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진실 보도’ 완승



‘언론권력 시리즈’ 승소 의미

‘정권결탁’, ‘사주 친일행적’ 모두 인정



서울고법 민사14부가 29일 동아일보사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2001년 ‘언론권력 시리즈’를 놓고 벌어졌던 한겨레와 조선·동아일보의 4년여에 걸친 사실 다툼은 막을 내렸다. 법원은 조선·동아일보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한겨레 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2심 진행과정에서 소를 취하한 조선일보사와 달리, 동아일보사는 자사와 관련한 23건의 기사 가운데 사옥과 동아마라톤재단을 둘러싼 의혹, 일제시대 친일 곡필 의혹 등 17건의 기사와 3건의 만평에 대해 1심 소송 내용을 항소심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아일보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쟁점 모두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겨레의 보도·만평은 국내 중요 언론사의 과거를 재조명함으로써 비대화되는 언론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권-언 유착과 친일 행적을 다루고 있어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아투위 대량해고=‘유신정권의 동아일보 광고탄압 당시 기자들은 적극 맞서 싸우려 했으나, 김상만 사장은 적극적으로 싸울 의지가 부족했고,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펼치며 정권에 맞서 싸운 기자들은 정권과 결탁한 사주에 의해 해직됐다’는 보도에 대해, 동아일보사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정권과 비공식적인 접촉조차 없었다”며 “악의적인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여러 증거들과 김인호 당시 광고국장의 법정증언 등을 종합해 “광고탄압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해 최초 18명을 해고한 것은 적법한 경영상의 판단이라 하더라도, 그뒤 한달여 동안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주도하며 유신정권과 긴장관계에 있던 기자들을 대량해고한 점 등을 볼 때 김상만 당시 사장은 광고탄압에 적극적으로 싸울 의지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런 대량해고는 단순한 사내분규 이상의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여, 그동안 법적으로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직으로 돼 있던 동아투위 강제해직 배경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친일행적 등=재판부는 동아일보 사주였던 김성수 명의로 <매일신보>에 게재된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대의에 죽을 때-황민됨의 책무 크다’ 등의 친일 논설이 누구의 글이냐는 쟁점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이를 김병규가 대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원고들이 자인하듯, 이 사설들을 싣기에 앞서 김병규가 김성수에게 글의 내용을 보이고 김성수가 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이를 게재했다는 점에서 김성수 자신의 글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결론지었다.



지하철 1호선 노선 변경=<한겨레>는 지하철 1호선 종각~시청역 구간의 곡선 반경이 약 140m의 급곡선으로 설계된 것은 동아일보사옥을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동아일보사 때문에 애초 노선이 변경된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 구간에서 과다한 소음이 발생하고 레일을 자주 교체해야 해 비용도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쪽은 △지하철 1호선의 노선 자체가 변경된 일이 없고 △당시 동아일보사는 정부와 갈등관계에 있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급곡선이 된 데에 다른 여러 원인도 작용했겠지만 동아일보사의 반대가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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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이 기사가 아래글과 연관되어질 수 있어서 적절하지 못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알지만... 중요한 뉴스가 묻히는 것같아서 그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