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 리뷰는 리뷰 작성을 위해 와싸다에서 제공하여 대여 청취한 제품을 기반으로,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진솔하게 작성되었습니다.)
AVR 2801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6년 전에 만났던 데논 리시버는 스피커가 몸집을 불려갈 때마다 뒤질 새라 몸집을 불려가며 거실 중앙을 자리잡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데논 특유의 매뉴얼
제품과 시장을 분석하는 마케팅이 천직이라 하나에 꽂히면 수직으로 지구 핵까지 파고 들었고 (당시 홈씨어터 열풍이어서) 계절마다 쏟아지는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사들였다.
마지막까지 거실을 울려준 것은 데논이었다. 경량급에서야 막판 12라운드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초중량급에서는 1라운드 첫 펀치를 날리는 순간에 승자를 알 수 있다. 모 회사의 괴물 리시버는 경량급 펀치였던 반면에 데논 A1XVA는 첫 소리부터 타이슨급이었다.
홈씨어터를 접을 때까지 거실을 떠나지 않았던 괴물 리시버 A1XVA
이런 소리하면 연식이 탄로나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오목이나 상대하던 인공지능이 최고수를 압도하더니만 이제는 리시버 하나가 별 짓을 다한다. 영화관을 거실로 옮겨 놓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와 DTS:X는 당연하고 1080P를 4K로 업스케일링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 역할까지 한다.
그래서 AVR-X2300W를 인티그레이티드 네트워크 리시버라고 부른다.
기능이 많으면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무척 친절하니까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스피커 +/- 연결이 두려운 아날로그 박치이거나 네트워크는 다단계 판매로 아는 디지털 박치도 잠깐만 고생하면 저녁시간 가족과 함께 영화 한 편을 근사하게 즐길 수 있다. 한 두 번 속은 것이 아니라고?
리시버를 상자에서 꺼내는 시간 그리고 스피커 위치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리시버를 꺼내면 전면에 이렇게 요란한 자랑을 붙여 놓았는데… 이미 구입한 사람에게 뭘 또 그렇게 자랑하는지… 어쨌든 설치 도우미Setup Assistant라는 기능이 있다. 거기에 GUI라고 한다. 어린이여러분 아니 고객여러분 이제부터 따라하시는거예요! 알아죠? 라는 소리다.
일단 상자 밑바닥에 있는 스피커선 구분연결용 스티커를 꺼낸 후에
리시버를 TV와 연결하면 이런 안내가 우리를 반긴다.
AVR-X2300W가 화면에 보여주는 대로 연결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경력이 좀 되는 분은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 스피커를 연결한다고? 정신나간 것 아니야?’하실 텐데,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매뉴얼부터 읽어보는 것이 좋다. AVR-X2300W는 설치 도우미를 실행하는 동안에는 단자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이 녀석 참 마음에 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왠만한 경험자도 쉽지 않은 스피커 설정도 AVR-X2300W가 알아서 다 해준다. 이제는 웬만한 리시버의 기본이 된 자동설정 마이크 오디세이Audyssey를 자신의 귀높이로 맞추고 6개 자리에서 스피커 설정을 하면 된다. 혼자서만 좋은 소리 듣지 말고 가족도 생각하라는 소리다.
스피커와 공간의 밸런스는 알아서 다 해주니까 이 녀석에게 맡기면 된다.
(크롬에서는 사진회전이 안되는군요.)
보통은 오디세이로 설정한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만 영화의 한계, 특히 한국영화의 태생적인 한계때문에 센터스피커만큼은 따로 손 봐주어야 할 때가 많다. 동시녹음을 선호하는 한국영화는 상영관에서도 대사가 안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고질라 리시버에 고질라 센터까지 사용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센터스피커에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오디오 설정의 ‘크게 좀 말해주세요Dialog Level Adjust’를 켜고 센터스피커의 출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아날로그 박치의 두려움은 모두 사라졌을테고 이제 디지털 박치를 위한 기능을 보도록 하자.
잡은 물고기를 위한 자랑을 다시 보면 ‘네트워크 연결 맡겨주세요’라는 자랑이 보인다.
유선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와이파이,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로 내 PC의 콘텐츠는 물론이고 지구 반대편의 인터넷 라디오도 즐길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구입하느니 약간만 더 보태서 AVR-X2300W를 사겠다’는 순간이다.
데논의 수 많은 자랑 중 마지막으로 차세대 음향만큼은 봐주도록 하자. 16년 전부터 차세대는 리시버의 단골 수식어였는데 최근에야 사골이 아닌 진심이 되었다.
천정에 스피커를 추가하거나 반사 스피커를 추가하면 국내 몇 군데 없는 애트모스 상영관을 찾을 필요가 없다.
돌비 애트모스 콘텐츠가 없는데 낚시질하지 말라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요즘 PC방을 점령하고 있는 오버워치도 돌비 애트모스에서 즐기라고 자랑하는 판이다.
DTS:X 지원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AVR-X2300W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신형 리시버가 아직 DTS:X를 지원하지 않는데 조만간 펌웨어 업데이트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다려보자.
데논이 자랑하는 것의 20%도 설명하지 못했는데 날이 저물 판이다. 나머지는 사용자의 몫으로 넘기고 민낯을 확인해보자.
괴물 리시버를 자랑할 때마다 반지의 제왕 펠렌노르 전투를 즐겼었는데 AVR-X2300W에서는 호빗 에레보르 전투가 제 맛이다.
엘프의 화살 소리와 쇠뇌가 격돌하고 드워프의 산양발굽이 지축을 울리는 장면을 눈감고 즐겨도 될 정도로 제대로 전달해준다. 이 영화의 전투장면은 상당히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어서 어설픈 시스템에서는 과도한 저음의 홍수에 휩쓸리거나 김종국의 저음이 될 수 있는데, AVR-X2300W는 단단한 저음과 선명한 고음을 균형있게 잘 전달한다.
(물론 스피커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지만) 오크의 땅벌레가 등장할 때에는 우퍼에 모든 힘을 밀어주며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우퍼를 울리다가 아껴 두었던 힘을 한 방에 터트려주어서 눈으로 느끼는 공포감이 배가 된다.
오크 아조그가 기세를 울릴 때에 퍼지는 튜바(?) 소리를 함께 즐길 수 없어서 안타깝다.
영화는 태생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발군인데 스테레오 음감은 어떨까?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하면 리시버만 즐긴 사용자라면 나무랄 데가 없지만 대안과 비교하는 사용자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Ed Sheeran의 Don’t와 I See Fire를 들어보자.
Don’t의 흥겨운 저음부터 I See Fire의 애절한 보컬과 스트링까지 무난하게 전달한다. 영화가 60%이고 음감이 40%인 사용자에게는 어쿠스틱을 음미하거나 힙합 어깨춤을 추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이파이를 즐겼던 사용자라면 상대적으로 약간 느슨한 저음, 무딘 고음, 어수선한 무대가 느껴지겠지만 AVR-X2300W의 용도나 가격을 생각하면 지나친 요구다.
이쯤 되면 ‘한 두 번 속나’했던 의구심이 더 깊어진 사람도 있을텐데 AVR-X2300W는 가격과 성능을 모두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데논의 주력모델이라 트집잡을 거리가 거의 없다.
스피커 연결단자를 고급으로 교체해 주었으면 하는 정도가 리뷰 중 유일한 불만이었다. 가지고 있던 구렁이 그대로 사용했더니 단자가 뽑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양새가 불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X5200W부터 사용하는 고급단자는 가격이 높아질테고 어차피 구렁이를 사용할 사용자도 없을 테니 그냥 필자만의 불만이다.
혹시나 필자만 칭찬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왓하이파이의 평가를 찾아봤더니
왓하이파이도 필자의 칭찬에 공감하고 있고 앱 기능이 안 좋다는 단점 하나만 억지로 꼽고 있다. 데논은 Denon 2016 AVR Remote 앱을 제공하고 있는데 경쟁사의 앱에 비해 기능과 편의성 모두 한참 뒤떨어진다.
주거공간이 독립된 외국의 경우에는 컨트롤 앱이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한국에서는 리모컨만으로도 충분해서 단점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