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프 케이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을 읽고 어떤 케이블일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하/클에서 공구하는 클래식 시리즈 케이블 가격이 제게는 만만치 않아 망설이고 있던 중, 와싸다 본사에서 사용기 특가 이벤트를 하여 비록 클래식 시리즈가 아닌 스페셜 시리즈이지만 이 케이블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오 기기, 특히 케이블을 논한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일이라 매우 조심스럽긴 하지만 케이블을 사용해본 뒤의 느낌을 공유하는 것은 또한 오디오의 재미일 것입니다. 전문 평론가들처럼 조목조목 설명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오디오력과 예민한 귀를 믿고 간략하게 케이블 사용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소개하는 케이블은 <체르노프 스페셜 sc/bulk 45 스피커 케이블>입니다.

 

 

 

<만듦새>

 

1. 케이블 굵기는 적당하고 색상도 검정색이어서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저에 따라 조금 촌스럽게 느끼는 분도 있겠네요.

 

2. 선재와 피복이 아주 유연하여 초보자들이 케이블 작업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앰프나 스피커에 직결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직결 후 가끔씩 점검해야 하는 게 귀찮다면 견고하고 품질 좋은 단자를 장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3. 제가 사용한 단자는 사진에서 보듯이 저렴한 로듐/금도금 바나나 단자인데,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음색/음질>

 

1. 앞서 여러 사용자들이 밝혔듯이 동선이기 때문에 은선이나 은도금선처럼 화려하고 발랄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아주 굵은 동선처럼 너무 묵직하거나 어두운 성향도 아니고요.

 

2.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으며, 그래서인지 소리가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3. 고음 재생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상력을 읽지 않고, 저음은 풍부하지도 또 조여주지도 않으면서 힘이 느껴지는 저음입니다. 그래서 첼로 같은 저음 악기를 멋지게 들려줍니다. 중음은 클래식 성악곡과 대중음악 보컬의 현장감을 아주 잘 살려주네요. 게다가 중음 톤의 악기 재생도 매력적입니다.

 

4.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소리를 매우 자연스럽게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음악의 배경이 전혀 소란스럽지 않고 질감 있고 힘 있는 사운드가 잘 전달됩니다. 그래서 피아노든 현악이든 금관이든 성악이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게 들려줍니다. 대중음악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5. 테스트는 사진 속의 6장의 고음질 음반을 집중적으로 들었습니다. 클래식 대편성은 정명훈이 지휘한 리베르 탱고, 기타와 첼로 소리는 Faro 앨범, 재즈 중소편성은 핑크 팬더 앨범, 대중음악 여성보컬은 다이아나 팬톤, 클래식 중소편성은 린 샘플 CD, 그리고 타악기 소리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이 앨범들을 들을 때도 위 1~4번에서 언급한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럼 이 케이블은 어떤 분들에게 맞을까요?>

 

1. 질감을 잘 살리면서 힘 있는 소리를 찾는 분

 

2. 해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밸런스가 좋아 오래 들어도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는 분

 

3.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가 중저음이 좀 빈약하다고 생각하는 분

 

 

 

<하지만 이 케이블이 맞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요?>

 

1. 착색이 있더라도 화려하고 발랄하며 역동적인 소리를 최상으로 여기는 분

 

2. 배경이 약간 소란스럽더라도 칼날 같이 예리한 고음의 해상력과 조여주는 저음을 원하는 분

 

3. 여담입니다만, 스스로 막귀라고 생각하는 분

 

 

 

 

*** 이 케이블의 소리 변화를 비교해 보기 위해 소장하고 있는 실용오디오들과 연결해 보았습니다. 이 점이 고가의 오디오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더 유용할 거라는 주관적인 생각으로 적어봅니다. ***

 

 

 

<시스템 1>

 

뮤피 A3 인티앰프 / 데논 DVD-3910 유니버셜플레이어 / 셀레스쳔5 북셀프(6인치 우퍼)

나노텍 골든스트라다 SP#79mk2 HV 스피커선(동선) / 나노텍 뮤직스트라다 #207 인터선(동선)

>>> 이 조합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인 청량한 소리가 나오는데, 체르노프 케이블을 연결해보니 조금 심심해진다고 할까요? 약간 플렛 성향을 보이며 뒤로 살짝 물러납니다.

 

 

 

<시스템 2>

 

노블레스 KA-1 인티앰프(= 록산 KA-1) / 탄노이 식세스 611mk2 톨보이(8인치 더블우퍼)

삼성 HD-2000 유니버셜플레이어(= 마란츠 DV-9500) / 소니 DVP-999ES 유니버셜플레이어

사이러스 인터선(단심동선) / 조이투오디오 SACA 인터선(은도금선)

QED 시그너처 레블레이션 스피커선(은도금선)

>>> 이 조합으로는 굉장히 풍성하며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주는데, 체르노프 케이블을 연결해보니 탄노이의 약간 거친 듯한 고음은 좀 순화되지만 8인치 더블우퍼에서 나오는 두툼한 음색이 조금 더 부스트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스템 3>

 

온쿄 A-5VL 인티앰프 / 온쿄 C-S5VL SACD플레이어 / 어셔 S-520 북셀프(5.25인치 우퍼)

네오복스 오이스트라흐 mk2 인터선(은도금선) / 체르노프 스페셜 sc/bulk 45 스피커선(동선)

>>> 비로소 체르노프 케이블이 제 짝을 찾았습니다! 온쿄 앰프의 약간은 착색된 화장기가 느껴지는 여성스러운 성향에, 선이 조금 가는 온쿄의 SACDP, 그리고 저음이 원래 좀 적은 어셔의 S-520 스피커. 그래서 힘과 저음이 늘 아쉬운 소리에 오이스트라흐 mk2 인터선을 연결해 해상도와 힘을 실어주고 마지막으로 체르노프 스피커선을 연결해 자연스러움과 저음의 양감과 힘을 약간 보태주니 (제 귀에는) 매우 듣기 좋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ㅎㅎㅎ

 

 

 

<자, 이쯤 해서 내리는 결론!>

 

이 정도 선재를 사용한다면 이미 오디오 매니아일 텐데, 그래서 선재도 여러 종류를 갖고 있을 텐데, 소스의 녹음 상태나 음질을 케이블 매칭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로 만들어가는 오디오만의 재미에 푹 빠지는 일만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고 있고, 체르노프 상위라인의 케이블들과 연결했을 때는 또 어떤 멋진 소리를 내줄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