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스피커
이노사운드 오보에
PC용 스피커에 일반 홈 오디오만큼 투자해 보다?
한 7~8년쯤 전에 아는 동호분에게 스피커를 인수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분은 국내 인기있는 브랜드의 출시가 500~600만 원대 스피커로 사무실 시스템을 바꾸면서 중고가 10만원 안팎의 엔트리급 모델을 처리하였다. 가장 음악을 많이 듣는 장소가 사무실이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 가치관 차이지만 당시 필자로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2016년 8월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오면, 그 이야기는 제법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최근 선호하는 아파트의 규격은 효율성이 좋은 작은 아파트, 청취공간은 작아도 효율성이 있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일반 북셀프나 HIFI용 시스템으로 속칭 “책상파이”를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니어필드라는 한계점과 스테이지의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나와서 포커싱이 잘 맞춰지질 않는다. 무엇보다 USB나 블루투스 지원 등의 DAC에 인티앰프까지 자리잡는 공간은 “책상파이”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PC용 스피커를 선택하기에는 HIFI를 즐겼던 유저의 입장에서는 질적인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몇 년에 국내 가장 인기있는 해외브랜드의 D사의 액티브형(앰프 내장형) 스피커가 출시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브랜드 네임이 강렬하고 전형적인 음장, 음색형 스피커에 가장 비싼 모델은 이미 10년 전부터1억원을 훌쩍 넘었던 브랜드가 액티브형의 니어필드용 스피커를 출시했다는 점에 제법 오랫동안 인기가 있었다. 그 모델이 시작점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거의 출시하기가 어려울법한 브랜드에서 책상파이를 위한 DAC, 앰프내장형의 스피커를 내놓기 시작한다. 문제는 디지털 포맷의 변화는 너무 빠르고, 스피커 테크닉은 굳이 빠른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에서 신생사멸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브랜드의 네임벨류에 비해 질적 수준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니어필드에 대한 유저들의 목마름은 쉬 가시질 않는다. 지금부터 써내려가게 될 이노사운드 “오보에”는 그러한 대안점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이노스웰의 피콜로 이야기
7~8년쯤 전 필자의 책상파이에 대한 주관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홈 오디오에 투자하기도 바쁜 와중에 책상파이에 대한 투자를 왜 할까?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MP3, 그리고 후속인 무손실Flac이나 DSD, DXD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팽배와 유행의 변경에 민감한 PC용 스피커에 당시 금액 3만원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필자는 줄곳 PC에는 모니터 내장 스피커를 즐기는 편이었다. 현재도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모 싸이트에서 국내 유수 스피커 업체가 감수를 했다는 풀레인지 타입의 스피커를 출시기념 특별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거의 1번으로 구입을 했다.
저가형 스피커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법 단단해 보이는 구경의 우퍼와 리모컨, 당시로서는 그다지 흔하지 않았던 USB 입력단과 Spdif, 그리고 일반적인 3.5mm 아날로그단자를 지원했다. 당시 행사가격이 14만원이었는데, PC용 스피커에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아까운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구입을 하였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1998년 무렵에 출시했던 SNK라는 회사의 왜색 넘치는 사무라이 격투대전 게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소리가 났다. 돌덩이 떨어지는 깊이 있는 저역과 또릿한 고역, 필자가 그간 풀레인지 타입의 스피커, 혹은 PC에서 보조로 사용하는 스피커에서 갖고 있던 선입견을 완전히 바꾸었다. 피콜로는 음악을 듣기도 좋았지만, 게임매니아였던 필자에게 게임을 하거나 간단한 동영상을 보기에 무척 좋았던 스피커였다. 한계점이라면 무대규모가 작기에 PC-FI의 목적을 벗어나기가 어려웠다는 점과 당시로서는 14만원이라는 금액이 투자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워 2주를 넘기지 못하고 팔았다. 재미난 점은 환율 위기등을 겪고 난 이후에 물가상승과 맞물려 피콜로의 가격은 거의 10만원 이상 상승했고, 중고가격이 15~6만원으로 고정되었으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홈 오디오의 유명 브랜드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들이 이러한 현상을 보인다면 그러려니 하는데, PC를 대상으로 한 7~8년 전 스피커가 이러한 기현상을 보이는 것이 무척 흥미로왔다.
장터매복에 지쳐 찾아보니 “이노스웰”은 “이노사운드”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아직도 피콜로에 대한 판매와 AS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화를 해보면 아직도 피콜로에 대한 사후지원을 한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물론 가격은 물가 상승치만큼 올라갔지만 대한민국처럼 신생사멸이 잦은, 척박한 오디오 세계에서 디지털처럼 잦은 변화를 거치는 제품이 아직도 원형(후속 모델로는 고급형인 피콜로 MK2가 나오긴 했지만)을 유지하고 사후서비스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사 후속작인 “오보에”라는 모델이 출시되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오보에와의 첫만남, 그리고 특징들
처음 제품을 받고 박스를 열었을 때, 오보에는 피콜로의 후속작도 아니고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목적의 스피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의 저가 이미지는 확실히 탈피하고 상당히 단단해 보이는 원목마감을 채택하였다. 사이즈는 커졌고, PC용 스피커라기보다는 홈 오디오를 타켓으로 한 액티브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외관은 보통 외산 100~200 사이에 나올 수 있음직한 상당한 마감수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인클로져의 질적인 수준의 무척 높고 단단해 보이는 느낌의 통울림이 좋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지원되는 입력단은 SPDIF, USB, 3.5mm 아날로그 입력을 지원한다.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최근 고음질 오디오 시장에서 블루투스의 삭제가 제법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음질 중심으로만 받아들이겠다는 제작자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소하게 지나갈수도 있지만 볼륨을 올리고 내릴 때 전면에 있는 LED 램프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이 신선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쓰고 설계를 했다는 인상이다. 그릴은 자석식을 채용했고 헐거워지거나 그릴핀이 부러지는 것을 걱정 안해도 된다. 후면부에 볼륨이나 소스선택단자들이 있어 불편할 수 있는 문제도 리모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외관을 안보이는 곳에 배치함으로서 미관상의 문제를 상당 부분 신경 썼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트위터 파손도 대비를 하였다. HDMI 단자를 설치할 수 있음직한 공간이 있는 걸로 보아 출시 전까지 제작자의 고민이 있었다거나, 후속이나 개선된 모델을 감안할 수도 있어보인다.
오보에를 구입하고 나면 왠만한 악세사리는 다 제공이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소스기기만 선택하면 스피커 밑에 받칠 수 있는 받침이나 악세사리들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과잉친절을 감안할 정도로 오디오 파일들이 가려운 곳을 철저하게 긁어줬다는 인상이 주는 악세사리들이다.스피커 혼자서 올인원 시스템 역할을 모두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확인하진 못했지만 일체형 스텐드 버전의 오보에도 존재한다고 한다.
내장형 DAC는 상당히 많은 것을 지원한다. 따로 DSD용 DAC를 구입할 필요가 없이 USB 연결시 자체적으로24bit/192KHz인 DSD64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음원의 손실없이 가장 양질의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USB로 안착되어가는 분위기이다.
스피커 제작자는 오디오 파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다양성의 시대이기에 꼭 맞지는 않지만 초고역을 예상할 수 있는 시원시원한 고역과 돌덩이 떨어지듯 단단한 몸이 느끼는 저역... 제법 많은 유저들이 갈구하는 것이다. 일단 저역 이야기로 들어간다면 스피커의 체적공간을 넘어서는 풍성하고 단단한 저역이 출력된다. Half 액티브로 인상적이었던 보스턴 VR965, 975의 장점은 고,중역은 앰프의 질감에 의존하되, 저역은 철저하게 앰프에서 통제, 볼륨 관리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장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저역을 위한 딥스위치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지정하여 상황에 맞게 맞출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세세하게 볼륨단으로 조절함으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저역 선택의 폭을 제한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귀차니즘일진 모르지만 일정 대역대로 정해놓고 깔끔하게 딥스위치로 저역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 필자의 경우는 영화를 볼때는 +2, 음악을 들을 때는 -2 정도가 가장 좋았다. 블록버스터급의 영화에서는 풍성한 저역, 음악을 들을 때에는 양감이 빠지고 단단한 저역이 듣기 좋았다.
전체적으로 대역대가 평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던 점이 중역대이다. 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낙타형 파형(고,저역 치중)에서는 장시간 음악을 들을 때 피곤하다면 전 대역이 평탄할 경우 장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의 피로도가 오질 않는다. 한 두시간 이상 배경으로, 혹은 영화나 DSD를 들을 경우 안정적인 음색을 제공한다. 냉정하게 오보에는 Cool&Clear 타입의 음색을 지니고 있진 않다. 감성적인 느낌에 좌우되겠지만 해상력은 있으되 고역 음색 자체는 따스한 편이다. 저역과 마찬가지로 고역도 일정 대역대를 조정할 수 있는 딥스위치가 존재한다. 이러한 딥스위치의 존재는 이 스피커의 타켓을 단순 PC-FI나 니어필드를 벗어나 다소 넓은 폭의 유저들을 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판단할 수 있다. 영화를 볼 때Treble게인은 +2를, 음악을 들을 때는 Flat를 선택하였다. 청취공간이 넓어졌을 때는 저역과 고역 모두+2를 선택하였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 꽤 오래 게임을 즐겨봤던 유저들은 쉽게 이해를 하지만, 발매일을 예정하고 버그패치가 안되어 미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버그투성이의 게임을 내놓고도 즉석으로 패치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콘솔을 켜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미완성인 게임을 출시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캐릭터를 사는 상술도 발휘한다. 오보에도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세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었던 흔적이 있다. 위에 전제했던 예와는 별도로 소비자들의 실사용 예제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소프트웨어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저역의 대역대 안정화라고 판단된다. 아마도 사용자의 불편함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자 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스테이지 규모는 책상파이 규모로 한정 받지 않는다. 전형적인 소형 북셀프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리스닝 포인트가 한 지점으로 고정되지도 않는다. 아마 후면의 딥스위치를 통한 세부적인 조절은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책상파이로 사용할지 소규모 홈 오디오나 평판TV의 음질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고음질 음향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오디오를 즐긴 유저를 위한 고음질 음향에 All in one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그러나 이거저거 장비를 덕지덕지 붙이기 귀찮아하는 게으른(?)유저를 위한 스피커라고 여겨진다.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특징들이 어중간한 자리 잡아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면 그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상당히 넓은 경우의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상기 언급했듯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점수를,대역대를 조정함으로서 공간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과 앰프와의 매칭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변화를 추구할 때, 앰프나 DAC를 바꿀 수 없다는 점 정도일까? 이 문제야 사실 대부분 DAC내장형 장비들이 갖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인원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성이다.
오보에와 음악 이야기
연결된 소스기기는 다음과 같다.
- 오렌더 X100L USB 연결
- 삼성 SV-D595HD SACDP
- PC
- Bluetooth box-E 블루투스
테스트라는 측면이 아니라면 소스기기 연결은 무척 간편하다고 여겨진다. DAC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USB라인 하나만 연결하더라도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나 내장된 PC음원을 통해 제법 괜찮은 음질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덧 클래식으로 자리 잡아버린 타이타닉의 “My heart wil go on"은 2016년 현재에도 셀렌디온이 투어를 나설 때마다 엔딩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많은 연주자들도 자신의 기호를 살려 연주를 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리메이크, 재해석은 귀에 익숙한 곡을 자기 색깔에 맞게 연주함으로서 상업적인 안전성과 자기 음악을 표현하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다. 이런 상업적인 느낌을 배제하더라도 청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플룻리스트인 제임스 골웨이도 이러한 흐름을 잘 간파했다. 극중 나왔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영국풍의 바이올린 연주가 배경으로 깔리고 정면에 플롯 연주가 나선다. 주제에 접근하는 배경으로는 피아노와 세세한 악기연주가 들어간다. 리뷰로 받음직한 백만원대를 훌쩍 넘어가는 대부분의 장비들은 이러한 악기 연주가 입체적으로 악기의 포지션이 나눠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PC용 스피커에서는 소리전달이라는 것 외에 악기의 분리도, 해상력, 공간감 등은 소홀하게 다뤄진다. 44bit로 녹음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오보에에서 출력되는 이 곡은 제법 악기수가 있는 이 곡을 해석하는데 입체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절을 하는 방식에 따라 책상 앞에, 혹은 거실의 정면에 플롯이 서고 뒤쪽 배경에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들이 분할된 상태로 현장감을 명확하게 느껴지게 한다.
악기 분할과 입체감이라는 측면은 라틴계열로 연주된 기타곡에서도 잘 드러난다. Jasse cook의“Matisse the cat"은 주류는 아니지만 여름의 끄트머리, 가을을 맞이하는 시점에 오디오 파일의 귀를 즐겁게 한다. 경쾌한 북소리를 바탕으로 메인디쉬인 제시 쿡의 경쾌한 기타소리가 곡의 끝까지 그치질 않고 한 순간 북소리를 끝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카니발은 끝이 난다. 이 곡처럼 악기가 난잡하게 배치되어 있는 경우 해석이 불가한 시스템은 그냥 멜로디로 악기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오보에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오디오 파일적은 해석으로 잘 끌어간다. 북소리의 경쾌한 공기울림, 기타 현소리와 주자의 호흡소리는 마치 카니발 한가운데서 축제의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청음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해금연주자인 신날새의 해금연주 버젼과 직접 부른 “제비꽃”도 인상적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안정적인 중저음의 표현이다. 부밍으로 표현되지도 않고 스피커 체급에서는 예상하기 힘든 풍성하고 단단한 느낌의 중,저역이 청감의 느낌을 살려준다. 아마 현악기의 풍부함 현울림과 여운은 이러한 중저역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고역대의 느낌도 상쾌하다. 해금주자이니 보컬이 좋을거라고 예측은 하지 않지만 “아마추어의 소박함과 풋풋함”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고역이라고 해둬야 할까? Cool & Clear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장시간 들어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고역대이다.
중저역의 장점을 살린 곡을 들어본다. 스파이로 자이라의 “Simple pleasures"는 DSD64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녹음이다. 섹스폰의 농밀한 음과 비트가 강한 드럼의 음색이 아주 화려하고 분할이 잘 된 소리로 울려 퍼진다. 저역의 타격감은 드럼의 느낌을 무척 잘 살려준다. 점잖치 않은, 그러나 자유도가 만끽되는 음반을 호호 할아버지들이 꽈악 낀 가죽바지를 입고 연주하는 상상을 보면 웃음을 금할 수 없기도 하는데, 그 나이가 되도 이러한 젊은 느낌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부러운 일이다. 오보에의 가장 큰 강점은 그러한 타격감에 대한 표현을 아주 잘 살려준다는 점이다. 책상파이라는 한계 앞에서 펼쳐지는 큼직한 무대감과 쾌감 넘치는 저역은 오디오 파일이 되길 잘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저역 느낌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미국제 B모사의 비슷한 가격대 스피커는 저역의 풀어진다는 느낌과 양감은 좋으나 질감이 안좋다면, 지극히 한국적인 기호에 맞는 타격감 좋은 저역으로 쾌감을 느껴지게 한다. DSD64의 기능이 한껏 활용되어 DSD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음악 속의 데이터량이 얼마나 알찬지, 이것을 해석하는DSD DAC의 능력치가 상당한 수준인지를 어렵잖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중, 저역의 쾌감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스피커이다. 십 수년전 D모사의 중급형 스피커에 체급을 넘은 파워앰프를 물렸을 때 오는 쾌감을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단단하고 탄력 있는 저역, 그러나 HIFI 음질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고 중역대의 충실함은 오보에의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오보에와 영화, 게임 이야기
최근 대형인치의 TV가 과거에 비해 대중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75인치 85인치급 TV들을 매니아들이 손쉽게 접할 정도의 가격선상에 올라와 있고, 몇 년전까지만 해도 55인치급의 TV의 자리는 65인치급들로 자리잡히고 있다. 문제는 평판TV의 특성상 오디오의 질감까지 같이 올려놓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극복하고, AV시스템의 복잡다단함을 기피하면서 다소간의 쾌감을 만족하는 시스템으로 “사운드 바”라는 장비가 등장할 정도로 TV의 음질은 그냥 멜로디 수준에 가깝다. 따라서 오보에 정도의 질감을 가진 시스템에 TV와 접목한다면 상당히 좋은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음직한 예측을 할 수 있다. 특별히 멀티채널을 해석하기 위한 DAC도 필요가 없다. TV가 해당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어Spdif로 연결해 주기만 하면 만사 끝이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진통을 앓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경고로 만들어졌던 수많은 재난영화들은 저역의 쾌감을 느끼기에 아주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다소 철지났으나 2012, 비교적 최근 영화로 인투더스톰과 같은 영화들은 최소 5.1이상 최대 11.1까지 꾸며진 AV시스템에서 대형화면으로 볼 때 “아~~ 홈시어터 하길 잘했다.”라는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현실은 위아랫층의 층간소음 다툼과 볼륨량의 조절로 이어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고음질, 괜찮은 질감의 저역, 그러나 층간소음을 피하는 시스템을 갈구하게 된다. 2012의 지진으로부터의 초반 탈출씬을 오보에로 들을 때 쾌감은 엄청나다. 물론 최소5.1이상의 입체감을 2채널 스피커로 우겨놓았기 때문에 실물 스피커를 대신하거나 서라운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뿜어져나오는 무시못할 저역의 양과 자칫 저역에 묻혀 나올 수 없는 대사량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AV용 스피커, HIFI용 스피커를 구분하곤 한다. 그러나 Focal의 마이크로 유토피아 be가 그랜드유토피아be의 리어용으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좋은 스피커로 갈수록 AV용이나 HIFI용이라는 구분 자체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정도 많은 저역량과 또렷한 대사량은 간편한 2채널 시스템(어떤 면에서는 리시버도 필요없이 광케이블 하나만 TV에서 연결하면 되지 않는가)이 꾸며지는 것이다.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된 “노다메 칸타빌레”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감상하기 참 좋다. 대부분 드라마의 내용이 클래식과 연주된데다 잘 알았던 곡들의 해설과 재 발견, 혹은 잘몰랐으나 새로운 음악을 다시금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문화 수준에 상당부분 앞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리메이크로 꾸며진 “내일도 칸타빌레”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극 중 드라마에 몰입하다보면 챠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 major op.35의 경우는 드라마를 즐기는 것과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클래식에 걸맞은 시스템을 맞추기란 어려울 일인데 오보에는 이러한 부분들, 음악영화를 보기에 아주 괜찮은 스피커이다. 주렁주렁 프리, 파워, dac를 갖출 필요도 없다. 올인원 시스템의 장점이기도 하고 질적 수준이 디스플레이 내장 스피커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던 팬들이라도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과 오디오 시스템의 상관관계가 생소하였다면 최근 게임 산업과 오디오의 상관관계는 무시하기 어렵다. 2016년 기준으로 최근 발매된 언차티드 씨리즈만 하더라도 기왕이면 7.1채널 이상의 시스템을 구현하여 서라운드 효과나 하다못한 빵빵한 저역과 생생한 대화를 필요로 하는 영화와 같은 시스템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영화와 같은 게임의 영역의 감동은 영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가상현실에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불가능한 장면들까지도 탄생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언차티드3는 3D로 구현되기까지 하니 말이다. 75인치 대형화면에 소리가 TV스피커로 나올때는 다소 스트레스였다면 처음 오프닝 음악부터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하는 경음악, 그리고 게임 중간중간의 폭파소리와 주인공의 대화의 명료함은 게임의 즐거움을 몇 배 더 배가를 시키고 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예산의 유저에게 있어서 오보에로의 세팅은 나름 선물같은 존재이다.
제법 많은 영화와 게임을 보고 해봤지만 간과하는 부분, 사운드 시스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5.1채널 이상(필자의 경우는 서라운드 백이 탑재된 최소 7.1채널 이상을 세팅하려고 노력한다.)을 꾸미고 볼륨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2채널은 성에 차질 않는다. 그러나 적당한 질감의 음량과 저역을 사용하는 간편 시스템을 꾸미고자 한다면 이 스피커 구성은 제법 괜찮은 스테이지를 만들어준다.
요 약
- 중역의 양감, 저역의 양과 단단함이 인상적이어요.
- 디자인은 고급스럽기까지 해요.
- 인클로져는 덴마크 등의 유럽제를 연상시키는 단단함이 느껴져요.
-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제작자의 꼼꼼함이 돋보여요.
- 국산인만큼 국산 유저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줬어요.
- 전체적인 대역대가 무척 평탄하게 나온다는 느낌이여요.
- 오디오의 세계가 단순 음악에서 영화, 게임까지 확대되어 활용도가 높아요.
- DSD 내장 DAC 탑재는 시스템 간편화를 돋보이게 해요.
- 멀티채널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저역의 양감과 대사 명료함은 확실해요.
- 블루투스 탑재가 되었다면 활용도가 더 높았을 거 같아요.
마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던 스피커였습니다. ‘이노사운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지만 전작인 피콜로에 겨우 두 번째 스피커를 런칭했음에도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스피커가 만들어진 것은 제작자가 단순한 판매 역할보다는 오디오를 상당 부분 즐겨보신 유저분이 아닐까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해 보리라곤 생각지 않고 불과 보름쯤 전에 장터 잠복하다 지쳐 이노사운드로 전화를 해서 ‘피콜로’ 구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의를 했는데 성의 있는 답변과 MK2로의 업그레이드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게7~8년 전에 나왔던 스피커에 대한 서비스일까 의심할 정도로 사후 서비스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디오를 즐기지 않는 유저들에게 10만원 넘는 스피커는 ‘헉~’ 소리 나오는 사치품이듯, 단순 PC스피커로 생각한다면 이 스피커는 무척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를 즐기는 입장과 어느 정도 투자를 했다면 이 정도 소리를 단품으로 구성하여 만들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나 금액적인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지 어렵잖게 알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사실 오보에 신품가를 가지고 이 정도 소리가 나오는 중고시스템을 구성할 자신이 그다지 없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 소리적인 측면보다는 스피커 하나에 앰프와 DAC까지 내장했다는 올인원 시스템의 편의성이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대체할 장비를 찾기 어려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라이트 유저보다는 책상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저, 혹은 좋은 소리를 요구하되 공간 규모나 금액적인 한계점에 부딪치는 유저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일 수 있을 정도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략적인 시점으로7~8년의 세월의 강을 넘어 후속작 아닌 후속작을 내놨지만, 이후에 나올 후속작은 어떤 스피커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 브랜드였습니다.
상기 글 속의 사진의 ‘이노사운드’의 동의를 얻어 개제하였습니다. 사진을 사용하게 허락해주신 이노사운드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오디오를 선택하는 유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