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www.tourmall.com
북한에서 벌이고 있는 소위 '아리랑 축전'에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방북단이 몰려가고 있답니다. 남북화해, 협력과 교류라는 큰 덩어리의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교류사업 등은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정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 합목적성이나 효율성, 경제성 등을 충분히 따져보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옳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아리랑 축전'이란 행사에 동원되는 남한 관광객들로부터 북한당국이 거둬들이는
1인당 150달러의 관람료와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불했을 달러들... 안팎으로 퍼다날라주는 대규모 외화가 어떤 식으로 쓰여질 지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관광객 모집을 대행하고 있는 모 여행사의 모집광고에 따르면 이번
아리랑축전 관광은 1박2일 일정에 참가비가 무려 110만원이랍니다. 기껏 평양가서 옥류관 냉면 한 그릇 먹고, 1시간20분짜리 아리랑 공연보고, 주체탑인지 관람하고 금강산판매소(? 뭣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금강산 관련상품을 판매하는 곳인 모양입니다) 가서 쇼핑하고 오는 데 드는 비용이랍니다.
물론, 그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써서라도 ‘평양’을 가보겠다는 일반관광객들도 계시긴 하겠지만... 아래 기사에 나온 바와 같이 대규모로 방북키로 예정되어 있다는
대부분의 단체관광객 - 22개의 이름도 요상한 무슨무슨 ‘시민단체(?)’들이 비행기타고 평양 한 번 나들이 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혹시라도 눈먼 세금이 지원되고 있는 것 아닌지 정밀하게 따져봐야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방북단이며, 이를 빌미로 김정일이에게 퍼다주는 달러가 어디서 나온 돈인지 말이죠.
무엇보다 가슴아픈 것은, 외화벌이를 위해 수 개월동안 동원되어 기계적일 정도로 일사불란한 '예술작품'을 연출한 수많은 어린 학생들과 북한주민들... 그런 강제동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관계자의 멘트이며, 그런 인민들의 피땀으로 긁어들인 달러가 누구 주머니로 흘러들어갈지를 생각해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그 축전인지 공연이 주장하는 바는 안봐도 답이 나옵니다. 허울좋은 체제선전, 김일성-김정일 찬양일색의 주제를 빛내주려는 듯이 미제와 반동국방군을 처부수는 용맹한 인민군의 모습... 능라도경기장을 울려퍼지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함께 장엄한 막이 내리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얼치기스러운 대다수의 남한 관광객들의 모습... 안봐도 비디오네요.
설마하니 제가... 대한민국의 체제와 이념의 우월성으로 단단히 무장한 우리 관광단이 이런 시대착오적 공연에 (혹은 영화 한편 따위에) 휩쓸릴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레 짐작같은건 안하시겠죠??
________________
현재 방북 예상인원은 22개 시민ㆍ사회단체 소속 회원을 비롯해 일반인 9,260명. 가장 많은 4,700여명 규모의 방북단을 꾸리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는 전국 각 지부 단위로 이미 4,000~5,000여명을 모집한 상태다. 이들은 26일 300여명이 방북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15일까지 매일 250~300명씩(1박2일 일정) 떠나 아리랑축전 관람, 대북지원사업 모니터링, 평양 역사유적 답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략)
이밖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도 100~1,000명 규모의 방북단을 모집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계속 개별 신청을 하고 있어 방북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외화벌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윤창현 사무총장은 “ 아리랑축전이 매력적이고 독특할 수도 있으나 ‘건강한’ 관광상품인지는 의문”이라며 “북한의 상술에 휘둘리는 것보다 차라리 북한주민 돕기 모금운동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______________________
아래는 중앙일보 현지취재 기사입니다.
3일 오후 8시 5월1일 경기장. 20여 대의 버스에서 물밀듯이 내린 남한 단체 관광객들을 북한 판매원들이 맞았다. 2달러짜리 공연 팸플릿을 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 DVD와 VTR테이프도 15달러 안팎에 팔렸다. 경기장 앞 광장에는 대동강 생맥주와 고기겹빵(햄버거).피자 등을 파는 야시장 형태의 매대가 30여 개나 설치됐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남한 관광객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북한 국제관광여행사 안내원을 따라나선 중국 관광객들 수백 명도 눈에 띄었다.
대낮같이 불을 밝힌 관람석으로 들어서던 남한 관광객 사이에서는'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정말 대단하구먼'하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15만 명을 수용한다는 관람석 맞은편 스탠드에서 2만 명의 13~14세 학생들이 펼치는 카드섹션이 벌어졌다. 함성을 질러가며 형형색색의 카드를 바꿔가는 모습에 남측 손님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북측 안내원 장철군씨는 "2만 명 학생이 5월 중순부터 오전 공부만 마치고 밤 늦게까지 연습해 만든 예술작품"이라며 자랑했다. 600여 명의 남한 관광객은 대부분 150달러(16만원)를 받는 1등석에 앉았고, 양 옆과 2층은 주민들로 채워졌다. 여성 안내원 최수경씨는 "매일 600~700명의 남측 관광객이 오시기 때문이 지내(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하루 저녁에 남쪽으로부터만 9만 달러 정도를 입장료로 챙기는 셈이다.
광복 60주년에 맞춰 8월 16일 시작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답게 아리랑은 웅장한 스케일과 일사불란함으로 관중을 압도했다. 특히 외국 관광객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장 중 '활짝 웃어라'편에 등장한 8살 안팎의 2000여 명 남녀 아이들은 고무튜브.줄넘기 등을 이용해 곡예 수준의 율동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풀과 고기를 바꾸자(염소 사육)' 등 농축산업과 '21세기 정보산업 시대'를 강조하는 카드섹션도 등장했다. 특히 '과학기술'이란 글자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그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4장 통일아리랑에서는 1000여 명 무용수가 한반도 형상을 만들고 카드섹션에 부산~신의주 간 열차 모습이 나오자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그렇지만 공연 곳곳에 체제 찬양과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수령님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이 산하' 등 문구가 빈번히 등장했다. 아이들 공연도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카드섹션과 아우성으로 맺어졌다.
특히 2장 선군 아리랑의 '인민의 군대'에는 북한군 3000여 명의 총검술과 격술(격투기) 장면이 선보였다.
대검을 꽂은 총을 일사불란하게 휘두르며 떠나갈 듯 악을 써대자 남한 관광객들은 섬뜩해 하는 분위기였다. 3명의 북한군이 한국군 구형 전투복 차림의 가상 '적군' 30여 명을 때려눕히는 격술 시범도 보였다. 북측 관계자는 "모두가 진짜 조선인민군인들"이라고 귀띔했다. 3년 전 첫 아리랑 공연 때 정부 판단에 따라 남측 방문객의 공연 관람을 사실상 불허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던 문제 장면이다. 정부는 이번엔 별다른 제한을 안 했다.
1시간20분간의 공연은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국…아 그 이름 빛나는 김일성 장군'이란 김일성 장군의 노래로 막을 내렸다. 상당수 남측 관광객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어정쩡해하거나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반응은 갈렸다. "북한만이 할 수 있는 정말 대단한 공연"이란 평가와 함께 "살아있는 반공교육" "동원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후략)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