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위대한 쇼맨은 상영관에서 내리기 전에 꼭 보시길. 몇십배 비싼 뮤지컬을 보는 재미입니다.)
뽐뿌에서 알게 된 쿠우 모 회원이 유토피아 질렀기에 잠시 들어보다가 저도 충동구매했습니다.
포칼 베릴륨음색을 워낙 좋아해서 들으면 지를 수 밖에 없었는데 유혹에 넘어갔죠.
왓하이파이의 평가가 무척 살벌하죠.
지상최고의 헤드폰이지만 가격도 넘사벽!
가격만 보면 다른 것은 무의미!
최고의 헤드폰 앰프가 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헤드폰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 모델입니다.
대신에 헤드폰앰프는 오랜 동안 메리디안만 사용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라도는 어차피 팝과 락에 맞는 그리고 비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데, 의외로 AKG K812Pro가 오징어가 되는군요.
그라도는 보칼만 튀어나오고 다른 악기는 죽는 반면에 AKG는 보칼과 악기 모두 뒤로 멀찍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토피아와 비교하니 너무나도 밋밋하게 들립니다.
유토피아는 레베카 페르구손이 Never Enough를 부를 때에 핏대 선 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베릴륨의 위력입니다.
더 그레이트 쇼는 고중저음 모두 테스트하기 딱 맞는 곡이죠.
그라도는 자신의 장기를 만나 시원스러운 저음을 뽐냅니다만 역시나 (상대적으로) 음장감이 없어서 뭉쳐 있는 느낌을 줍니다.
AKG는 모든 악기와 목소리를 최대한 벌려서 충분한 공간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그라도와 같은 매력이 부족합니다.
유토피아는 그라도와 비슷한, 박력 넘치는 저음, AKG의 공간 그리고 압도적인 고음을 들려줍니다.
데논 7200 청음할 때에 쿵하고 깊게 떨어지는 저음이 무척 탐났었는데, 유토피아는 그 이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AKG 812Pro때문에 봉인되어 있던 그라도 RS-2입니다. 이 녀석을 살 때만 해도 더 이상의 지름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박스와 이어패드 모두 너무 허접해서 처음에는 짝퉁을 산 줄 알고 무척 의심했을 정도의 품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땀 등으로 이어패드가 부스러지기 시작하는데 교체용 가격이 엄청나죠.
그래서 중국산 가죽패드 등 여러 개를 구입해봤는데 RS-2용이 아니면 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무척 재미있습니다. 가죽패드를 끼우면 그라도 특유의 저음이 완전히 죽어버리고 상위 모델의 큰 이어패드를 끼우면 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집니다.
이 녀석을 살 때만 해도 "헤드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후회했었죠. AKG 812Pro가 이렇게 초라해질 줄은 몰랐습니다.
광활한 이어컵입니다.
다시 한 번 "미친 짓을 했구나"와 "역시 포칼이다. 이게 제대로지"라는 복잡한 심정을 안겨준 포칼 유토피아입니다. 헤드밴드 연결은 카본입니다. ㅡ.ㅡ
저 안에 베릴륨 돔이 들어있다고 하죠. 차라리 훨씬 싼 포칼 일렉트라 1008be를 책상 위에 올리는게 낫지 하는 후회가 있어서 갈등 중입니다. 다음 달 카드결제액이 나오면 그제야 제 정신이 돌아오겠죠.
유토피아답게 빨간 스티치를 넣은 가죽 케이스입니다만! 만! 만!
차라리 AKG처럼 멋진 헤드폰 스탠드를 넣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포칼은 가죽 케이스에 넣어두라는 소리겠죠.
뽐뿌 쿠우 모 회원에게 음악 들려주고 충동구매하지 말라고 제지하면서 오히려 그 회원따라 제가 훨씬 크게 지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