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카페에 디지투슈프리모에서 카푸치노란 엑티브 스피커를 청음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서 신청했었습니다. 사장님이 워낙 오디오를 좋아해서 급기야는 제작에까지 뛰어 들었다고 하더군요.



오늘 모처럼 휴가를 내고 집에서 이것저것 음악을 듣고 있던 차에 초인종이 울리더군요. 택배인 듯하여 문을 열어보니 기사는 보이지 않고 문앞에 커다란 박스만...ㅜㅜ  택배 기사는 도대체 이 물건이 어떤 것인지, 얼마짜리인지 알고 이리 대했는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부랴부랴 박스를 개봉해 봤습니다. 당연히 박스 하나인줄 알았는데 속박스가 다시 있네요.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오디오 선재 있는 곳을 뒤져 파워선과 인터케이블을 하나씩 꺼내왔습니다. 그냥 막선에 가까운 선재입니다. 파워케이블은 번들케이블을 막 벗어난 수준이고 인터케이블도 카다스 선재로 지인이 만들어주신 것인데 가격이야 저렴하지만 자기 색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합니다.



맥북에 거스타드 X12 DAC에 연결해 봤습니다. 거스타드 DAC은 지인이 조금 손을 봐줘서 제 귀에는 들을만 합니다. 거친 소리도 좀 잡히고 비교적 부드럽게 튜닝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오디르바나를 이용했구요. 마침 나즈막한 스텐드가 있어서 카푸치노를 올려놓고 앉아서 들어봤습니다.



흠....



생각보다 무대가 아주 넓고 전달력이 정확하네요. 예전에 들어봤던 사포의 아큐톤 대형기에서 실망(순전히 개인 취향이니 너그럽게 이해 바랍니다...)한 바 있어서 사실 아큐톤 유닛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때 들었던 아큐톤은 소리가 좀 변형되어 들렸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크기의 스카닝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가 훨씬 더 좋게 들렸었죠. 같이 있었던 다른 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구요.



각설하고 카푸치노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런 거부감이 별로 없네요. 아큐톤 특유의 쨍한 맛이 있고 리본 트윗의 고음도 듣기 좋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약간 거친 느낌이 들긴 합니다. 당연할겁니다.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지 편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도 로더와 하베스이니 카푸치노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앰프 역시 소출력의 진공관앰프를 쓰고 있으니 그래도 카푸치노로 이것 저것을 들어보며 상당히 놀라고 있습니다.



사장님께 잘 받았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주셨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D클래스 앰프 특유의 거친 느낌일거라며 많이 잡았는데도 그런 느낌이 나느냐고 물으십니다. 제 생각에는 충분히 에이징 되면 좀 더 안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유닛도 그렇고 앰프도 그렇고 아직은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으니 거치른 것이 당연하지 싶습니다.



클래식을 몇곡 듣다가 오디오가 바뀌면 꼭 들어보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어봤습니다.

흠, 이소라가 무척 젊네요. 로더나 하베스에서 듣는 이소라는 나이가 좀 된 노련한 여가수의 인생 연륜이 느껴지는데 카푸치노에서는 30대 정도의 젊은 이소라가 조금은 억지스럽게 고뇌하면서 부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아큐톤 특유의 쨍한 밝은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구요.



아무튼 제가 느낀 카푸치노는 젊은 오디오입니다. 나이가 좀 되시는 분보다는 이삼십대 카오디오를 즐기면서 PC로 음악을 즐기는 젊은 분들이 사용하면 무척 맞을 제품인 듯 합니다.



사실 그 비싼 아큐톤 유닛을 쓰고 앰프 내장형 엑티브 스피커를 이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은 어쩌면 말이 안될지도 모릅니다. 오디오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PC용 스피커를 생각하면 물론 꽤 비싼 제품이지만 이 제품을 선택할 사람들은 적어도 카오디오나 홈오디오를 즐기는 사람들일테니 가격 대비 성능이나 제품 구성이 어떠한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사장님하고 통화하면서도 이야기 했지만 어쩌다 이 어려운 오디오 세계에 발을 딛으셨는지 싶기도 하면서도 말씀대로 엑티브 스피커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지금 받아서 듣고 있는 카푸치노는 구버젼이고 지금도 여전히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부드럽고 아큐톤 특유의 착색을 덜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힘들겠지만 디지투슈프리모 같은 회사가 성공하여 우리 같은 사용자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