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검찰권행사 민주적 통제 마땅



〈정태호 경희대교수·헌법학〉



김종빈 검찰총장이 검찰청법 제8조에 의거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검찰지휘권 행사는 “합법이기는 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항변과 함께 물러났다. ‘권력에 맞서 법을 지켜야 할 때 권력에 굴종’함으로써 신망을 잃었던 검찰이 인권침해적인 구속수사 관행을 광정하라는 지시에 반발한 것이다.



사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논거는 허구에 불과하다. 정당이 정치를 주도하는 정당국가적 현실에서는 검찰이 집행하여야 할 법률도 국회에 진출한 정당원들이 내린 정치적 결정의 소산이며, 검찰의 법률 해석 적용도 엄밀히 보면 여러 해석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정치행위일 뿐이기 때문이다.



강정구 교수의 구속수사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정치적 대립 상황에서 나온 검찰의 구속의견도 합법적일 수는 있으나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남는 문제는 천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통해 법을, 그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검찰권을, 오로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왜곡시켰는지 여부일 뿐이다.



- 정치적 중립성 침해 논리 허구 -



검찰의 독립도 검찰에게 부여된 기능의 올바른 수행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형사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기능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형사법을 실현하는 것이다. 법무장관의 검찰지휘제의 목적도 검찰권의 공정하고 적정한 행사의 확보이고 또 여기에 그 한계가 있다. 천장관의 조치가 법과 검찰권을 왜곡시킨 것인가? 그의 조치는 공안사건에서 불필요한 구속수사를 강행함으로써 피의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 왔던 검찰의 ‘위법적인 관행’, 형사소송법 집행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조치는 검찰지휘제의 목적에 부합하는 합법적인 것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한 것이다.



물론 법무장관의 검찰지휘제도는 오랫동안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만드는 데 악용되었다. 이 때문에 이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제도를 폐지한다면, 조직법적 부조리가 발생한다. 즉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 정치적 책임을 지면서도 인사권 행사 이외에는 검찰권 행사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오·남용을 통제할 수 없고, 이는 검찰 파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권 행사를 민주적 통제 밖에 두는 것은 현행 헌법에 부합하는가? 현행 헌법은 영장 신청권자로서의 검사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을 뿐, 그와 같은 강력한 독립의 근거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검찰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을 조사하고 법을 올바르게 적용하고 실현할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는 준사법기관이다.



그러나 검찰작용은 위계체계에서 능동적·적극적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본질상 행정작용이며, 법적 분쟁에 대하여 특별한 절차를 통해 유권적·독립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사법작용이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 법원과 같은 정도의 독립을 요구하면서 법무장관의 정당한 통제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민주적 신임을 받은 대통령에게 행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의 권력분립 질서에 반한다. 대통령을 법무행정의 영역에서 보좌하는 법무장관의 검찰권 통제는 헌법의 요청인 것이다.



- 검찰지휘권 오남용 사전예방 -



그렇다면 법무장관의 검찰지휘권 행사의 민주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그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왕도(王道)는 없으나 정도(正道)는 있다. 그것은 검찰 스스로 부당한 정치적·사회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정당한 권위를 쌓아올리는 것이다.



또 문서를 통해 투명하게 검찰지휘권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부당한 지휘권 행사의 유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객관성 회복과 투명하고 공개적인 지휘권 행사만이 과거처럼 정치권이 은밀히 검찰권 행사를 좌우함으로써 검찰을 정권 수호기관으로 변질시키고 법을 굴절시키려는 정치적 시도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최종 편집: 2005년 10월 20일 18:10:47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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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독립도 검찰에게 부여된 기능의 올바른 수행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형사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기능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형사법을 실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