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4대 개혁입법 등을 통해 과거 개발독재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집중적으로 동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나라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반대세력을 공격하는 원한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정부는) '적'과 '우리'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형성해 왔다"며 "(이 때문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한나라당이나 조.중.동과 결합된 보수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너무도 정확하고 당연한 비판입니다. 일부 양식있는 진보학자들이 정확하게 맥을 짚은 '원한의 정치'라는 말.. 와닿습니다. 세번에 걸친 소위 민주화 정권, 두번에 걸쳐 진보주의 정권을 쟁취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신기득권층' 혹은 그 새로운 기득권층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기 위해 눈감고 귀막고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원한이 그리도 맺혀있길래 툭하면 6.25를 들먹이고, 독재시대를 들먹이고... 심지어는 '대공분실'을 들먹이고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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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이해찬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그 성격은 "경제.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적 협의의 틀"이며, 구성원은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 전문가와 정당 등 각계각층 인사"라고 제시했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연설 직후 만나 12월 초 50명 안팎 규모로 발족키로 하는 등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 여기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분열과 대립, 갈등이 계속되는 한 지속적 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는 노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빈부와 세대의 갈등에 시달린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과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주요한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한 사회적 대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참여 구성원 간에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포퓰리즘을 동원하고, 국민을 '적과 우리'로 편 가르기 하고, 서울대와 강남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긴 게 누구였던가. 현 정권이 사회적 갈등을 통합.조정해 내야 할 국회와 얼마나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보였는지도 의문이다. 사회의 대통합을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다가 뜬금없이 새 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범정권적 차원의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는 성공하기 어렵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으리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한나라당은 "대연정의 변형이 아니냐"고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 간에 최소한의 신뢰와 "여기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는 실효성 있는 기구로 작동할 수 없다. 또 정권이 정략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모래 위에 지은 집에 불과할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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