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입문하게 될때 어떤 음악가가 영향을 미쳤는가는 이후의 음악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CD랙을 주욱 살펴보면 827장을 기록하고 있는 바흐가 1위, 654장을 기록하고 있는 베토벤이 2위더군요. 의외로 클래식의 대명사?라고 하는 모짜르트가 저한테는 크게 비중을 차지하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화려한 기교와 현란한 기법보다는 장중함과 웅장함과 무게감 때문에 바흐나 베토벤이 저한테 영향을 미친 클래식 음악가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짜르트의 영향력은 피해가기가 참 어렵습니다. 작년이 모짜르트 250주년 기념을 하는 해였고 수많은 모짜르트 기념반이 출시가 되었는데요. 별 생각없이 사놨다가 최근에 종종 듣게 되는 음반이 안네소피무터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신포니아 콘서턴트'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찌고이네르바이젠이 마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안네 소피무터의 미모가 번득?이는 자켓 영향도 무시하기가 어려운데요.
일단 그 난해한 철학 때문에 메세지를 쉽게 전달받을 수 없는 '말러'에 비하면 귀에 익고 가벼운 음악으로 2장의 CD를 가득 채웠습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라도 "이 곡은 어디선가 들어봤을텐데?"라는 곡이 대부분인데다 2006년 녹음이라 음색형 스피커로 구성된 장비에서는 정말 맑고 명료한 소리가 난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운데요. ^^ 카르멘 판타지로 대표되었던 안네의 다소 날카롭고 복잡한 기교의 연주에 비해 보다 원숙해지고 여유로운 연주가 일품인듯 합니다.
인상 팍 찡그리고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나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너무 메세지가 얕고 품위 없지도 않습니다. 뭔가 다른 잔업을 하면서 간단한 배경음악으로 깔아놓고 간혹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음색에 미소지을 수 있다는게 아마 이 판의 특성인듯 합니다.
물론 신간에 민감하고 새 판을 모으기는 하지만 점점 갈수록 손떼 묻은 음반, 오래된 음반, 감명이 오래가는 음반이 더 익숙해지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바흐식의 무반주 첼로나 소나타엔 파르티타, 혹은 파가니니 식의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바이올린과 기타의 협연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귀에 익은 음악을 잘 된 녹음의 원숙한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도 나쁘질 않습니다. 최근엔가 리처드 용재 오닐의 '눈물'이란 판을 들으면서 좀 연주의 깊이와 철학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받았다면 이 판은 이미 물에 오른 바이올린 연주주자인, 덤으로 얼굴도 이쁜 안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기쁜듯 합니다. 확실한 카르멘 판타지 때보다 업그레이드가 된듯 하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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