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라 하면 오디오로 가능한 최고 등급의 소리를 재생하는 기기라 정의할 수 있을 듯 한데,
과연 그런 소리란 어떤 소리인가에 대하여 사람마다 가진 인식은 좀 다를 것도 같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하이엔드 소리(좋은 오디오 소리)에 대하여 몇 마디 풀어보고자 합니다.
1. 실음 재생 측면
오디오란 실음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태어난 물건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음이란 것은 한 가지가 아니고, 콘서트홀, 리사이틀홀, 야외무대, 작은 룸에서의 소편성 등 그 상황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여러가지 특성의 소리를 내어줍니다.
또한 그런 실음도 음반제작 과정에서 수음 마이크의 특성과 제작자의 믹싱과 마스터링 조작, 그리고 그 작업에 동원되는 기기들의 특성이 들어가 이미 왜곡이 되어버리죠.
그러므로, 하이엔드소리를 실음과 최대한 동일한 소리다... 할 때, 그 여러 부류의 실음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게 가능하지 않고, 그대로 재현을 한다는 것도 확률적으로 희박하므로, 이런 걸 따지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디오재생음이라 하여 굳이 그 모호한 실음과 구분하여 마치 격을 나누듯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고,
오디오재생음도 그러한 실음의 한 부류로 볼 수도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 모호한 실음을 쫓아가기 보다는 그 자체로 듣기 좋고 감흥을 주는 소리로 튜닝되어진 오디오가 하이엔드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2. 하이엔드 오디오 소리의 특징
일단 고역대(중고역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다듬어진 고역대...
거칠거나 날카롭거나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결코 답답하지 않은...
이건 대역별 밸런스도 잘 맞아야 하고 기기 자체의 음색/성향도 그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기 바꿈질을 해 보면 의외로 이게 충족이 되는 기기 및 매칭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더군요...
다음은 저역입니다.
양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면서,
깊으면서도 풀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 저역은 중고역보다는 손쉽게 취할 수 있는데,
문제는 잘 다듬어진 중고역과 이러한 저역을 함께 가진 제품은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낮은 가격대에서는 더욱... 이란 점입니다...
다음은 중역입니다.
고역도 좋고 저역도 좋다는 느낌을 받는 오디오는,
자칫 중역이 허전한 경우가 많더군요. 소릿결도 가늘어지고...
뭐든 하나가 부족해지면 옆의 것이 더 커 보이게 되는 것이니까요...
중역까지 빠지지 않으면서 고역과 저역까지 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매칭은 더더욱 찾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충족이 된다면, 하이파이에서 얘기하는 스테이징이니 다이나믹이니 과도응답이니 투명도니 하는 것들은 따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자연스레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구요...
3. 정리
대체로... 안타깝게도... 가격대가 높고 인지도가 있는 기기들이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가격이 이러한 성능과 비례하는 것을 발견할 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의 가치를 책정하는 시장가격이란 것이 결코 그냥 형성된 것이 아니며, 오디오쟁이들의 귀는 상당히 예민하였다는 것을 느낍니다....
부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튜닝인 것 같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소수가 아닌 다수의 귀에 맞추어진, 그러면서도 매칭에의 관용성이 있게 제작/튜닝하는 것....
하이엔드 오디오는 소리를 제대로 아는 제작자가, 제품 성향이 최대한 객관성을 가지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튜닝해내는 제품이며,
그 소리는 “별 특징이 없는 평범한 소리인데 딱히 단점도 찾기 어려운 소리...”
즉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리.. 이것이 하이엔드 소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리는 장르를 편식하지 않고,
귀가 편안하면서도 소리가 멍청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음악에만 몰입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