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왜 진실에 집착하는가? 증거가 없다면 과학이 아니다.
이번 줄기세포 공방을 바라보면서 크게 느낀바가 하나 있다면, 과학자들 포함한 과학도와 일반인들의 과학, 과학 논문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초기 공방에서 일반인들은 별문제 없는 사소한 실수, 혹은 데이터 수정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참고로 필자의 영역, 의학 영역에서 논문을 써본 경험을 말해보고자 한다. 몇 편 안되는 논문이지만, 논문 쓰기를 통하여 새롭게 학문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알게 된 경험이다.
처음 전공의 과정에서 논문을 쓰는 과정은 솔직히 스트레스뿐이었다. 경황없이 지도교수로부터 지적 사항을 수정하기를 수십 차례를 거듭하고 학회에 논문을 보낸 뒤에도 그저 지적 사항을 수정하여 논문이 통과되어 실렸을 뿐이었다. 그때는 경황없이 그저 논문이 통과되어야 전공의 과정을 마칠 수 있었으므로 바쁘고 피곤한 공의 과정 중에 쓰는 논문이라 다른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거의 없었다. 다만 쉼표 하나, 숫자나 용어의 위치하나, 문구 하나하나의 형식을 일일이 지적하는 지도교수님과 학회 논문위원회의 형식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용은 별로 지적을 하지 않고, 극히 사소한 글자의 위치 하나하나에 일일이 지적하는 이유가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다음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다시 논문을 쓰면서, 차츰 차츰 왜 그러한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논문 심사를 할 때에는 제일 먼저 형식을 본다. 형식을 보되, 절대로 대강 대강보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쉼표 위치 하나라도 잘못되면 반드시 지적한다. 그런데 그 지적 사항이 얼마나 정확한지,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였다. 틀렸다면 쉼표 하나, 글자 하나도 틀림없이 찾아내는 심사위원의 능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오랜 경험이다. 오랜 경험으로 논문을 보아 온 사람에게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 아무리 사소한 실수, 오류라도 한 눈에 들어온다. 뿐 만 아니라, 논문의 내용에서도 미진하게 생각하였던 부분,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겠지, 모르겠지 하고 어설프게 넘어가려던 부분을 100% 정확하게 지적하지 않는가? 그 덕분에 미진했던 부분을 더 공부하고, 더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몇 가지 치료 방법을 두고 어떤 방법이 조금 더 좋은 방법인가를 논한 단순한 논문에 불과하였지만, 숱한 형식과 내용상의 문제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심지어 직접 실험을 통하여 논문의 문제점을 제시하여 완성도 높은 논문을 쓰게 해주신, 논문을 심사해준 학회 논문 심사 위원 담당 위원께 더할 나위 없는 감사를 표하고 싶을 뿐이다. 이러한 논문 쓰기를 바탕으로 필자의 글쓰기 또한 큰 영향을 받았다. 철저한 증거를 바탕으로, 모든 경우를 생각하고, 자신의 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쓰게 되었다.
한번이라고 과학 논문을 써 본 사람이라면, 아마 다른 학문의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지도 교수로부터 혹독하리만치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조차 작은 실수도 반드시 원저자로 하여금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함을 알고 있다. 참고로 논문의 수정은 반드시 원저자로 하여금 하게 한다.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논문을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문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과학 논문은 쉽게 말해 어떤 저자가 논문을 썼을 때, 그 데이터와 수치, 내용은 일단은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가 없다면 과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학회지에 실린 논문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가 없다면 과학연구는 불가능하다. 만약 논문이 조작되었다면, 후속 연구에 있어 엄청난 오류, 그리고 이러한 오류로 인한 혼란과 인력, 예산의 낭비, 이론상의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에 있어 데이터 조작은 학문에 있어서는 최악의 범죄로 본다. 다시 말해, 아무리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학문에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과학은 그 본질상 가치중립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과학에 있어 데이터 조작은 과학 지식 공동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아무리 사소한 조작이라도, 실수에 의하지 않은 의도적인 조작은 학자로서의 생명을 중단시키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엄중하게 다룬다. 다시 말해 신뢰하지만, 신뢰에 반했을 때는 신뢰한 만큼 불신을 받는다.
또한 과학은 200년의 근대 과학의 역사를 통하여, 관념과 투쟁하면서 성립하였다. 오직 증거에 의해서만 말하기란 원칙이 성립하였고, 증거 없이는 과학이 아니다. 그러므로 과학의 생명은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오직 증거에 의해서만 비과학, 관념과 싸워 온 과학자들로서는 증거에 대해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집착한다. 실체적 증거와 논리가 곧 과학의 생명이므로 증거 조작은 과학에 대한 부정이라 볼만큼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는 하얀 거짓말(White lie)이 통용된다. 때로는 의사들도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는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일 뿐이다. 과학의 진실을 부정하는 범죄일 뿐이다. 이러한 차이가 과학에서 진실에 대한 일반인과 과학자의 차이의 한부분이리라 믿는다. 하얀 거짓말을 인정하여야 하는 보통의 사회생활과, 어떠한 거짓말도 용서해서는 안 되는 과학의 차이.
<출처..일반인들에게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않았다가 요즘 갑자기 유명해진 브릭>
-------------------------------------------------------
오랜만에 들렀는데 이곳에서도 황박사 논란이 있군요.
그냥...사건을 바라보는 학자들과 일반인들의 시선 차이를 설명해주는 좋은 글이다 싶어 퍼왔습니다.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후배로서....황박사에게 그리고 자중지란이 일어난 그 팀의 주요 구성원들에게 실망하고있습니다.
황박사를 살려보고 싶은 마음는 십분 이해가 가고 설령 황박사가 미즈메디측의 조작 전문가들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라고 하더라도(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입니다)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만이 실추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우는 길이 될겁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은 라쇼몽이지만....
오리엔트특급살인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