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카페에 바쿤앰프를 대여해 준다는 글이 올라와서 신청을 했습니다.
그 사이 일도 바쁘고 집에 있는 기기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앰프를 가져다 주겠다는 연락이 와서 갑자기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밤 늦게 그것도 직접 집에까지 가져다 준 수입원 대표님 정성은 사실 전혀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각설하고...
우선 AMP-7511 Anniversary부터 들어 봤습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로더 아카데미란 스피커가 지인댁에서 바쿤앰프와 워낙 조화가 좋았던지라 우리집에서 어떤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전기를 넣고 한동안은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가 찌그러지고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없더군요. 흠, 진공관앰프도 금방 안정되는데....
나중에 SCA-7511MK3도 같은 것을 보니 바쿤앰프의 특징이 그런가 봅니다. 적어도 5분정도는 지나야 소리다운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한 삼십분 정도 전기를 먹이니 제대로 된 음악이 들립니다. 제가 앰프를 분석적으로 평가할 만한 실력도 음악적 재능도 없는지라 청음기라고 하기에도 좀 뭐하지만 무대가 참 넓고 해상도가 좋습니다. 튜너를 연결해서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에 다른 앰프에서 듣지 못했던 악기 소리의 소리가 들립니다. 대충의 위치도 그려지는 것 같구요. 가능한 한 전기를 계속 넣고 들어달라는 부탁도 있고 제가 생각해도 앰프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가지고 있는 내내 전기를 넣어줬습니다. 출근하면서 집사람한테 알아서 들어보라고 했더니 듣기 좋다고 하더군요. 낮에 꽤 오랫동안 들었나봅니다.
그래도 음악적 감성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만. 해상도가 높고 정보량이 많아 편안함은 덜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만 제 생각에는 에이징이 덜 되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흘 정도 들어보고 앰프를 SCA-7511MK3로 바꾸었습니다. 원래는 AMP-7511A만 대여할 계획이었는데 로더 아카데미하고 조합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바쿤메니아님께서 트렁크를 열고 이 앰프를 꺼내 놓으시네요.
개인적으로는 로더 아카데미에 SCA-7511MK3면 더이상 필요 없지 않겠냐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TR앰프와 진공관앰프의 차이를 잘은 모르지만 이 앰프는 TR이면서도 진공관앰프 못지 않은 질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중역대가 참 듣기 좋아서 저처럼 시간만 되면 튜너를 연결해 놓고 BGM 비슷하게 듣는 사람에게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로더 아카데미가 로더 답지 않게 해상도도 꽤 높고 풀레인지 답지 않은 소리를 내어 줍니다. 뭐라 설명하긴 좀 그렇지만. 어느 면에서는 좀 편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앰프는 참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네요.
물론 AMP-7511A에 비해 무대가 좁고 해상도도 떨어지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기분 좋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 바쿤메니아님이 그러던데 살짝 튜닝을 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AMP-7511 Anniversary를 올 가을쯤 다시 들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직 앰프가 에이징이 안되어서 제대로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올 여름까지 빡세게 돌리면 가을쯤에는 어느 정도 익어서 아마도 SCA-7511MK3와 비슷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꽤 들을만 할 것 같습니다 저희집 거실이 아마도 절반쯤은 넓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입해서 듣기는 쉽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주신 바쿤메니아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