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오네요^^
시쳇말로 하듯 무슨 공산당도 아니고, 지금이 홍위병이 휩쓸고 다니는 문화혁명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면 의견의 다양성이 있어야 하는만치,
근래 가져왔던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 봤습니다.
이미 여러 곳에도 올렸습니다만, 폭넓게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길고 난삽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요새 정말.. 거창한 표현입니다만, 나라 장래가 걱정되어서
잠이 안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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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의 기초적 문제들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얼기설기 엉켜 분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식민통치 아래서 착취와 고통을 당했고 전쟁, 빈곤의 역경을 거쳤으며 아직도 열강들 틈바구니에 끼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민족으로서 선진국들을 따라잡겠다는 의식과 민족주의, 애국심이 강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거의 전적으로 경제적 외연에 치중한 것이긴 해도 뭇 대중들에게 정신적 가치나 민주, 문화, 생명, 환경, 인권 등은 관념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흔히 말들 하죠. "그게 밥먹여 주냐?"고 말입니다. 우리네의 삶의 궤적이 집약된 말이지요. 서구와 같이 시민의 자발적 투쟁으로 민주와 인권 등의 가치를 쟁취한 역사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빈약합니다. 4.19, 5.18, 6월항쟁 등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 당시에도 많은 대중들은 최루탄 연기에 코를 싸쥐면서 "대학생 놈들, 빨갱이들"이라 했던 게 사실이거든요.
모 언론사의 최근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한국인들 가운데 대다수는 민주적 가치보다 경제적 측면이 훨씬 내지 좀 더 중요하다(훨씬 중요하다고 답한 분들도 30% 정도 되더군요)고 생각합니다. 인권이니, 생명의 가치니, 환경, 민주화니 없어도 좋으니 내 살기에 불편하지 않고 등 따습고 배 부르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사회의 민심인듯 합니다. 저는 이렇게 답한 분들에 대해, 참으로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런 '관념적' 가치들의 부재 내지 결여가 자신의 구체적 삶을 침해한다면 벌떼같이 파르르 떨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관련된 복잡다단한 사태들은 단지 생명가치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러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병폐들을 한꺼번에, 그것도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음을 단적으로 폭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는 2002년 월드컵 당시부터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열광적인 함성에서 우리 한국 사회와 시민들의 역동성을 발견했다는 분도 많았지만, 저는 이런 열광적인 분위기 가운데서 앞서 말씀드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의 전체주의, 이성적 판단과 이에 근거한 상호 토론의 문화보다는 감정적 맹목성의 어두운 면을 감지했던 것이고, 그 때 느꼈던 일말의 불안감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관한 논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 가운데 과연 몇 분이나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어떤 것이고 그에 관련된 생명공학기술적, 윤리적 문제점 등에 대해 알고 계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주위의 다른 분들과 얘기를 해 보기도 합니다만, 일반인 분들은 그저 "황우석 교수는 세계적으로 혁명과 같은 연구성과를 거두었고 이로써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과 장애인들을 고칠 수 있으며 한국이 이 기술을 가지고 마치 산유국이 된 것처럼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배아가 무엇인지(우리가 흔히 사진으로 보는 자궁 안의 조그마한 사람 모양 있지요? 이게 배아입니다. 자궁에 착상만 되면 그대로 성장해서 출산으로 이어지죠), 줄기세포 체취를 위해 배아를 복제하고 죽이는 일이 윤리적인지 비윤리적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을 뿐더러, 황우석 교수팀의 방법은 수많은 줄기세포 연구의 한 방법일 뿐이라는 세계적 현실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이 사실입니다. 난치병이나 장애 극복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하고 선한 일이지만 이를 위한 여러 방법들이 있고 황교수 팀의 방법은 그 중 하나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여러 방법들 가운데 단지 기술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아닌 생명을 다루는 사안에 있어서 목적이 선하다고 어떤 방법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느냐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수적임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빈약한 정보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심층적이고 진지한 보도보다는 대중들의 정서에 영합하여 '팔릴' 만한 기사를 생산해대는 다수 상업 언론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여러 측면이 있습니다. 황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도, 생명공학 기술은 이러이러하게 흘러 왔고 여러 동향들이 있는데, 황교수의 연구는 이러저러한 혁신적인 점이 있고 아직 해결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 그리고 여러 단점들, 또 생명공학 기술은 단지 생명공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사회 전체의 맥락 가운데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지요) 사회 전체적 관계성 가운데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어떻게 충돌될 수 있는가,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인만치 어떤 장점을 갖고 올 수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공부를 하지 않고 바람만 일으키고 선동만 하는 언론 기사가 과연 옳은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명이란 궁극적 가치이고 인간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와 직결된 것입니다. 단지 경제적 손익 계산만으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며, 경제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학적, 미래학적 접근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렇게 얽혀 있는 문제이기에 생명공학의 전문가, 철학이나 종교, 사회학 등 윤리의 전문가, 미래학자 등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겸허한 마음으로 열린 자세, 비판적 자세에서 토론에 임해야 하는 것이고 언론의 자세 역시 그러해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전문 분야들을 상대로 정보를 받아 비전문인인 타 분야의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임무에 지금 언론이 성실하고 있느냐 말이지요. 도리어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혀 성실하다고 할 수 없는 감정적 보도 행태만을 일삼지 않았습니까.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보면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군중들을 상대로 연설을 할 때 모인 사람들은 흥분에 빠져 "에페소인들의 아르테미스 여신은 위대하시다!"라고 연호했는데요, 사도행전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 때문에 모여들었는지 알지도 못하였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19장). 사도 바오로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더란 말입니다. 마치, 초상집에서 아이고~ 아이고~ 애통하게 곡하면서 상주랑 맞절하고 나서,
"누가 죽었는데요?"
이러는 꼴이란 말입니다.
참 어처구니없지만, 마치 이같은 현상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시민 대중들의 다수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다수 언론이 제공하는 편파적이고 빈약한 정보만을 가진 상태이고, 더욱이 경제적 가치만을 선으로 여기고 감정적 애국심에 함몰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토론 과정은 철저하게 무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 배아를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생명 본연에 대한 궁극적 고찰은 물론이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난치병이나 장애 극복을 넘어선 우생학적 맞춤 인간 만들기의 윤리적, 가치적 문제와 이것이 유발할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맹목적 애국심은 싸구려 애국심일 따름입니다. 시민 개개인은 자신이 소속한 국가에 법적 의무를 충실히 하면서 동시에 인간으로써 이웃과 공동체를 위하는 공동선을 지향하며 살아야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런 의무를 다하면서도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입니다. 사랑 이전에 자아의 주체성과 이 주체성에 기반한 결단의 자유가 전제조건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의 사랑은 강압이고, 강압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민 개인의 주체적 결단에 의한 애국심이 아닌 감정적, 맹목적 애국심은 결코 견고하지 못합니다. 강정구 교수 사태에서도 드러난 바지만, 한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나라를 사랑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나 국가정체성에 대해서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금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전체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맹목적 애국심은 국가공동체 내의 다원성과 소수자들에 대하여 다수가 애국심과 다수결이라는 값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탄압과 폭력을 가하는 광기와 파시즘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저는 이러한 애국심이 과연 전쟁과 같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고, 점점 더 다원화되어가고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어떤 비판도 이단시되고 있는 작금의 이러한 '섬뜩한' 전체주의적 사회분위기로는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닌 중우주의로 타락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시민 스스로에 의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요 모양 요 꼴'로 주저앉고 말지나 않을까 정말 걱정될 따름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위의 문제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국내에서 이렇게 우리끼리 다수 여론으로 '조진다' 해도, 그 다수의 분들이 지상선으로 생각하시는 경제적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황교수의 연구는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고, 그 다수 대중들 또한 국제적 쾌거라고 판단되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국제적으로 시작한 일이면 국제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 여성의 난자는 암탉 계란과 같은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수정만 시키면 그대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난자 획득의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이고, 황교수 팀은 본인께서도 시인하고 사과했다시피 이 점에서 잘못을 범한 것이 사실입니다. 첨언하자면 PD수첩의 취재윤리적 부도덕성은 지탄받아야겠지만 그것이 황교수의 정당성을 담보해 주는 것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절차상 잘못이 있었음은 황교수 본인도 인정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도 그런 복잡한 것들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윤리가 밥먹여주냐? 왜 국위를 떨친 위대한 과학자에 대해 이렇게저렇게 말이 많으냐?, 너는 역적이다!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논리로 우리나라 안에서만 무작정 황교수를 싸고돌고 성역을 구축해 봤자 세계의 생명과학계와 외국인들은 황교수 팀을 비롯한 우리를 향해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비웃을 것입니다. 너희들의 수준은 그것 밖에 안 되느냐, 너희 나라는 참 이상하다, 너희 생명과학계는 신뢰할 수 없다.. 이런 반응밖에 안 나올 것 아닙니까?
아무튼, 결코 단순하고 순박하게 바라볼 현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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