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오디오브랜드들이 하이앤드라는 단어를 너무도 쉽게들 쓰고는 합니다.
하이앤드를 표방한 제품들. 정말 하이앤드라고 느껴지는 기기도 있겠습니다만, 업체에서는 하이앤드라고 광고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리를 들어봤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과 기대에 반하는 공허함. 느껴 보셨죠?
말로만 하이앤드. 입으로만 주절이는 하이앤드...... 그저 일반적인 성능의 그냥 보통 기기인데 하는 그런 제품들은 그렇게 하이앤드의 탈을 쓰고 오디오파일들을 유혹하곤 합니다.
하이앤드란 무었입니까?
가격만 해도 억소리 나고 그저 생긴 것 만으로도 압도하는 카리스마. 진정한 "하이앤드"의 본질이 아니겠습니까.
준중형 세단을 아무리 잘 만들어서 "하이앤드"라고 광고한 들, 슈퍼카를 기대하는 "하이앤드"유저들에겐 그저 "하이앤드"라는 말은 허공에 지르는 메아리뿐이지 않을까요?
최근 들어 국내 제조사인 보우어쿠스틱스에서 "하이앤드"를 표방하고 당차게 세상에 나선 앰프가 있습니다. 융커스.
얼마 전 와싸다와 풀레인지에서 청음회까지 진행하며 "하이앤드 국산 인티앰프"라며 거창하게 띄워주던 앰프가 바로 보우 어쿠스틱의 "융커스"입니다.
제 경우 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와싸다와 풀레인지 두군데에서 청음을 해보았습니다. 풀레인지에서는 어마어마한 스피커에 물려서 들어봤기에 더 판단은 쉬웠다고 봅니다.
융커스를 접하기 전.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저 과대광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보우도 맛이 갔나? 이렇게 서슴없이 끈금없게 하이앤드라니. 솔직한 심정으로 조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호기심. 이전 히트작인 포노앰프에서 느꼈던 그 쾌감은 그래. 한 번 속아주자하고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가격은 198만원. 보우의 야심작이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과연 "하이앤드"라는 표현을 쓸만한 것일지. 사뭇 궁금했습니다.
웹에서 본 제품의 이미지나 스펙을 보았을 때, 일단 디자인은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 한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그리@사의 앰프의 이미지가 그것이었습니다.
물론, 전혀 다른 접근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만, 무언가 연상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허나, 그 떠오르는 이미지의 앰프는 다들 알아주는 "하이앤드" 제품이었고 융커스의 외관에서 주는 이미지는 매우 후한 점수를 주어도 좋을만큼 좋았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야 누구나 다 다른것이니만큼,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만 "융커스"의 디자인. 매력적이었습니다. 블랙이 주는 시크함. 멋을 좀 아는 디자인이다 싶더군요.
시청실에서도 느꼈었지만, 내 제품을 수령하고서 "융커스"의 전원이 들어오고 나니. 예상했던 자태가 나오고 아..... 이뿌다......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저 생긴 것 만으로 느낌을 팍 꽂아주는 그 느낌. 우리는 보통 이럴 때 짜릿한 쾌감을 영접하곤 합니다.
묵직한 리모콘도 만듬새가 좋았고, 전체적인 블랙의 느낌은 요즘 핫한 사과폰7의 그 블랙이 떠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흔한 둥근 볼륨노브와 셀렉터 스위치는 배제한 채 제어 기능들을 담은 스위치들을 중앙에다 버튼 스위치로 몰아 넣었으며, 좌측엔 셀렉터 위치. 오른쪽엔 볼륨 표시창을 만들었더군요. 중앙부에 빛이 들어오는 보우 로고는 상당히 야시시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창이 주는 단순하고 절제된 아름다움과 블랙 바탕에 옐로우 조명이 주는 약간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디자인의 승리라고 보여집니다. 특히, 전면에 들어간 통절삭 알미늄패널은 사진상의 이미지보다 더 아름다왔습니다.
단순하면서 멋낼 건 다 멋을 낸 멋스러운 자태라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 망치 하나 들고 있는듯한 느낌의 묵직한 리모콘. 좋습니다.
제품 내부는 이 제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오디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다 탐내는 내부 구성이었으니 말입니다.
일단 좌우를 완벽하게 나누어서 구성을 한 좌우 독립형 듀얼 모노럴 구조는 마치 모노모노 세트를 한 몸에 품은 그런 구조입니다.
보우사에서 특주 제작한 전원부의 트로이달 트랜스 역시 믿음직스럽게 양쪽에 떡하니 박혀 있고, 방열판 양쪽에 붙어 있는 증폭 소자들 역시 그다지 크지 않은 사이즈에서 구성한 모노럴 구조가 가능하게 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양 사이드의 방열판 날개는 시각적인 면이나 효율면에서 상당히 믿음직스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으니. 내부를 공개하는 그 용감함은 충분한 근거가 있어 보이더군요.
프리부쪽을 살펴 보면 가장 큰 특징은 풀 디스크리트 구성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래. 명색이 하이앤드면 당연한 부분이지. 하는 생각이 스윽 지나가더군요.
커플링이나 opamp가 사용되지 않는 회로구성에 풀디스크리트 방식의 밸런스가 완벽한 릴레이어테뉴에이터가 적용된 앰프. 과연 요즘 앰프 중에 이런 구조가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륨을 낮게 해도 밸런스가 유지되는걸 보면 상당한 기술력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가 빠지면 안되리라 봅니다. 바로 DAC가 내장된 부분입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DAC가 내장이 되어 있는 부분 역시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놀라운건,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모듈을 그냥 끼워 넣어서 탑재한게 아니라 독자적인 DAC를 설계하여 제작해서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부품을 가지고 엔지니어들이 앰프든 스피커든 제작을 하게 될 경우, 엔지니어들 각각의 설계에 따라 절대 같은 소리가 나올 수 없는게 오디오의 특징입니다.
즉, 제작사의 사운드튜닝이 근본적인 사운드퀄리티의 근간인데 "융커스"는 독자적인 설계에 따른 DAC탑재는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DAC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이죠.
DAC에 사용된 칩셋의 구성이나 부품의 면면으로는 최상급의 부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DAC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완성도였습니다.
좋은 DAC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이건 저만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이상 되는 제품들의 음색은 따뜻합니다. 융커스의 디지털입력에서 전 그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엔지니어가 아닌 저로서는, 사실 어떤 부품이 들어가고 어떤 구조인지 자세한 설명이 있어도 피부에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뭐. 스스로의 노력만 있다면야 전기쪽이나 이 쪽에 관심을 가지고 부품에 대한 이해와 차이점등을 익혀서 전기적인 원리까지 알 수 있겠습니다만, 안그래도 피곤한 인생 굳이 더 피곤해질까 하는 생각입니다.
전체적인 윤곽에서 주는 구조들과 그에 따른 소리의 차이가 딱 제가 추구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입니다.
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았고 내부까지도 보았으니 이제 중요한건 소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것. 그것만 남았습니다.
대채 어떻길래 "하이앤드"라고 했을까.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한 곡씩 한 곡씩 들어보고 가장 제게 익숙한 곡들도 걸어보았습니다.
언발란스단으로 연결도 해보고 동축이나 광으로 연결도 해보고. 지난 1주일간 여러가지 시도를 하며 그 순간들을 즐겼죠.
스피커를 여러 가지 물리면서 청음해 본 결과, 어떤 스피커를 물리던 전체적인 음상이 단조롭지 않고 탱탱한 질감이 살아 숨쉰다는 부분입니다.
좋은 인티앰프. 나아가 하이앤드라고 부를 수 있는 앰프라면 당연히 월등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적은 볼륨에서의 소리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소리까지 여러 상황들을 감안해 청음을 했는데, 볼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생생한 에너지와 질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주더군요.
제 매인스피커가 상당히 앰프밥을 먹는 녀석임에도 불구하도 아주 그냥 패대기를 칩니다. 떡 주무르듯 스피커를 반죽 마냥 주물주물하다가 이내 들어서 메치고 멱살을 잡고 흔들어 버립니다.
그 도도하고 콧대 높은 자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스피커는 그저 목줄에 매달린 강아지마냥 순종하듯 노래부릅니다.
아무리 색기 많은 화냥기 넘치는 아낙네도 제대로 힘과 기교로 밀어 붙이는 남정내 앞에선 그저 순한 새색시가 되 듯 융커스는 그렇게 스피커를 제압해 버렸습니다.
스펙상의 출력은 8옴 기준 138와트. 입력 임피던스는 47K옴.
강한 힘이 느껴지는 저역대의 드라이빙에서는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작은 표현 하나고 놓치지 않는 세밀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드럼이 내주는 저역의 타격감은 기본이고 기타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두툼한 저역의 뎁스 역시 출중하더군요. 이 저역이 기반이 된 묵직한 느낌은 바로 넓은 스테이징으로 이어집니다.
더없이 넓어지는 무대의 입체감은 그렇게 스피커로 표현됩니다.
재즈를 걸면 더욱 탱글탱글한 질감의 에너지는 더욱 꽃을 피웁니다. 악기들이 내주는 스펙트럼은 두 겹, 세 겹 육감적이며 부드럽게. 때로는 탄력이 느껴지며 섬세하게 다가옵니다.
보컬이 만들어주는 중고역대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보컬은 무대 뒤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는 마치 내 앞에서 속삭이듯 노래를 하곤 합니다. 내 스피커의 트위터가 이 정도까지 소리를 뽑아주었나 싶게 해상력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무색하게 그저 청아하게 맑습니다.
강력한 저역의 드라이빙 능력과 중고역대의 화사함. 내가 가진 스피커가 그 어떤 것이든 이제껏 내주지 못했던 스피커의 능력을 되찾게 만들어주는 능력.
제대로 된 앰프를 못 만나서 매마르고 지친 소리만 내주던 스피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스피커의 존재이유를 만들어 주는 능력.
융커스는 그런 능력이 있는 앰프였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밸런스 입력이 없고 조금 더 제품의 높이를 높고 더 육중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만, 이 부분은 거함급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므로 개인차에 기인하리라 봅니다.
아직은 국내 중소기업이 가진 한계는 제품 포장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무 로고 표시가 없는 외부박스에 매뉴얼이 없는 부분은 이해는 가지만 아쉬울 수밖엔 없습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그 제품을 어떻게 포장하는지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200만원 언더로 만들고자 하는 부분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건 알지만 일반 유저들이 그런건 생각 안하겠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과연 이 융커스는 하이앤드 인티앰프일까? 그 표현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직 소리와 성능으로만 따진다면 이 제품은 하이앤드 인티앰프가 가져야 할 모든 덕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단, 브랜드이미지가 주는 하이앤드 제품의 만족감.
제품의 가격이 주는 그 오만한 하이앤드 제품의 만족감.
남들에게 보여지는 시선에서의 가오를 만끽하는 하이앤드제품의 만족감.
이런건 없습니다. 융커스는 오직 자기가 가진 능력과 성능으로만 모든걸 이야기 해주는 앰프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어마어마한 식대를 지불하며 럭셔리한 음식을 먹을 때의 그 하이앤드적인 쾌감.
이름 없는 동네 맛집의 숨은 내공의 쉐프가 만들어내는 저렴하지만 맛은 미슐랭 3스타에 버금가는 음식을 먹을 때의 그 하이앤드적인 쾌감.
전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융커스가 만들어가는 국내브랜드의 하이앤드 제품 퀄리티의 도전이 어디까지일지. 오직 성능으로만 평가받는 제품으로 세상이 어떻게 반응할 지 저는 궁금합니다.
융커스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누구나 다 인정할만한 하이앤드급 성향의 인티앰프입니다.
제 거실을 지나갔던 그 많은 앰프들. 이제는 당분간은 바꿈질이 멈춰지는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