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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의 신념
검찰총장으로 있다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처리하라는 천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퇴한 김종빈이 어제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 “강교수의 발언과 행동은 명백히 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구속이 불가피한 중요한 사안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검찰 총장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그런 신념밖에 없다면 그가 검찰총장직을 물러난 것이 나라를 위해서나 통일을 위해서나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이고 헌법의 기본이념은 자유민주주의” 라고 했는데 신출내기 병아리 검사도 아니고 적어도 검찰총장이란 중책을 맡은 자라면 물론 현행법대로 처리해야지만 강교수의 경우는 아예 사법처리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왜 굳이 악법의 올가미로 구속하려고 했는지 그에게 과연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구든 약간의 우국충정이라도 있다면 강교수가 한 말은 고맙게 여기면서 예우해야 할 일 일이다. 그러면서 누구나 이제부터라도 그토록 억울하게 외세에 짓밟히며 학살당하는 한 맺힌 역사가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터인데 어째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잔인한 반민족 악법을 동원해 총장직을 걸고 굳이 구속시키려고만 했으며 그만두고 나와서도 그런 신념엔 변함이 없다고 하나, 설사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사법처리 대상조차 될 수도 없거니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 선비와 그 양심을 모두 구속시켰어야 한다고 하나.
검찰총장이라면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겠지만 몬테스큐의 명저인 “법의 정신”을 읽어봤는지 묻고 싶다. 국가보안법이란 것이 이름만 국가를 위하는 법인 것처럼 붙여졌을 뿐 이승만정권을 비롯한 역대 친미주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란 것은 우리들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말썽이 생긴지 오래다. 그런데도 역대반역정권들은 분단과 동족적대를 강요하며 그 누구의 생명마저도 집권자 마음대로 희생시킬 수 있는 전천후, 전방위 악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왔나. 아직까지 그 법이 공식적으론 폐기 되진 않았지만 워낙 국민적 원망이 자자한 악법이라서 사실상 사문화 돼 있는데 그런 악법을 굳이 끄집어내어 어떻게든 구속시키려 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라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시대적 국민적 요구를 역행하는 아집이자 망령일 뿐이다.
법의 존재목적이 국가민족을 위한 것이라면 법집행의 책임자로선 그런 법이 적용도지 않게 입법부에 당장 폐기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거나 건의라도 하는 적극성을 보여줘야 할 일인데 그러지 않고 무조건 그저 법조문대로만 집행하려는 것은 법의 포로나 노예 되길 자청하는 정신 이상자나 소인배가 할 짓이 아니겠나.
법을 인간 성장과정의 옷에 비유하면 옷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보법을 오늘까지도 그대로 아무에게나 적용하려는 것은 마치 어릴 때 입히던 옷을 어른이 되고서도 한번 만든 옷이니까 무조건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이 가능하며 이치에 맞는 일인가. 이 세상에 그 어떤 법도 절대적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리도 법도 다 바뀌게 돼 있고 바뀌어야만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빈의 말을 들어보면 시대의 흐름에 법을 맞추려 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법에 맞추려 강변만 하니 그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무엇이든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섭리를 좀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