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창 밖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멋모르고 세상이 즐거웠던 어린 시절.
초여름의 싱그러움만 가득했던 그 때의 기억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기에 더 애잔해 지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렇게 저마다 추억의 파편속에 잠긴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가끔 엘피 소리가 그립습니다.
랙에서 꺼내서 먼지를 닦고 마치 의식을 행하는 것같은 마음과 나름 경건한(?) 자세로 듣는 엘피의 매력.
울퉁거리게 돌아가는 디스크 위에 바늘이 내려앉으면 이게 진짜 "음악"이라고 저는 가끔 느낍니다.
그렇게 엘피의 추억은 디지털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진한 향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소위 "하이앤드"에 가까와 질수록 더불어 엘피를 위한 아날로그 시스템은 존재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어릴 때 동네 레코드가게에서 팔던 노란 바늘(나중에 알고 보니 절반은 짝퉁이었다는......ㅡ,.ㅡ)에 청계천까지 가서 사 온 빽판에 마냥 즐거울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바늘 하나, 턴 하나 구하기 쉽지 않고 손이 많이 가는 취미가 되버렸죠. 그 때는 그게 전부였었는데.
좋은 소리 들을라치면 턴도 좋은걸로. 바늘도 MC카트리지로. 포노앰프도 해야 하고.
하지만 번거롭고 귀찮은 그 불편함은 내 귀를. 내 가슴을 적시는 아날로그의 달콤함에 이내 사라집니다.
아날로그. 엘피의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 입가를 맴도는 달콤함의 끝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 번 리뷰는 보우사의 포노앰프 VOW REAL TUBE PHONO AMP VAS-150L와 동사의 승압트랜스 VOW Step-Up Transformer입니다.
포노앰프보다 더 저를 설레게 한 승압트랜스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MC카트리지도 되는 포노앰프를 쓰면 되지 왜 굳이 승압트랜스까지 쓰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 분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네. 소리는 나죠. 그냥 소리말입니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게 그냥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건 아니지 않을까요? 더 좋은 소리. 진짜 음악을 듣고자 하는게 "전축질" 아닐까 합니다.
사실 승압트랜스의 절대 강국은 일본입니다. 워낙 아날로그에 강점이 있기도 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제품군과 좋은 제품들이 많은게 사실이죠.
보우에서 승압트랜스를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뭐 남들 다 만드는 그저 그런 제품들 만드나 보다 그랬습니다. 기대를 안 했죠.
국내업체의 승압트랜스. 아마도 대부분 같은 시선으로 보시고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일본 제품에 대한 사대주의도 아니고 막연한 동경은 더더욱 아닙니다. 워낙 좋은 제품들이 많았고, 그에 필적할만한 국내 제작사의 제품은 아쉽게도 못보았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제품의 리뷰를 위해 제품에 대한 제작사의 설명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력 50년이 넘으시는 장인이 직접 코일을 감아서 만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하루에 한 대 밖에 생산 못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나 더. 100만원대의 일본 승압트랜스와 당당히 비교해 달라는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속으로 저는 생각했습니다. 뭐지.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며칠 후.
제 경솔함은 저를 너무도 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100만원대의 일본산 승압트랜스(제품명은 알리지 않겠습니다)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건 가성비가 아니라 완벽한 승압트랜스 그 자체에 가까운 정도의 제품이었으니 말이죠.
잘 만든 승압트랜스를 쓰면 어떻게 좋은지.
어쩌면 저가형 MM/MC일체형 포노를 사용하시면서 만족하시는 분들은 잘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좋은 MC카트리지는 어떤 승압트랜스를 쓰느냐에 따라 정말 엄청난 차이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가형 제품이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승압트랜스에서는 디스토션이 증가하고 노이즈나 험까지 심하게 들리게 됩니다.
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단 소리결에 힘이 없고 맥아리 풀린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도 본 적 있습니다.
"에이, MC카트리지 못 쓰겠구먼. 비싸기만 하고"
웃기자고 쓴 얘기입니다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 그대로 옮겼습니다.
레이싱을 할 스포츠카를 꽉 막힌 시내 공도에 가둬 놓고 잘 달리지도 못하고 별 거 아니네 하는거랑 같으니 말입니다.
모든 승압트랜스에는 기본적인 착색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성능을 보장하다는 전제 하에 좋은 승압트랜스와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의 차이는 이 착색의 정도와 느낌에서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어떤 브랜드가 얼만큼 더 매력적인 착색으로 승부하느냐가 바로 승압트랜스의 본질입니다.
보우 승압트랜스의 느낌은 밝고 화사한 봄날의 착색입니다.
레인지가 더 넓어지고 아날로그 사운드가 줄 수 있는 탱글탱글한 질감이 살아있습니다.
더불어 바늘골에 실려오는 푸근하고 여유있는 입체감은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죠.
어떻게 이 정도 사운드 퀄리티가 가능하지?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보우사의 마진을 줄인 가격 책정과 와싸다의 마케팅이 있어 가능한 부분이 크게 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제품의 완성도를 따져 보면, 50년 이상 경력의 장인이 직접 손으로 감아서 만드는 트랜스와 순도99% 이상의 니켈 하우징에 트랜스를 수납 후 다시 차폐과정을 거치는 3중 차폐과정을 통해 노이즈를 차단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무었보다, 트랜스가 생명인 승압트랜스에서 장인의 혼이 깃든 트랜스를 선보인다는 부분이 가장 고무적일 것입니다.
여기에 각 카트리지마다 다른 임피던스에 맟춰 두개의 언밸런스 출력단을 설계했고,일체형 선재가 아닌 분리형을 채택, 더 성능 좋은 인터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장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몇마디의 글로 좋다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카트리지가 다른 소리를 내어줄 수 있게 만드는 마법같은 제품.
하루에 한대도 겨우 생산한다는 이 제품은 모름지기 대한민국 오디오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명기"로 자리매김할거라 자신합니다.
언젠가 이 제품이 단종되는 날. 중고가 신품보다 높은 가격에 없어서 못 구하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요?
승압트랜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다 보니 포노앰프는 굳이 이야기할 거리가 별로 없네요.
이 정도의 제품을 내놓은 제작사가 만든 포노앰프.
이미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고, 벌써 아시는 분은 다 사용중인 포노앰프.
아래 다른 회원님이 올리신 사용기에서 케이스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어, 그냥 만든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도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쌍삼극관인 12AX7이 두 개가 들어가는 진공관 포노앰프는 다른 무었보다 상품성을 높이는 부분이란 생각입니다.
아날로그에는 진공관이 궁합이 잘 맞죠. 치킨에 맥주가 그러하듯 말입니다.
그러나, 일부 중국에서 만든 진공관 관련 기기들 중 알고보면 진공관은 장식용인 제품도 허다했습니다. 설마 이 제품도 그럴까.
제작사를 통해 직접 들은 바. 12V DC전원으로 300V 이상의 고압플레이트 전원을 만들어 내는 설계를 이끌어 냈다는 부분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별도의 리니어 전원부 없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단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관에 따라 틀려지는 음색을 통한 사용자의 재미는 덤이죠.
어댑터를 통한 전원부 구성이 가능했기에 보다 작은 사이즈의 하우징을 통한 제작이 가능했고 진공관의 발열이 있음에도 나무케이스를 씌울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제 시스템에 들어온 이 제품 두가지는 벌써 제 메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기 가격은 다운그레이드인데 성능은 업그레이드라.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정도의 포노앰프가 30만원 후반대. 승압트랜스는 50만원대.
그야말로 훌륭한 가격입니다. 더군다나 국내 업체에서 만든 made in korea!
일본에 있는오디오파일인 제 친구가 한국에 오면 꼭 들려주고 싶은 소리입니다.
일본에 이 가격으로 이 정도 제품이 있겠냐고. 아니. 일본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이런게 또 있겠냐 묻고 싶습니다.
마무리
저가형 턴을 쓰시고 거기에 포노앰프 내장이 되 있는 제품을 쓰신다면.
MM/MC 다 되는 저가형 포노앰프를 쓰시며 이게 엘피소리다라고 생각해 오셨다면.
단 한 번의 지름으로 포노와 승압트랜스를 평생 가지고 가실 정도로 믿을만한 제품을 원하신다면.
보우사가 내놓은 이 두가지 아날로그 사운드의 결정판. 포노앰프와 승압트랜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승압트랜스와 포노앰프로 훗날 사람들에게 각인될 이 제품들의 리뷰를 쓴다는건 제게 행운이었습니다.
아날로그의 향수를 사랑하신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 믿습니다.
상기 리뷰는 리뷰 작성을 위해 와싸다에서 제공하여 대여 청취한 제품을 기반으로,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진솔하게 작성되었습니다.
VOW MC 승압 트랜스 (VOW Step-Up Transformer) 제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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