데 물론 업계 분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천만원정도로 잡았을 때 들어갈 수 있는 앰프를 미들급이라고 보는게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앰프 가격만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글쎄...한 300~600정도?
너무 넓게 잡았나 싶기도 하지만 대충 그정도가 우리네 보통 30평대 아파트정도에 사는 가장의 최대한이 아닐까. 더 비싸면야 당연히 좋겠지만 돈 들어갈 곳이 사방에 입 벌리고 있는 4~50대 아재들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가 이정도일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앰프 때문에 고민하다가 이런 앰프 비교 청음회가 있다길래 바로 참석 신청을 했고 다녀왔다.
청음회에 나온 앰프는 총 6개였는데 각기 개성이 달랐고 매칭된 스피커에 따라서도 다른 잠재력을 보여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꼼꼼한 스타일도 아니고 취향이 아니거나 내 구입 가격을 벗어나는 애들에게까지 관심 주고 싶지도 않아(아 잠깐 룬물좀 닦고...) 아 이정도면 가격이나 성능이나 살만하겠다 싶은 기기들만 언급하려 한다. 결국 그게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1. Primare I-35
국내 모 사에서 만든 소위 D-Class 모듈이 탑재된 인티앰프를 6개월 넘게 사용한 적이 있다. 프리부 진공관에 에이블텍의 모듈이 탑재된 앰프였는데 개인적으로는 D-Class 모듈에 대한 선입견을 강하게 갖게 된 계기가 된 앰프였다. 앰프는 기기이지만 동시에 악기이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모름지기 앰프라 하면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웬걸, 리듬감과 강약조절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소리를 콸콸콸 쏟아내기 바빴다. 꽤 괜찮은 모듈이라고 들었는데 뭔 소리가 이따윈가 싶어 그 뒤로 D-Class 앰프는 보지도 않았다.
그런 선입견을 결정적으로 바꿔준 앰프가 이 프라이메어 I-35였다.
소리가 일단 근육질이다. 그런데 스피드까지 겸비했다. 뚱뚱해서 힘만 센 스모선수가 아니라 딱 미들급의 스피드가 엄청 좋은 권투선수같은 느낌? 우리 세대라면 기억할 그 이름, 바로 슈거레이 레너드같은 앰프다. 중고역의 개방감도 좋고 저역의 치고 빠지기도 좋아 음악 듣는 내내 속이 다 시원했다. 이런 소리가 한발짝만 더 나가면 자칫 신경 거슬리기 십상인데 그런 균형도 절묘하게 캐치했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내장된 DAC가 앰프와의 궁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이정도면 D-Class, 기술 진짜 좋아졌구나 싶다.
2. 일렉트로 콤파니에 ECI-6
일렉트로콤파니에는 개인적으로 첫경험이 아니다. ECI-3를 인연이 닿아 꽤 오래 사용했었다. 그때도 사용하면서 느낀게, 표현이 조악하지만 뭐랄까, 분명히 TR인데 어디선가 진공관 향기가 나는 느낌? 음과 음 사이를 정말 예쁘게 채워준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ECI-6을 만나게 되었다. 명불허전. 3의 미덕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딱 구동력만 증가된 느낌이다. 예쁘면서도 탱탱한 소리다. 그날 들은 6개의 앰프들 중 단연 가장 예쁜 소리일듯. 다른 장르에도 좋겠지만 특히 클래식 듣는 분들에겐 딱일 것 같다.
3. 캐리오디오 SI-300
청음회날 처음 등장했던 빈센트 오디오 앰프는 정말 그 가격(200대)을 생각하면 깔게 없는 앰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앰프 잘못 매칭하면 자칫 빈약한 소리 내기 십상인 애들에게 딱인 처방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캐리를 처음 듣는 순간 바로 느낀거. 어라 이거 빈센트 업글버젼이네.
중저역의 두터움과 구동력을 무기로 스피커를 드라이브한다. 그날 들은 설명중 기억에 남았던 표현이 ‘중고역의 개방감’과 ‘저역 드라이브’였는데 이 앰프는 특히나 저역 드라이빙에 강점을 갖는 것 같다. 빈센트도 가격 생각하면 참 좋은 앰프지만 솔직히 듣다 보면 중고역의 개방감도, 저역 드라이브도 아쉬운 점이 있다. 뭐랄까, 두루두루 80점인 느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정도면 쓸만하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캐리는 그 모든 측면에서 빈센트를 한두발짝 앞질러가는 느낌이었다.
중고역의 개방감보다 저역 그라이빙/구동력을 중시하는 분, 빈센트 소리가 맘에 들었지만 뭔가 아쉬웠던 분이라면 이게 딱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