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해서...흠..
이번 줄기세포 사태가
황박사에 몰아주기, 혹은 다시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혹은 선택이 될 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됬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생물학과 연구실에 있는 친구를 몇명 압니다만,
그 연구실에 가보고 정말 열악한 연구환경에 너무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100번 양보해,
배반포까지 가는 기술이 실제하고, 그것을 줄기세포로 뻥튀기한 죄를 사하여 주더라도
과연 그 기술이
지금도 묵묵히 피펫을 잡고 실험을 하는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의 기술수준과 비교해
얼마만큼 선택과 집중에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다음 글은 bric에서 퍼온 글입니다.
블랙유머네요..
줄기세포연구가 당장의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동의합니다. 물론 현재의 줄기세포 연구의 수준에서 볼 때 치료용 줄기세포라는 것은 한참 멀었고, 그나마 유력시되는 질병모델이나 연구용 cell-line에 대해서도 그게 얼마나 실용 가치가 있는지 회의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생물학, 혹은 의학이 부가가치를 낳는 유효한 도구로 인식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과연 경제적으로 유망한 결과를 낳았던 것은 매우 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어떤 연구가 과연 경제적으로 유망한지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플로리와 체인이 이를 대규모로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지 않았다면 20세기 항생제 혁명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천연 페니실린을 구하지 못해 죽어갔을 것입니다. 이 플로리와 체인의 모델은 바로 현대 제약산업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사실 무엇이 진짜 돈이 될지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비아그라는 원래 관상동맥심장질환치료제로 개발되었던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심장병 치료제로서는 문제가 많았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심장병치료제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화이자에게 남겨주게 되지요. 줄기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줄기세포 자체가 치료용이 못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병 모델도 지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 뜻밖의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아폴로 우주계획의 가장 유용한 부산물은? 몇 명이 달에 갔다 왔다는 게 아니라 테플론 프라이팬이었습니다. 안 쓰시는 가정 없지요.
내게 1억원이 있다면 루게릭병 치료제보다는 우울증이나 발기부전치료제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하겠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요. 말라리아는 전 세계 인구의 2/3가 걸려있는 병이지만 어느 제약회사도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습니다. 그 2/3는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죄송하지만 좀 냉소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BT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길..
1. 단일민족의 장점을 살려 전국민의 유전자DB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자다형성을 규명하는 연구.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있지만 어차피 주민등록증 만들고 지문 다 찍는 나라에서 그까짓게 대수인가요?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도 다 유출되고 있는데...
2. 체세포복제배아연구. 비록 황우석의 황당한 짓은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서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하는 애국적 여성들이 줄을 잇는 나라는 달리 없을 것입니다. 황우석이 몰락해도 누군가가 뒤를 잇지 않을까요?
3. 줄기세포 및 세포배양 관련 연구. 이렇게 싼 인건비로 고급 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달리 없기 때문에 매일 매일 들여다보아야 하는 labour-intensive한 연구에는 적격이죠. 그리고 배양 조건을 달리 해 보는 지극히 단순하고 짜증나는 작업에도 이력이 난 순진한 연구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4. 신약의 임상시험(clinical trial)-20대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루타 아르바이트"라고 이미 명명까지 된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다면 아시아권에서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아시아인의 약물반응을 살필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인권이나 윤리의식이 별로 없는 점도 큰 장점이겠죠. 반면 이 연구를 수행하는 의료진이나 학자들의 (생물학적)지식 수준은 (중국보다는)높구요.
5. 제대혈 및 태아줄기세포 연구-제대혈은 재료가 무궁무진하게 있으며 꽤 유명한 탤런트들도 뭔지 모르고 광고에 나오고 있으므로 단시간에 많은 샘플을 확보하여 연구하기 좋은 주제이죠. 태아줄기세포는 일년에 30만건이라는 낙태아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6. 유전자검사 연구-지능부터 롱다리, 체력에서 사교성까지 모든 것을 다 예언할 수 있다는 대단한 생명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성장은 맡아 놓았다고 보입니다. 이들은 한 가지 gene locus로부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예언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연구는 molecular biology의 기초적인 mechanism 연구(당장 성과가 없는 기초 연구에는 아무도 돈을 안 댐), ion channel등 cell physiology의 기초적 연구(마찬가지), bioinformatics등 수학이나 정보학과와의 학제간 협동이 필요한 연구(교수들 간에 절대 협동이 안 되기 때문에), 신약개발(개당 10억 불? 그 돈을 누가 대나)등일 것입니다.
쓰다보니 뭘 말하려는 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뭐든지) 열심히 하다 보면 건지는 게 있지 않을까요? 아마 그게 황우석 교수님의 전략이었던 것도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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