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업계에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는 말은 10년은 늦은 말이 되어버렸다.
이미 업계에서 중국산을 빼놓고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10여년전만해도 아직 대부분의 오디오 업체들은 자국에서 생산하면서도 어느정도 상식적인 수준의 가격표를 달고 판매할수 있었지만, 시장의 규모 자체가 몇분의 일로 쪼그라든 현재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제조되는 오디오 기기들은 예전처럼 상식적인 가격대를 유지할수가 없게 되었다.
라인 마그네틱스는 이런 업계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약점을 음질과 가성비로 이겨낸 Cayin (케인)의 주요 인력들이 나와서 차린 업체이다.
창립자인 두 형제는 웨스턴 일렉트릭 키드라고 불리울 정도로 WE 장비를 좋아했으며, 초기에는 웨스턴 일렉트릭 복각품들을 만들다가 현재는 진공관 앰프 위주로, 주로 중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업체이다.
국내에는 규모가 작은 수입업체가 들여왔는지 적극적인 마케팅 보다는 입소문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형세이다.
필자도 이 제품을 구매하기 2주전까지만해도 전혀 아는바가 없던 업체였으니 말이다.
LM-216IA는 KT88 Push-pull 구성의 인티앰프이다.
사진처럼 채널당 2개의 진공관으로 신호를 증폭해서 스피커로 보낸다.
필자의 구닥다리 레퍼런스 인티앰프인 우륵38dF는 EL34/6CA7을 사용하는것과 구별된다.
무게는 우륵38dF보다 좀 가벼운 19kg이며 이 무게의 대부분은 뒷부분의 3개의 트랜스에 몰려있다.
필자가 이 앰프를 구매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이어스 조정을 유저가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어스 미터기가 기본 내장 되어 있어서 출력관을 하나씩 선택하면서 조절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자가 바이어스 (Self-bias) 앰프가 아닌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앰프는 출력관을 교체해줄때마다, 혹은 일정기간 (6개월에서 1년) 마다 1회씩 조정을 해줘야 한다.
우륵38dF는 자가 바이어스 방식이라 출력관만 꽂으면 되는데 이 LM-216IA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고정 바이어스 방식이 음질에 이점이 있다고들 하는데, 소위 명기들 중에 자가 바이어스 방식들도 상당히 많고, 동일 모델이 버전 업 되면서 고정 바이어스 방식이었다가 자가 바이어스 방식으로 바뀌기도 하는걸 보면 딱히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다만 고정 바이어스 방식인 경우 바이어스 조정이 편리해야 하는건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점에서 근래 출시된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앰프들은 이 조정법에 대한 배려를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하고 있다.
외형의 특징은 웨스턴 일렉트릭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없는 디자인이지만 이 도색 덕분에 모던하면서도 빈티지하고, 어둡지 않으면서도 중후한,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표현들이 성립한다.
구매한 가격을 생각하면 아무리 중고가라지만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만듦새를 보여줄 수 있는건 중국산 앰프이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닐까 싶다.
LM-216IA을 보다가 우륵을 보면 참... 세월이...
소리
암만 이쁘면 뭐하나 앰프는 소리를 잘 내줘야 하는 물건인데...
LM-216IA은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소리를 내줬다.
일반적으로 EL34 앰프의 소리라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고음이 화사하면서 중저역이 조여진 음색이고, KT88은 상대적으로 중저역이 더 당당하고 대역폭이 더 넓은 소리를 내준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LM-216IA는 필자가 EL34앰프에 기대했던 소리를 내준다.
우륵보다 더 도톰해진 중역대까지는 맞지만, 저역으로 내려가면 되려 우륵이 더 당당하다.
일반적인 음악을 들을때 이 차이는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슬램이 많은 음악이나 영화를 볼때 이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더더군다나 LM-216IA는 전원을 넣고 1~2시간정도 지나면 전체적으로 중역대로 소리가 몰린다.
일견 빈티지스러운 음색인듯 한데 고음쪽의 해상도나 잔향 등은 전혀 놓치지 않으면서 중음대가 두툼해진다.
하지만 두툼해지는건 중음에서 그치고 저역대까지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게 원래의 소리가 그런건지 아니면 필자의 루악 크루세이더2의 저역 유닛을 구동을 못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UL 구동때는 32W, Triode 구동일때는 15W 밖에 안되어서 되려 우륵의 38W보다 출력이 낮아서일수도 있다.
확실히 구동력에 있어서는 알려진 KT88의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듯 하다.
그렇다고 LM-216IA의 소리는 별로이다라고 결론 짓는다는건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UL과 Triode 모드일때의 음질차이는 거의 없는데 공히 중음과 고음 모두 투명하다.
우륵에서는 귀가 따가워서 못 듣겠던 체르노프 인터케이블이 이 앰프와는 환상적인 매칭을 보여주는것도 재밌다.
되려 중고음대가 더 확장되고 투명한데도 우륵보다 덜 자극적인 고음이다.
우륵은 낮은 고음 또는 높은 중역대, 그리고 낮은 저음쪽이 강조되어서 전체적으로 완만한 V자 형태의 EQ라면,
LM-216IA의 그것은 고음쪽이 훨씬 더 확장되어있으면서도 중음쪽이 살짝 올라온, 완만한 구릉지대의 EQ 모양새이다.
때문에 얼핏 듣기에는 우륵이 더 따뜻하게 들릴 수 있고 LM-216IA이 더 밝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LM-216IA는 약간 낮다 싶은 정도의 볼륨에서 그 진가를 보여준다.
우륵의 경우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데, LM-216IA는 피아노라든가 여성 보컬을 재생해놓고 책을 보다가 책을 못 보고 음악에 빠지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조용한 밤에 잔잔한것보다 약간 볼륨을 올려서 피아노 독주, 엘리자베스 브라이트의 피아노 지브리 앨범을 듣다보면 말그대로 빠져든다.
피아노의 울림이 그대로 맑고 투명하게 공간을 채우는데 어찌 글자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맺음.
이 앰프 덕에 주구장창 든든한 저음만 좇고 나머지 대역은 보너스이며, 고음은 쏘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흔들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 앰프를 내보냈다.
이왕 맑고 투명한 중/고음을 들을거면 싱글 삼극관으로 듣고 싶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앰프는 일반적인 KT88 앰프와 궤를 달리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당당하고 호방한 중저음과 직진성이 좋은 KT88의 음색을 생각하고 이 앰프를 들이면 조만간 내보낼 수 밖에 없을것이다.
한편, 웨스턴 일렉트릭류의 빈티지적인 음색에서 해상도와 고음을 좀더 보강한 음색을 선호한다면 이 앰프가 정확히 취향 저격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