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엊그제, 6만원짜리 신호위반 법칙금 스티커를 발부받았습니다. 그것도 밤 12시5분이 지난 시각이었고, 장소는 당연히~~~ 위반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일 정도로 평소에도 차량출입이 전혀 없는, '특수목적의 경찰관련 관공서 건물'만을 위해 사시사철, 주야장창 24시간을 자동 프로그래밍된 신호체계 그대로 작동시키고 있는 신호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입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예고입시 준비 때문에 학원에서 밤 12시까지 실기연습을 하던 큰딸을 태우고 일산방향으로 넘어가는 서울경계 지역에서 였습니다. 제 입장에서 그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자면, 그 밤늦은 시각에 '으슥한 곳에 몸을 숨기고 군침을 삼키며 먹잇감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경찰의 실적단속'에 걸려든 것이지요. 혹시라도 제가 반정권적인 시각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고 계시는 민중의 지팡이들까지 마구잡이로 매도하고자 이 글을 올리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 상황에서는 아마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화를 냈을 정도로 '야비한 표적 내지는 함정단속'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좀 더 읽어보시면 됩니다.
저보다 먼저 단속되어 역시 6만원짜리 스티커를 사정없이 발부받은 사람은 길길이 화를 내면서 마침내는 단속경찰관에게 벼라별 쌍욕을 퍼붓더군요. 그 사람의 행동을 격려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마침내 그 사람이 'XX 새X들, 평생 이 짓이나 해 쳐먹어라'는 욕으로 분풀이를 마무리하고 떠날 때까지,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은 단속경찰관의 자신없는 응대의 모습 또한 '대한민국 공권력의 추락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정도였지만.. 무엇보다도 '외견상 정당하지 못한 공권력의 집행'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 같아보여 기분이 착잡하더군요.
어찌되었건, 앞 사람이 워낙 난리를 피는 통에 조용히 스티커를 받아들인 저는 그 다음날 이 건에 관해 해당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신호등을 '하다못해 일정한 시각이후에라도 점멸방식으로 변경작동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1) 해당 신호등 전 30m와 후 50m 지점에 이미 신호등이 각각 설치, 가동되고 있어 사용자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2) 서울 경계지역으로, 평소에도 일반 보행자 이용이 거의 없는 도로상에서 건널목을 위한 신호도 아니고 평소는 물론, 밤시각에는 전혀 출입차량이 없는 '소규모 경찰관련 건물' 출입차량만을 위한 신호등을 24시간 내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은 절대다수의 사용자 편의를 무시하는 관치행정의 본보기이다.
3) 그것도 모자라 그 밤늦은 시각에 그런 무의미한 신호를 위반차량을 표적단속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 혹시, 이런 식으로 껀수를 올리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신호등이냐?
4) 아울러, 이런 비효율적 신호등 운영 및 단속으로 인해 공권력의 표상인 경찰 공무원의 이미지 추락에 대한 손실을 생각하라
는 정도의 취지의 내용입니다만... 뭐, 신호체계 운영권한은 서울시경이 쥐고 있어서 건의를 해보겠다는 둥.. 대략 물건너 갔다는 생각입니다.
2. 이런 차에... 오늘 의미있는 기사가 하나 있어서 골자만 소개해 드립니다.
경찰청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 신상진(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간 범칙금 및 과태료 부과현황'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속도위반, 신호위반 등을 이유로 부과한 범칙금과 과태료는 총 2조1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범칙금, 과태료 부과는 2003년 5933억원에서 2004년 839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가 올해는 10월까지 6777억원을 기록했다. 법규위반별로는 속도위반이 1조5027억원으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고, 신호위반 2120억원과 중앙선 침범 207억원이 뒤를 이었다. (출처 : 문화일보)
이에 따른 적발건수는 모두 43,251,931건이랍니다. 대한민국에서 굴러다니는 차량이 지난 9월말 현재 총 14,439,851대라고 하니, 모든 차량이 1년에 한 번 이상꼴로 교통범칙금 스티커를 발부받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님들의 상황은 어떠신지요???
P.S. 이 글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글'로 받아들이고 발끈해 하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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