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야근에 밤샘을 하는 중이라 이제야 잠깐 짬을 내봅니다.
MBC의 사과방송은 인터넷으로 접했습니다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더군요. 이미 중앙일보등에서 취재과정에서 문제점을 언급했습니다만 한번도 이에 대해서 반응한 적이 없었고 사장단회의까지 주재하고 방영을 결정했다는 말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실랑이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그것도 다른 언론에서 말을 하고서야 인정하다니 이건 상식의 부족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처음에 말했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취재에 강압적인 언행이 있었다는 것은 특종에 대한 조바심이 있었다는 얘기고 이는 지금까지 말한 언론의 사명보다는 특종으로 인한 개인적인 목표가 더 우선이었다는 말 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고 풀리지 않은 문제... 특히 앞으로의 언론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를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지금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왜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됐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태는 누가 만들었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여러차례 얘기했듯이 전 pd수첩이 취재에 나서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그 시도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재과정에서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못한 pd수첩의 과오가 100% 맞고요. 이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겠죠. 언론이 논문에 대한 취재를 왜 하느냐고 그 자체에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의견차이입니다. 100%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고 100%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대가 황우석박사가 아닌 다른 과학자였다고 해도 같은 논란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논의해볼 문제입니다. 취재를 했다는 이유가 pd수첩이 비난받아야할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문제는 취재의도가 밝혀지기 전부터 - 윤리문제를 다룬 첫번째 방영계획이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pd수첩은 욕을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게된 근본원인은 pd수첩의 취재목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pd수첩이 윤리문제를 다룬 방송이 끝난후 광고가 끊기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자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윤리문제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몇가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미즈메디 노이사장이 주장한 40%특허지분의 이면계약이라든가 몇몇 사실을 지적한 부분이 다 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우석박사팀의 생명윤리문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비판의 정도가 지나쳐서 문제인가요? 사실 이런 질문이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었다면 지금 이상황에 오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황우석박사의 공식사과후 모두 가라앉아서 생명윤리문제에 대한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생명윤리문제에 대해서 몇몇분께서 저에게 질문하신 적이 있어서 여기서 간단히 밝히면(이미 한두번은 밝혔습니다) 황우석박사님의 발표대로 난자매매는 몰랐고, 연구원은 자발적으로 기증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저도 황박사님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기본에 깔려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황박사님이라고 해서 사회 아니 국가전체가 한마음으로 그냥 못본척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라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명윤리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논리를 더욱 개발하고 부딪쳐나가면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수 있으며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문제가 이렇게 커진 원인으로 비판의 정도가 심했다는 부분, 일부에서는 황박사를 죄인으로 몰아세웠다는 말을 하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pd수첩을 비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나왔던 논란은 그런 정도의 차가 아니라
황박사죽이기'의 일환이며 특히 종교단체와 가입정당까지 얘기하는 수준에 이렀습니다. 이런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pd수첩을 비난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광고주를 압박하여 광고가 취소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설사 비판의 강도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런 반응이 정당할까요? 뭐 좋습니다. 황박사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다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pd수첩도 그런 원인제공을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비판적인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양쪽의 의견을 균형있게 다뤘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러나 정작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논란이 아주 엉뚱한 방향... 그리고 황박사님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든 것은 그 다음입니다. 윤리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생산적일 수 있었습니다만 진위문제로 불똥이 튄것은 사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만듭니다.
지금 2차방영을 한다고 하는 것이나, 강압적인 취재가 있었다, 제보자가 누구다, 1차검증결과 다르게 나타났다, 국과수가 끼고 서로 진술이 바뀌면서 의혹만 잔뜩 부풀려지며 무려 십여일이 지나갔습니다. 이과정에서 pd수첩이야 어쨋든 가장 큰 피해를 본것은 황박사팀입니다.
당시 정황을 시간에 따라 정리해보면 pd수첩의 광고가 떨어져 나가자 이를 지나치게 생각했던지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습하려고 했지만 중요한 말이 포함되었습니다. pd수첩의 취재의도가 진위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터넷과 방송을 타면서 사태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무리였단 '황우석죽이기'가 사실로 드러났으며 pd수첩의 문제제기가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던 다른 언론들과 정당, 종교까지 아우르며 음로몬까지 나오게 됐죠. 이 와중에 윤리문제를 다뤘던 부분도 황우석죽이기의 일환으로 치부되면서 pd수첩 제작진이 그동안의 취재과정을 밝힌 2차방영을 예고했습니다.
전 이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d수첩 제작진이 먼저 진위여부를 언급했다면 모를까 첫번째 진위여부논란은 미즈메디의 노이사장이 라디오방송에서 꺼냈고, 다음은 노대통령이 확산시켰습니다. 그리고 논란이 커지면서 외신까지 타게됐습니다. 이게 pd수첩의 잘못인가요? 결과적으로 황박사님의 명성에도 흠이 가는 상황이고요. 앞서 말한대로 저는 pd수첩의 취재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별도로하고 취재를 시작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를 이렇게 키운 것은 pd수첩과 함께 정부부터 언론과 여론이 지나친 반응을 하면서 키워나간거라고 봅니다. pd수첩의 취재보다는 과학자들이 스스로 풀수있도록 하는 것이 나았다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언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해외저널에 논문도 실어봤지만 과학이라는 부분은 대한민국 어느곳과 마찬가지로 성역은 아닙니다. 단지 취재목적이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리고 욕을 먹게된 이유가 이렇게 세상에 알려서 논란을 키운거라면 그 비난의 대상은 더 넓어져야 합니다. 황박사팀과 pd수첩의 계약대로라면 검증을 해서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방영을 안하는 것으로 끝났을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외부로 알려져서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될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일단 취재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pd수첩에 제보했다는 논문의 공동저자가 제기한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첫제보를 사실로 확인하게된 증거와 문제가 커진후 사장단회의까지 하고나서도 2차방여을 결정한 이유, 그리고 다소 미숙해 보이는 황박사팀의 대응에 대한 것입니다.
pd수첩이 2차방영을 한다면 앞서 문제는 스스로 밝힐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시점에서는 황박사님도 답을 해야되는 상황입니다. 설사 pd수첩과 mbc가 이번일을 이렇게 사과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수준으로 끝낸다 하더라도 진위여부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mbc가 물러난다면 취재과정에서 문제점 때문이지 스스로 진위여부 의혹을 풀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가장 궁금한 것은 왜 1차검증에 사용할 시료를 줬고 하필 그 시료에 문제가 있었냐는 겁니다. 단순히 주라고 협박하고 해서 준거라면 더더욱 확실한 시료를 주거나 같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합니다(변호사까지 선임한 것을 보면 상당한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만). 검증부분은 황박사님팀에서 검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싸움은 있었겠지만 이왕 검증을 허락했다면 그런 방법을 찾아서 했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황박사님이 냈던 논문은 새로운 이론이나 가설을 만든 것이 아니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배아복제 성공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 방법으로 성공했다라는 논문입니다. 즉 설사 진위여부를 가린다하더라도 논문자체에 대한 문제는 아니며, 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그러니 특허를 낸것이죠). pd수첩이 어떻게 나오든 황박사님 팀에서 대응하기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취재문제처럼 이부분에서 pd수첩이 오류를 범하고도 숨기는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것은 아직은 알 수 없으니 더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논란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단 pd수첩도 2차방영을 결정못하고 있고 황박사님팀도 기자회견을 연기하는 등 일단은 서로에 대한 공방은 황박사님팀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pd수첩 담당피디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끝나도 끝난 것은 아닙니다. 모쪼록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모든 의혹이 다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pd수첩사태는 우리에게 큰 학습효과를 줬습니다.
혹시라도 언론이 대중적인 인기를 이유로 어떤 성역을 만들어 비판을 꺼리는 일이 생기지 않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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