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가 갑자기 전교조 문제와 결부되어 세상을 흔들고 있습니다.
예전 민주노총이 귀족노조로 욕먹고 노동조합이 집단이기주의의 표상인 것처럼 부각되듯이... 교원평가제는 전교조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형태였고 여기에는 별 이견이 없는 듯했습니다.
적어도 언론을 통해서는요.
사실 그렇죠. 어느 집단이든 고인물은 썩기마련인데 그것을 거부한다고 하니 저도 내용도 모른체 노동조합들이 다들 초심을 잃고 있구나 싶더군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저도 말을 아꼈습니다.
도대체 '교원평가제'라는 말만 무성했지 무엇을 평가한다거나 어떤 방법인지는 찾기 어렵고 거의 대부분의 기사와 뉴스가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는 전교조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와싸다에서도 여러 회원님들께서 의견을 나누셨는데 그것을 읽어봐도 모르겠더군요. 절대선인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전교조는 욕을 먹어야 싸겠지만, 그렇게 필요한 사안이라면 여론에 휩쓸려가는 것이 영 석연치 않았기도하고 보도태도가 너무 일방적이라 시간을 두고 판단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언론을 통해서 얻은 정보라고는 교원평가제 자체보다는 그것을 거부하는 전교조와 전교조를 비난하는 학부모들 뿐입니다.
사실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기사들은 대부분 이런 방법을 통해 언론에 등장합니다. 귀족노조라는 기사부터 비정규직문제까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으며 실제 쟁점이 되는 사안을 완전히 비켜가는 부분도 많습니다(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노조가 욕을 먹을 수는 있지만 책임이 노조에 있지는 않죠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마치 비정규직을 노조가 만든 것처럼 한쪽으로 쏟아졌습니다). 비슷한 예라고 볼수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탄핵때도 탄핵의 정당성이나 내용보다는 세대립과 같은 단순 흑백논리로 양분했던 적이 있죠. 결국 언론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찬반여부만 이끌어낼 뿐... 진지한 토론은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몇일 지방 출장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 그래도 몇가지 기사를 찾아보고, 글을 씁니다.
첫째, 논란이 되는 교원평가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사실 교원평가제에 대해서 찾아보려고 검색도 많이 해봤지만 딱히 정답은 없더군요. 대부분 교원평가제와 관련된 대립 상황이 있을 뿐 정작 교원평가제의 장단점을 분석해놓은 기사는 거의 전무했습니다(내용보다는 그것에 대한 찬반 여부가 더 중요했나봅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겠죠. 결국 찾다가 국정브리핑 사이트로 갔습니다.
언론에서 그래픽이미지로 많이 설명해놓은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말하는 자료와 거의 유사합니다.
현행:인사관리형 개선:능력개발형
목적: 승진등인사자료로활용 -> 능력개발자료로 활용
대상: 교사, 교감(교장제외) -> 교사,교감+교장추가
방법:관리자평가(교장,교감) -> 다면평가(관리자,동료,학생,학부모)
기준:전국적으로통일된지표 -> 자율결정(단위학교특성반영)
일단 핵심내용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면, 승진등 인사자료로 활용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능력개발자료로만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승진등 인사에 대한 문제는 기존 체제가 유지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전교조가 반대하는 이유(논리)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교조가 새로운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기존 평가제를 폐지하거나 개선시키려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새로운 교원평가제는 인사나 승진과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승진평가제도는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고 교육부와 협상을 해오고 있던중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교원평가제의 시범운영을 발표했고 전교조는 이에 반발하는 것입니다. 이부분은 저도 일부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평가제도는 교장1인의 역할이 상당히 크고 여러가지 부조리(점수를 따기 위해 연수에만 신경쓴다던가...)가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평가제가 다면평가방법이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도 제한적입니다.
셋째, 향후 해결책은?
이번 과정을 보면 문제는 교원평가제를 이끌어가는데 합의가 매우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분명 전교조가 여론에 두들겨 맞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교원평가제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할 교사들의 합의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교원평가제가 정착하는데 큰 장애물을 만든 셈입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연기한 것을 보더라도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거부하기는 쉽지가 않을 겁니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실컷 두들겨 맞았으니 앞으로 합리적인 의견합의가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시범운영이니 만큼 정부는 장기적인 확대안까지 밀어부치지 말고 시범운영틀안에서 지속적으로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종의 기득권싸움과 같은 교장과 점수위주의 기준 평가제는 새로운 교원평가제와 대립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일선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요구와 이해를 위해서 대폭 개정되거나 점진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기마다 기존 보수언론을 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진정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자기가 비난 또는 비판하는 상대들의 이야기도 담아주어야 합니다. 또 가능하면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기해서 지면상으로 옮겨야하고요. 자신들의 논리가 옳다면 옳은 방법으로도 충분히 알릴 수 있습니다. 그게 찌라시와 언론의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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