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오디오를 시작하게 된 동기도 그렇거니와 청음을 하러 다니거나 하면서 듣게 되는 조언들이나, 동호인분들과의 대화들도 그렇고 오디오에 관하여 어느덧 보수적인 사고를 하게 되더군요.
몇 년 전부터 핫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그래서 약간 거리감 있게 생각했었습니다.
벅스의 한달 30곡 (또는 40곡) 다운로드 요금제를 몇 년 굴리다 보니 어느덧 CD보다 mp3 음원이 더 많아졌고, 스맛폰으로 오디오에 연결해서 들어보니 영 엉망인데다가, 그렇다고 pc로 듣자니 각종 노이즈에 고생한터라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2. 파이오니아 N-70A-K
이왕 하는 김에 좀 괜찮은 녀석으로 가자고 각종 리뷰를 섭렵한 결과 선택한 녀석이 파이오니어 N70A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N70A는 상당히 괜찮은 녀석이었습니다.
DAC에 헤드폰 앰프의 기능까지 있으면서도 음질도 상당한 기기였지요.
음질이라던가 기능으로서는 제목에 적은 4종의 기기 중에 가장 출중한 녀석입니다.
문제는 국내 정식 수입품의 가격도 출중해서, 다른 3종의 기기 신품가격을 합쳐도 N70A의 정식수입품 신품가와 비슷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N70A의 기본 성향은 광대역을 기반으로 든든한 저역과 살짝 여윈듯 드라이한 중음에 해상력 있는 고음입니다.
여기에서 PCM 음색을 조절할 수 있는데 SLOW로 하면 고음쪽이 살짝 롤오프 됩니다.
저는 당연히 SLOW로 세팅해서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서 세팅은 멈췄어야 하는데 워낙에 얼토당토 않은 기능도 갖추고 있는 N70A였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몇 종의 앰프와 스피커들이 누명을 쓰고 내쳐져야 했었습니다.
가령 Auto Level Control, Auto Sound Retriever, Hi-BIt 32 등은 고음 쪽을 좀더 롤오프 시키는 대신에 N70A의 장점인 든든한 저역도 깎아 먹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니면서 저음은 동동대고 중음과 고음은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설정들이니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UP-Sampling 은 곡에 따라서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어서 정신 건강상 Direct 모드가 가장 좋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외에 몇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리모콘 같은 경우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디자인 입니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용성은 그야말로 최악인 리모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크기의 버튼이 그렇게 많으면서 글씨 크기도 작고 게다가 폰트의 프린트도 흐릿해서 약간이라도 어두워지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저처럼 랩으로 한번 둘러서 사용하게 되면 어두운 곳에서는 아예 사용이 불가할 정도가 됩니다.
그나마 나중에 위치가 손에 익을 때가 되면 좀 낫지만 그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콘트롤 앱은 참...
안드로이드, iOS 공히 버벅입니다.
그나마 iOS가 좀 낫지만, 안드로이드 앱은 배터리를 줄줄 빨아먹는 버그 투성이에다가 어떤 때는 다음 곡으로 넘어가질 않아서 곡 하나의 플레이 타임이 90분을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USB 포트에 외장하드를 꽂아서 외장 하드내의 곡들을 플레이 해보려고 하면, 폴더에 있는 곡들을 어느 정도의 곡수가 넘어가면 인식을 못 합니다.
이 오류는 콘트롤 앱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한 이유가, 본체에서 리모콘으로 콘트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N50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 시리즈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NAS를 들였고 NAS에 있는 곡들은 전부 제대로 읽어 들이니 혹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은 NAS로 가시기를 권합니다.
NAS와의 조합은 콘트롤 앱이 버벅이는 걸 제외하면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3. 야마하 BD-S681
다음 타자로 야마하 BD-S681을 들였습니다.
파이오니어의 콘트롤 앱도 그렇고 노스스타 에센시오 DAC로 바꾸면서 괜히 쓸데 없이 높은 가격대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보다는 저렴하게 디지털 소스 기기는 하나로 가고 나머지 금액으로 아날로그를 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한 블루레이 플레이어 입니다.
최근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트렌드가 DLNA 기능은 기본이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삽질이었는지...
CD의 디지털 출력 음질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노스스타 에센시오 DAC에 물려서 듣는 CD 동축 출력은 나드 C525BEE CDP 보다 아날로그적이었습니다.
더 두툼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막상 이 플레이어의 주 목적인 DLNA는 사용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먼저 HDMI로 화면을 봐야 콘트롤이 가능합니다.
콘트롤 앱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번들 앱은 리모트 앱에 불과 합니다.
UPNP 플레이어 앱을 따로 사용하면 좀 낫습니다만, 결정적으로 곡과 곡 사이에 인터넷 커넥션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는데, 이때문인지 작게나마 퍽 하는 소음이 발생합니다.
곡 하나 끝날 때마다 나는 퍽 소리는 좀 아니죠...
다행히 cd 인식 불량이 발생하여 반품 요청을 해놨습니다.
4. 데논 DNP-720AE
그래도 상심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겨 보겠다는 일념 하에 데논 DNP-720AE를 업어왔습니다.
이 기기로는 DLNA와 에어플레이가 야마하 플레이어보다는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가능했었지만, 문제는 Apple Lossless 파일들을 렌더링 (DMR) 하지 못합니다.
에어플레이로, 그러니까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Apple Lossless 파일들을 재생해서 에어플레이로 데논 720AE에서 재생할 수 있지만,
DLNA로 NAS와 안드로이드 스맛폰에 있는 동일한 음원들은 렌더링 (DMR) 하지 못합니다.
파이오니어에서는 생각 없이 당연히 가능했던 기능이 되지 않으니 황당했지요.
저는 CD 리핑은 애플 Lossless로 리핑했기 때문에 이건 상당히 큰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고작 64gb짜리 아이폰을 음원 재생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이 기기도 내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720AE는 의외로 튜너가 상당히 괜찮더군요.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는 드물게 AM/FM 튜너를 내장하고 있고, 운 좋게 제 방에서 93.1MHz 가 잘 잡혔습니다.
그래서 내보내기 전 며칠간 튜너를 잘 들었습니다.
이 덕분에 아날로그를 턴테이블에서 튜너로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5. 마란츠 NA8005
마지막으로 들인 마란츠 NA8005...
이 녀석은 파이오니어 N70A의 아래 기종인 N50A의 라이벌 기기라고 할 수 있고, 그만한 음질과 기능들을 갖고 있습니다.
파이오니어와 마찬가지로 그냥 거의 다 됩니다.
그런데 이 플레이어도 콘트롤 앱이 그다지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저는 NAS에 있는 음원들을 거의 재생목록을 만들어서 파이오니어에서 플레이 했었습니다.
파이오니어의 콘트롤 앱에서는 이 재생목록 그대로 재생을 했었지요.
그런데 마란츠의 콘트롤 앱에서는 이 목록을 불러들여서 자기 맘대로 다시 정렬을 시켜 버립니다.
이게 여러 아티스트들이 중구난방으로 있는 제 재생목록에는 아주 짜증나게 바뀌어 버립니다.
가령, 어떤 교향곡이 있다고 하면, 제가 두 연주를 하나의 재생목록에 넣어놨는데, 이걸 알파벳 순서로 바꿔 버리니 1악장, 1악장, 2악장, 2악장, 3악장, 3악장 이런 순서로 바꿔 버린겁니다.
이렇게 되니 콘트롤 앱 안에서 따로 큐 목록을 만들어서 순서를 다시 잡아줘야 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로직을 적용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이외에는 썩 마음에 드는 기기인데 말입니다.
뭐 그렇다고 신품으로 지른 기기를 내보낼 만한 결정적인 오류는 아니고, 콘트롤 앱 자체도 파이오니어 앱 보다 약간이나마 괜찮고, 정 뭐하면 UPNP 앱을 하나 구매해서 사용해도 괜찮을테니 말입니다.
6. 마무리
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고려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 주 사용 용도를 먼저 정하자.
저는 NAS에 있는 음원 재생이 1순위이고 스맛폰 (안드로이드)에 있는 음원을 무선 재생하는게 2순위 입니다. 대부분의 리핑 음원들은 애플 Lossless 음원들입니다. 3순위는 인터넷 라디오 입니다.
이 세가지가 제대로 지원이 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위에 설명 했다시피 모든 기종이 지원이 되는 게 아니니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시는게 시행 착오를 줄이는 길 입니다.
- DAC는 분리하자.
파이오니어 N70A의 DAC 성능은 사실 썩 괜찮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ESS SABRE 9016칩셋을 채널당 두 개씩 사용해서 풀밸런스 방식으로 출력하기 때문에 풀밸런스 앰프 시스템을 갖춘 분들께는 안성맞춤인 기기일 것입니다.
이 DAC의 소리가 제 취향에 맞았다면 더 바랄게 없었겠지만, 부드럽고 편안한 성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DAC를 따로 들였어야 했고, 이때문에 결국 내보낼수밖에 없었습니다.
올인원이 편하지만 취향에 안 맞으면 수많은 기능들이 잉여스러운 기능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선택하시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