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집 > 2집인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 전작들보단 포스가 좀
떨어집니다. 새로운 시도와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긴 한데 녹음 상태와
믹싱이 Low-Fi를 지향한 듯한 기분이 들고 곡 구성도 집중을 방해합니다.
intro, undo로 초반에 환상 여행을 잘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럭저럭
넘어가는듯 하다가 5.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 에서 좀 뻔한 멜로디가
유체이탈을 방해하면서 현실계로 저를 끌어내리네요. 몽롱함에 잘
취해있다가 옆에서 잠을 깨우는 불쾌감? 다시 6. 이별에서 푸른새벽
특유의 아련함이 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5.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
보다 이 곡을 늘렸으면 어땠을까. 그러다가 7.딩이 전주 없이 바로 시작
하는 군요. 생톤으로 치는 기타가 영... 심심합니다. 멜로디나 반주도
곡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곡을
넘기고.
tabular rasa는 처음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스피커에서 부밍이 일어나는
건가 해서요. 톤이 너무 두껍더군요. 부밍으로 착각을 할 만큼 -_- 믹싱
(매스터링이려나?)에서 실수를 한 게 아니었을까요? 기타톤만 빼면
아름다운 곡입니다.
9. 오후가 지나는 거리. 흠... 푸른새벽 곡들의 배경은 밤이나 새벽이 아닐까
싶은데 오후라... 새벽녘에 오후를 노래하고 있는 듯한 좀 의아함이... ^^
그리고 처음 부분의 무반주에서 한희정씨 보컬이 의외로 안 어울리네요.
10. 명원 후반부로 치닫는 느낌이 잘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쏟아지는 햇빛"
과 "숲의 바람"이라뇨. ㅜㅜ
마지막 보옴이 오면, 곡 자체는 좋지만 푸른새벽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곡이라고 하기엔 너무 서두른 끝맺음이 아닐런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마지막 자막이 도중에 툭 짤리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실컷 새벽 시간 환상
여행 도중 갑자기 봄을 노래하는 도약이 무리하게 보입니다. 차라리
10. 명원이 마지막 곡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1집의 "잘자"나 EP의 "Last arpeggios"나 "빵"과 비교가 되네요.
"3. 사랑"은 중간에 쿵쿵거리는 드럼 소리가 좀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EP에서도 "별의 목소리1"에서 스네어하고 건반 소리가 좀 커서 귀에
거슬렸거든요. 왠지 밴드 활동을 접은 것이 앨범 제작 과정 중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드네요.
intro, undo, 하루, 이별, tabula rara, 보옴이 보면 정도가 건질만한
곡들이네요. 적진 않습니다. 앨범 초반부는 상당히 매끄러워서 벅스에서
처음 Intro와 Undo만 들었을 때 바로 필이 팍 꽂혀서 사왔죠. 그런데
다 듣고 나니 좀 아쉽다는 생각이...
조금만 더 완성도를 높이고 곡 배열을 다르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활동 중단에 대한 아쉬움에 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