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과 관련, 13.14일 이틀간 지면을 총동원해 청와대와 여권을 난타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 세 신문이 이전에 언론사주들이 구속됐을 때 헌법정신 구현과 인권보호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1999년 1월 7일에 작성한 사설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에서, 박상천 법무부장관이 "구속을 남발하는 검찰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을 치하하며, "불구속수사는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공언했다.



중앙일보는 또 2001년 8월 16일자 사설 <불구속 수사 재판 선례 남기자>에서, "그동안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법 현실을 감안할 때 범죄혐의자를 구속함으로써 일정 부분 징벌적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는 마당에 과거의 관행을 마냥 답습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



동아일보도 <언론사태 국정조사하라>는 제하의 2001년 8월 20일자 사설을 통해, "형사소송법 70조는 인신구속의 요건으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 세 가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구속된 (언론)사주들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법리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또한 10월 23일자 사설 <'언론감시국' 굴레 언제 벗나>를 통해서는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법리를 무시한 채 이처럼 오랜 기간 인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입장은 더욱 단호했다. 조선일보는 2001년 10월 13일자 사설 <인신구속 장기화의 문제>에서, "두말할 것 없이 민주정치의 근간은 법치이고, 법치의 근간은 헌법"이며 "우리의 헌법과 헌법정신은 형사 사법제도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권리의 신장이란 대원칙에 입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명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형사피의자도 대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하며 그 취지에서 인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불구속 재판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신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 언론사주가 관련됐을 때는 피의자 인권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까지 들먹이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자신들과 이념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서는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하여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중동은 13,14일 연이틀 계속해서 <이 정권은 강정구씨 국선변호인인가><이 정권은 언제까지 대한민국 공격을 계속할 것인가>(이상, 조선), <천 법무 수사지휘, 검찰 독립 침해 우려><검찰 독립은 검찰 스스로 지켜야>(이상, 중앙), <김종빈 총장, 끝까지 검찰독립 수호해야><검경 의견서에 담긴 姜 교수의 충격적 행동>(이상, 동아) 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을 비난하는 사설을 싣고, 이 문제가 마치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검찰독립과 직결된 사안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