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음역대와 고음역대가 약간씩 강조된 성향이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강하다. 부드럽거나 따뜻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2. 저음의 양이 약간 많은데,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는 않지만 가끔씩 다른 소리를 잡아먹는 마스킹현상이 들리기도 한다.
북쉘프스피커치고는 제법 낮은 저음까지도 잘 나와주며, 특히 인상적인 점은 바닥에 깔리는 저음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건 보통 톨보이에서나 가능한건데, 1008 Be는 기특하게도 이걸 해낸다. 밑바닥에 깔려서 은근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능력이 있다.
다만 이것이 약간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기도하는데 킥드럼이나 콘트라바스처럼 낮은 저음 악기들의 디테일이 다소 부족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살짝 두루뭉술하게 들리는 것이 옥의 티이다.
3. 저음의 성향은 권투글러브를 착용한 강펀치이다. 저음의 에너지감이 상당히 크고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맨주먹같은 느낌은 적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느낌은 적으며, 땡글땡글한 느낌도 아니다. 적당한 스피드에 묵직한 맛이 있는 저음이다.
낮은 저음역대까지도 잘 나와주고 박력도 있다보니 영화를 볼때에도 제법 만족스럽다. "이정도면 서브우퍼가 따로 없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물론 실제로는 서브우퍼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리라.
4. 고음역대는 일렉트라 라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모델명에 베릴륨의 원소기호인 "Be"까지 붙여놨을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금속트위터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하는 것이 베릴륨트위터가 아닐까싶다.
1008 Be에도 베릴륨트위터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것에 의해서 들리는 고음역대의 소리가 참 재미있다. 금속유닛 특유의 카랑카랑한 맛이 있으면서도 이른바 귀를 찌르는듯한 "쏘는 소리"의 느낌은 적다는 것이다. 금속트위터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여전히 유지하는 것이 베릴륨트위터의 특징인듯하다.
5. 고음의 성향은 "찰랑찰랑"은 아니다. 그런 발랄함을 가진 것이 아니고 "촤차창촤창"이 적절한 비유일듯하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달달한 고음이 아니고 진지하게 쏟아내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조금 나댄다싶기도 하다. 하이햇을 들어보면 혼자서 너무 잘 놀아서 다른 악기들을 일거에 뒤로 밀어내버린다.
과유불급이라고 이런 특징은 조금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어보인다. 매칭의 묘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6. 저음은 음선이 두껍게, 고음은 음선이 얇게 들린다. 그 둘사이를 중음역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주어야 하는데, 그 둘의 성격이 워낙 강하다보니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상이다.
7. 보컬곡들은 대체로 평이하다. 다만 Adele처럼 강한 목소리는 더욱 쎄게 들리는 경향이 있어서 듣기에 불편하다는 생각도 가끔 들게한다.
현악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현의 떨림이 눈앞에 그려지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고음역대의 소리는 디테일이 뛰어나다.
기타를 튕기는 소리 역시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락, 메탈로 넘어가면 이건 "내 세상이다." 저절로 몸이 흔들리며 때리는 소리, 부수는 소리, 달리는 소리에 제대로 취할 수 있다.
대편성 교향악의 경우는 의외로 어울리지 않는다. 저음역대의 소리들이 디테일이 떨어지는 탓인지 하나하나의 악기들을 제대로 잡아낼 수 없어서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점을 볼때 제어력이 좋은 앰프와 연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8. 무대의 크기는 제법 넓게 그려진다. 스피커 밖으로 30cm 정도는 더 펼쳐진듯한 느낌이 든다. 벽면을 가득 채우지는 못하지만 여타 북쉘프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내는 듯하다.
다만 초점이 매우 뚜렷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다. 위치는 잘 잡혀있지만 각 소리의 덩어리들이 살짝 큰 사이즈로 분포한다.
특이하게도 음상이 살짝 위에 잡혀있다. 양 스피커의 윗면을 잇는 선을 하나 상상하면 그 선 위로 40cm
정도는 위로 올라간 위치에서 보컬이 자리를 잡는다.
9. 1008 Be를 한참 듣고 나서 느낀 점은 마치 부슬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소낙비는 맞으면 아프다. 그리고 단 수십초만에도 온몸이 물에 빠진 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슬비는 수십분내지 수시간을 맞아야만 온통 젖게 된다. 무슨 말인고하니 1008Be는 당장 듣기에는 피곤한 느낌이 별로 안들지만 1시간 정도 듣다보면 상당히 피로해진다는 것이다. 소리 자체가 힘이 있다보니 지속적으로 듣게되면 귀가 피로해지는 경향이 있다.
긴시간동안 듣기보다는, 짧고 굵게 한바탕 뛰놀기에 적합한 스피커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판단이므로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10. 북쉘프스피커이지만 일반적인 방에서 운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거실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해보인다. 또한 소스기기나 앰프와의 매칭이 상당히 까다로우면서 중요할 듯하다.
3. 외형디자인을 보실까요
고놈 참 자알생겼따아~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디자인입니다.
확실히 프랑스 사람들이 디자인을 잘해요.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