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한국
- FAZ, 2005. 10.19, 1면 사설 -
자신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세상에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야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경우는 국가 마케팅이나 자국 이미지 개선에 있어 특히 열성인 점이 눈에 뜨인다. 자신들에게 제공되는 무대들은 다이나믹 한국(Dynamic Korea)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키고자 대단한 열정과 많은 공을 들여 꾸민다. 최근 한국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주간의 집중관심을 받았고, 지금은 도서박람회 주빈국으로 "한국의 해"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다. 도서박람회라는 무대는 통상 작가나 출판업자들의 관심만 모으는 행사는 아니지만 한국은 눈에 뜨일 정도로 고위급 대표단을 프랑크푸르트에 파견했다. 국무총리와 장관에 학계의 대표주자, 즉 줄기세포연구로 유명한 황우석 박사도 빠지지 않았다. 현재 한국의 부산에서는 APEC 정상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가 한창이다. 먼 장래를 바라보는 전략가들은 이미 세계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면 TV · 자동차등 '메이드인 코리아' 독일점령
한국은 항상 자신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사실 그 목표들은 이미 오래 전에 달성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 앞에서 코를 찡그릴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평면 TV 화면은 독일 가정의 거실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자동차들은 독일 거리를 달리고 있으며 독일 극장에서는 한국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이렇게 외국 도처에서 한국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지난 30년 동안 얼마나 급성장했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도 한국은 많은 이들에게 분단 · 파업 · 군사독재 · 핵 위기 같은 평범한, 종종 칙칙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박정희 장군이 강력하게 주도한 경제기적과 1997년 그 어려웠던 경제위기를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극복해내었음이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1960년대 초 한국경제는 아프카니스탄 정도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제10위 경제대국이다. 수도 서울에서는 고층 빌딩들이 연달아 세워지고 있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반도체 칩은 미국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 한국보다 더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단지 3개국뿐이다. 정치적인 변혁 역시 이에 못지않게 주목할 만 하다. 이전의 군사독재에서 이제는 생동감 넘치고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했다.
88올림픽 대성공 '세계속 한국' 대단한 첫 행보
그러나 이런 변혁은 무엇보다도 스포츠 부문의 성과와 함께 찾아왔다. 1988년 대성공을 거둔 올림픽은 일본과 한국전쟁의 그림자를 벗어나 세상으로 향하는 한국의 대단한 첫 행보였다. 이미 당시부터 이 행사는 새로운 경제력을 갖추고 더 많은 나라들로부터 외교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국내정치적 목표와 함께 전략적으로 기획되었다. 자신들의 능력을 보임으로써 거두는 효과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금까지 변함없는 믿음은 1988년 올림픽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믿음은 2002년 한국이 월드컵 축구대화를 스포츠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적 경험이 풍부한 일본인들과 직접 비교해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던 사실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이제 한국은 서방세계에서 통상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앞서 인쇄기술이 발명되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금속에 활자를 하나하나 새겼다. 현대문화는 이에 비해 더 유명하다. 유럽은 한국 감독들의 영화제 수상에 대해 놀라워 할지 모르겠지만 아시아는 이미 한류에 젖은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일본 · 타이완과 태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한국 대중가요에 한국 연속극, 한국 배우들과 만화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 음악가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교육면에서도 한국은 이미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니, 한국 학생들은 자녀들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성적으로 지원하는 부모들 덕분에 피자(PISA)테스트 PISA 테스트 : OECD 국가 중심 전세계 고교생 학력 테스트
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다른 국민화합 정신 IMF위기때 큰 도움
올림픽의 구호는 지금까지도 통용된다: "항상 앞을 향하여!" 그러나 성장은 게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달성된 것이 아니다. 권위적이던, 민주적이던, 정부는 인프라 정책, 즉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이런 면에서 유교적 영향이 강한 계급구조와 남다른 국민화합 정신은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런 정신은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원화 강세를 위해 집에 있는 금까지 내다 판 사실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증명된 바 있다. 그리고 정부전략가들이 인터넷을 발견했을 때 한국은 빠른 시간 내에 사이버공간으로 발전했다. 한국처럼 인터넷 네트워크가 훌륭한 나라가 없으니 전체 가구의 4분의 3이 고속정보망에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생명공학과 디지털기술도 국가 정책사업으로 대두되었으니, 학계에서 각광을 받지 못했던 분야들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고, 이를 통해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높다고는 하지만, 한국 역시 이전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분열된 자의식을 보여 왔으며, 이 같은 불안정한 자의식이 발전을 추동하기도 하고 발목을 잡기도 한다. 한국의 역사는 수차례 빼앗기고 상실했던 정체성의 확립의 역사이다. 외세침략과 일본의 식민지배, 한국전쟁과 분단을 한국 민족들은 견뎌내야 했고, 아직도 이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표현할 때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라는 비유를 즐기곤 한다. 한반도는 중국, 러시와와 일본 같은 거대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마치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조그맣게 튀어나온 것처럼 달려있다.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은 세계 강대국을 꿈꾸는 중국과 세계 제2위 수출대국인 일본 및 이를 보호하는 미국의 그늘 아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한국은 이런 모든 장애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가장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통합과 평화를 약속하는 통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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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죠.
그런데 독일... 요 몇년사이에 우리에게 극도의 호감을 표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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