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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0년이면 강산, 아니 DAC급이 변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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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00: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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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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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0년이면 강산, 아니 DAC급이 변하더라...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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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은 [가입일자 : 2002-11-2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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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업데이트
리뷰를 올린 후 2주를 넘게 더 들어보면서 느낀 점과 알아낸 점을 업데이트 하여 절반 가까이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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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DAC가 하나 있습니다.
이 제품은 DSD도 지원이 되지 않고, PCM 24/192kHz, USB도 24/96khz까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Asynchronous USB 입니다.
코액시얼 동축 입력은 하나, 옵티컬 입력은 두개의 단출한 입력입니다. (그나마도 동축 입력을 사용하면 옵티컬 입력은 하나만 사용이 가능 합니다.)
그 흔한 LCD화면 하나 없습니다. 유저에게 알려주는거라곤 신호가 들어온다는 녹색 led 하나가 고작 입니다.
구성품도 싸구려 스위칭 아답터 하나 덜렁 넣어줍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제품의 무게는 고작해야 2킬로가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스테레오파일 2014년 Recommended Components A클래스에 등재되었습니다.
이하 ‘14덱’이라 부르겠습니다.
여기 또 하나 DAC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2002년 발매 당시의 기술의 한계로 DSD가 지원되지 않고 당연히 USB 입력은 없으며, 옵티컬 하나에, 동축 입력은 두개가 있지만 BNC 단자 입니다. 하이엔드용 CDT 연결용으로 AES 입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 가문의 제품임을 나타내듯 출력 단자는 언밸런스 밸런스 한조씩 지원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블럭을 통째로 절삭한 케이스가 인상적입니다.
당대의 명기로 소문이 나서 꽤 비싼 가격임에도 DAC 단품으로는 드물게 수십만개의 판매고를 올립니다.
이 제품은 스테레오파일 2004년 Recommended Components A 클래스를 자랑하는 코드 Chord DAC 64/mk2 입니다.
이하 코드64로 부르겠습니다.
이 리뷰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8년 5월말 꽤 많은 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 14덱으로 듣다가 정말 황당하게 소리가 좋아서, 꼼짝 없이 앉아 다섯시간을 연속으로 이것저것 새벽녘까지 듣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게 되어서 입니다.
아마도 그날 따라 좋게 들린 이유는 공기 중의 습기와 진공관 앰프의 조합인 때문도 있을 것 입니다만, 오디오파일이라면 몇번 경험해 보셨을, ‘귀르가즘’?? 뭐 그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JBL 스피커 청음회에 갔다가 인사차 들렀던 차에, 한번 들어보라며 받은 제품이고 가격대를 보거나, 외관, 브랜드 이미지 등등을 봤을 때 기대도 안해서 더 큰 충격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다음날에야 검색해 보니 이 14덱이 이미 2014년도에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에 등재되었다는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인 비청에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인 비청에 앞서, 캠브리지 오디오 Cambridge Audio Azur 851N 와의 비교.
캠브리지 오디오 851N은 어느정도 성능이 되는 프리앰프가 아니면 파워앰프에 직결하는게 더 좋았습니다만, 가변 출력이 되지 않는 14덱과의 비청을 위해 필자가 보유한 보급형 인티앰프에 물리니 14덱에 비해 여러 면에서 모자랐습니다. 851N의 Minimum Phase Filter를 작동 시키면 듣기는 편하지만, 소리 끝이 뭉툭해지면서 음장감이나 해상도에서 손해를 봅니다. Linear Phase Filter를 키면 모든 면에서 개선이 되지만 14덱에 비해 밝고 가늘게 들립니다. 케이블은 851N에 체르노프 클래식 파워케이블을 사용했으니 오히려 더 좋은 케이블을 사용했음에도 그렇습니다.
본격적인 비청, '14덱' VS Chord DAC 64mk2
그래서 이왕이면 제대로 비청해보자는 생각에 그동안 듣고 싶었던 코드 DAC 64mk2를 들입니다.
그런데 AB 비교가 만만치 않습니다. 851N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활용하여 동축 출력으로 14덱과 코드64에 물리니 이건 뭐 둘다 소리가 물러집니다.
특히나 코드64의 소리는 좋게 말하면 리퀴드 하고, 어둑어둑 합니다. 이건 14덱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정도가 좀 덜합니다.
부랴부랴 파워앰프를 새로 수배하고 AES 디지털 케이블을 구해서 물려보니 한결 낫습니다.
결국 테스트 세팅은,
프리: 나드 325BEE
파워: 프라이메어 A33.2
케이블: 체르노프 클래식 스피커 케이블, 체르노프 클래식 파워케이블, 네오텍 3001 인터케이블, 저렴한 장터발 자작 인터케이블, 체르노프 클래식 usb케이블, 오디오플러스 AES 디지털 케이블
소스: 캠브리지오디오 851N
코드64의 램버퍼는 1단계로 고정.
코드64에는 AES 디지털 출력으로 연결, 14덱에는 USB와 동축 연결로 테스트.
이 둘의 특성을 좀 문과스럽게 표현하자면,
코드64는,
녹음실 밖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스튜디오 모니터로 잘 믹싱된 음원을 듣는 느낌이라면,
14덱은,
녹음실 안에서 연주자들 사이에 앉아서 듣는 느낌입니다.
코드64의 소리는 좀 냉정하고 객관적 입니다.
코드64가 14덱에 결정적으로 밀린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인 '음악성'에서 입니다. 같은 곡을 들어도 뭔가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좀 모자랍니다. 한발짝 물러나서 조망하는 느낌이지, 연주자 또는 가수가 들려주고자 하는 감정을 느끼기에는 좀 아쉽습니다. 가령, Fazil Say가 연주한 Bach - Violin Solo Partita No.2 BWV1004 (Busoni) 를 코드64로 들어보면 뭐하나 모자람 없이, 유연하게, 공간을 채워주는 연주가 나옵니다만, 14덱과 비교하면 그 마지막 하나 가슴을 때리는 그 무언가가 모자랍니다. 또 Damien Rice의 Blower's Daughter를 들어보면 차이가 좀더 느껴지는데, 14덱이 전해주는 Damien의 뉘앙스와 첼로의 울림이 더 호소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애매한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있나 하고 며칠을 더 들어봤습니다.
코드64의 음역대 밸런스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에 걸맞게 훌륭합니다. 든든한 저역대를 기반으로 플랫하게 고음역대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게 업샘플링의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메리디안 프라임 DAC에서 느껴지는 그 오묘한 부드러움이 고음의 엣지 끝에 존재 합니다. 살짝 들어간듯한 중역대의 효과 때문인지 스테이징도 넓은듯 들립니다. 고음의 개방을 논하기에는 제 프리앰프의 한계 때문에 아마도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14덱은 입력 받은 모든 신호를 일단 24/192kHz로 업샘플링 해서 아날로그로 변환해서 내보냅니다. 이런 기능을 끄거나 할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위적인 업샘플링을 했다는 그런 노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업샘플링을 한다는 것도 소리에 감동을 받은 이후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발견한 사실입니다.
업샘플링을 한다지만 착실하게 레코딩 된 그대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저역대는 코드64에 비해 한끝차이로 양감은 적게 느껴지고 그 테두리가 약간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고음대에서는 코드64의 오묘한 고음의 끝에 맺히는 리퀴드함은 없습니다만, 음의 엣지에서 거리낌이 없으며 섬세하고 세밀합니다.
음악의 핵심은 중음!
우리가 듣는 음악의 대부분은 사실 중음대에 위치합니다. 대부분의 악기와 보컬이 이 음역대에 위치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음역대가 인간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음역대라서 가장 민감합니다. 가장 민감하니 약간이라도 모자라면 가늘게 느껴지고, 반대로 양감이 지나치면 시끄럽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도드라지면 고음과 저음이 상대적으로 잘 안들려서 오래된 라디오 소리가 나오게 되고, 그렇다고 고음과 저음을 강조하면 대부분의 악기 소리나 보컬이 묻히게 됩니다.
소위 음장감이 넓게 느껴진다고 할때, 또는 음이 고급스럽다고 할때는 대개 중음이 상대적으로 살짝 적을 때 이런 평가를 할때가 많습니다. 관건은 이렇게 중음이 살짝 적다는게 얼마나 눈에 띄지 않게 하는거지요. 코드64처럼 중음이 살짝 들어가면서도 밸런스가 뛰어나게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중음이 도드라지면 무대감은 좁게 느껴지지만 보컬 등은 듣기 좋게 되겠지요. 웨스턴 사운드가 이렇지요.
14덱의 고음과 중음, 특히 중음은 가림막 없는듯이 생생 합니다. 녹음실 안에서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는걸 듣는것 같다고 했죠? 이런 특성이 필자의 스피커인 스펜더 SP1의 스튜디오 모니터급의 중역대 특성과 상승 효과를 일으켜서 보컬 위주로 녹음된 음원들을 들어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Sara K.의 Vincent를 들어보면 코드64에서는 Sara의 숨소리가 들리는구나, 이런 식이라면, 14덱에서는 아 이 사람이 지금 내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구나 라는 식입니다. Damien Rice의 Elephant를 들어봐도, Damien의 절규를 느끼기에는 단연 14덱이 낫습니다. 중음에 살집이 있으면서도, 너무 도드라져서 고음과 저음을 가리지 않고, 촘촘하면서 라이브 하지만 들이대거나 포워드 하지 않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놀라운 튜닝 입니다. 스펜더 SP1의 특성과 딱 맞아떨어져서 일까요.
그리고 김광석...
이 리뷰를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하는 이유가 14덱과 김광석이 정말 잘 어울린 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김광석의 수많은 사골 앨범들이 다 좋지만 최근에 저 혼자 재발견한 앨범이 '노래이야기+인생이야기' 앨범 입니다. 소극장 공연 중심 앨범이라 음질 자체가 스튜디오 앨범보다 더 좋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훨씬 더 현장감이 있습니다. 이 앨범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하모니카 연주 부분부터 일단 가슴을 파고 듭니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면서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는것도 보입니다. 김광석의 창법은 요즘 나오는 가수들의 기교에는 못 미치지만, 가사 하나하나 가슴을 절절히 울립니다. 두터운듯 하지만 둔하지 않고, 뻗는듯 하지만 날리지 않습니다. 통기타의 자잘한 디테일과 보컬의 주요 음계를 던져줍니다. 콘서트장을 울리는 잔향 마저도 생생합니다.
코드64로는 클래식이나 대편성, 재즈 등을 많이 듣게 된다면 14덱으로는 보컬 곡이 압도적으로 많아집니다. 다른 장르를 못한다는게 아니라, 보컬 음악의 재생력이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필자의 스펜더 SP1과의 상승효과 때문일수도 있습니다만, 제대로 잘 튜닝된 꽉찬 밀도있는 중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걸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DAC가 어떤 제품이냐구요?
출시가 $299, 지금은 25만원에 신품으로 팔리고 있는 제품이지요.
출시된 해, 2014년에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를 차지해 버리고 맙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뮤피 V90 DAC는 아마도 가성비로는 꽤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리라 예상합니다. 다만 이 DAC는 Linear Phase Filter를 극한으로 추구해서인지 타이밍이라든지 해상도, 음장감에서는 하이엔드급 성능을 자랑하지만, 부드러운 아날로그 성향에 저역이 빵빵한 그런 성향은 아니라는 사실은 유념하셔야 합니다.
한가지 더, 출시 그대로 듣지는 않았고 리니어 전원 (12V) 을 사용했다는걸 알려드립니다. 이것도 음질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믿습니다. 요즘 12V 리니어 전원 구하기가 어렵지 않으니 한번 이것도 고려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코드64 또한 십년전에 스테레오파일 A에 등재되었고 베스트셀러이며 중고로도 가성비가 출중한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품입니다만, 역시 세월 앞에 장사 없습니다.
물론 같은 A클래스라고 코드64와 뮤피 V90이 동급으로 판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V90의 A클래스는 가성비를 고려한 A클래스이고, 코드64는 실력으로 올라간 A클래스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코드64가 뮤피V90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저역대와 음장감밖에 없으며, 그외 고음역에서의 해상도, 중역대의 충실함에서 결코 코드64가 낫다고는 할수는 없고, 이부분에서는 오로지 취향에서 갈린다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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