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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오디오의 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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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7:4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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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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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오디오의 관계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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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환 [가입일자 : 2015-01-2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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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디오쇼에 갈 때마다 일본 스테레오사운드 및 기타 관련지를 구입하는 편인데, 그 리뷰나 기사들을 볼 때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하이파이에 대한 저력과 역사가 우리나라와는 한참 격이 다른 차원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랄까요, 그저 이곳 저곳에서 좋다고 하는 내로라 하는 장비들을 귀동냥으로 사 모아서 오합지졸 식으로 전시(?)해 두고 정작 본인은 제대로 그 시스템의 음악을 즐기지도 못하고 그 시스템의 잠재력(potential)을 최대치로 끌어내지도 못한 채 주변인들의 피상적인 인정에 스스로 자위하고 마는 그런 천박함이 전혀 엿보이지 않더라는 점입니다.
리뷰어들 역시, 한결같이 어떤 특정 기기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찬양일색의 논조를 가진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의 궤적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이에 걸맞춰 기기를 평가함으로써, 리뷰어들 사이에서도 특정 제품의 선호도와 점수(rating)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취향과 나의 환경에서 아주 흡족한 결과를 보여주는 장비가 다른 이에게는 그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소리가 단정하고 해상도가 높고 심지가 곧다는 식의 평가는, 어떤 사람이 보기에 따라서는, 소리가 메마르고 앙상하며 윤기가 부족하다고 이해될 소지도 분명히 있는 것인데, 리뷰어들의 생계와 잡지의 수입원이 공급사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척박한 현실에서 이러한 트렌드의 개선은 아직 요원해 보이는 것이죠.
정말, 어떤 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면, 단순히 세계 일류제품에 등재되는 재벌그룹의 몇 가지 아이템 가지고 그런 지위를 넘보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사회 저변의 전반적인 분야가 골고루 동반 상승하여야만 그것이 이루어 질 수 있겠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 등 몹쓸 취미에 모두 관심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보니, 아주 보잘 것 없는 잇점도 있기는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 간단히 기술하여 보고자 합니다.
크게 스피커와 앰프+소스기로 하이파이 시스템을 나눠 볼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에 비하자면, 각각 차체와 구동계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자동차를 택하는 성향에 있어서 미국, 유럽, 한국이 조금 다른 경향을 보이는데,
유럽의 경우는, 구동계가 차체를 이길 수 있는 선택을 하는 편이어서 대부분 차체에 비해 구동계가 강한 편입니다.
우리나라 중형급 사이즈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나 베엠베만 봐도 현대기아의 소나타보다 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구동계의 퍼포먼스는 한국의 그것을 압도적으로 능가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워낙 나라가 크다 보니 경제적인 실속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핏줄속에 흐르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차체가 우선적으로 큰 것을 선호하는 입장입니다. 그 대신 그 만큼 크게 선택한 차체를 충분히 구동시킬 수 있는 배기량과 출력을 가진 엔진을 마운팅해서 출시를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위의 상황과 조금 다릅니다.
체면과 위신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북미형의 큰 차체를 선호를 하지만, 정작 구동계는 그 차체를 겨우 구동시킬 정도의 엔진을 커플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소나타의 차체에 2,000 cc의 엔진을 달고 온 가족이 피크닉을 가는 셈이지요.
미국 같으면, 에쿠스 크기 정도의 차체에 3,800 ~ 4,800cc 정도의 구동계를 커플링 해서 운용을 하구요.
유럽 같으면, 소나타 크기의 차체라면, 3,000cc 급 이상을 마운팅해서 넉넉하게 차를 구동시키지요.
즉, 미국은 차도 크고 엔진도 충분한 스펙으로 운용하며, 유럽은 차는 아담하지만, 구동력이 충분한 엔진으로 드라이브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는 크지만 엔진은 소심한(?) 레벨로 달아 놓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 다운사이징의 추세가 선도적으로 업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더 적은 배기량으로 이전 버전보다 강력하거나 비슷한 출력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취지이지, 엔진의 물리적 크기를 줄이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셔야 하겠습니다.]
이를 오디오에 적용하여 보면,
유럽의 경우는 스피커와 앰프&소스기 사이의 퍼포먼스 균형을 중시하여 실용적인 사이즈의 장비에 충분한 구동력을 투입/적용한다면,
미국의 경우는 넓다란 면적의 호방한 분위기의 거실에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큰 스피커(예: 클립쉬)를 운용하여 사운드가 넓은 공간을 채워 줄 수 있도록 강력한 구동력을 가진 큼지막한 크기의 앰프를 사용하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스피커가 주는 인상이 전체 오디오의 이미지를 지배한다는 점에 이끌려서 우선 스피커에 전체 가용예산의 대부분을 할당하고, 남은 돈으로 앰프와 소스기를 적절한 수준(?)으로 구비하고 나서 제대로 스피커를 구동하지 못하고 계속 바꿈질을 하는 충동을 느끼면서 오디오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최고의 평가를 얻고 있는 QUAD사의 스피커가 왜 한국에서는 캐슬 스피커보다도 형편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서 800만원에 가까운 네임 시스템에 물려 보았습니다.
여기서는 QUAD 11L 시리즈가 저음이 퍼지고, 고음이 깽깽거리고 해상도가 낮으며 텁텁한 소리가 나서 그저 저렴한 입문형 스피커로 거쳐갈 만한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데요....
전혀요!
정말 한국의 4평 내외의 거실에서 쿼드 스피커의 성능을 100%에 가깝게 추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해 주지 않은 탓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저렴한 입문형 앰프를 걸어 두고 그런 평가를 내린 것일 수도 있지요.
그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왜 감당하지 못할 스펙과 사이즈를 가진 스피커를 모셔 두고, 겨우 울릴 수 있을까 말까 할 만한 앰프를 가지고 이리 꽂아 보고 저리 연결해 보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저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시승기에 종종 언급되는 표현 중에,
우리나라 자동차는 엔진이 하체를 이기지 못하고, 독일산 자동차는 엔진이 하체를 완전히 장악한다는 표현의 평가가 있습니다.
우리는 스피커를 제대로 이기는 앰프를 사는 것은, 필요 이상의 예산을 앰프에 낭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어떤 청음기를 보고 나서 그 뒤에 뒤따르는 청음기는 최초의 prototype 청음기의 평가를 재확인하고 반복하는 선에서 단순히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문서의 수를 늘려 주는 내용이 항상 뒤따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제가 쿼드를 옹호하려고 쓰는 글이 아닌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문화, 정서, 성정과 외모가 비슷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쿼드 스피커에 대한 평가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에는, 혹시 그 쿼드를 평가한 "구동계"에 대한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그것이 우리나라가 가진 자동차에 대한 사용 패턴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논증하려는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형편 없는 궤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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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환 |
2016-04-26 00: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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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분야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garbage in, garbage out" [garbage: 쓰레기]
제가 유럽 사람 전체를 인터뷰해 본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유럽은 소스가 좋아야, 스피커에서 나오는 최종 산출물이 좋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저가형 소스기와 앰프에다가 비싼 스피커를 붙여 두고, 스피커를 마구 폄훼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PMC 스피커 제가 3가지 사용해 봤고 그 중 하나는 지금도 남겨 두었는데, 정말 엄청난 스피커입니다. 오디오쇼에서는 뭐 최고의 만족감을 준 스피커 중에 하나구요.
그런데, 저음이 없고, 깽깽댄다는 부당한(?) 평가의 대표적인 희생양입니다.
영국의 평균적인 단촐한 가정집에서 풍성한 저음보다는 완벽한(?) 저음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 제작된 사이즈의 스피커입니다.
근데, 1,000만원이 넘어가는 Fact 시리즈도 야마하나 AV 스피커보다도 "뽀대"가 약하다 보니, 오디오를 외모로 평가하지 않으시는 분들에게 말고는 어필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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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지적들이십니다.
제 글의 취지가 전체 한국인에 대한 매도를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렇게 비춰졌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한국인인데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스피커를 드라이브한다는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은, 단순히 우퍼를 앞뒤로 힘차게 흔들어 대는 물리적인 의미의 구동이 아니라는 것은 행간의 의미를 읽으신다면 충분히 가늠하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스피커를 평가할 만한 충분한 노력을 하고, 그 스피커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라는 점이지요.
소개팅에서 한 두번, 연말 모임에서 한 두번 만난 것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아주 쉽게 재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요.
예컨대, 우리가 미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되어 그곳에서 경험하는 사례나, 만나게 되는 사람은 전미 인구 3억 3천만명에 비교하면 극미량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심심찮게 미국[전체]에 대해 평가하는 글을 쓰고, 읽고, 듣고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듣고, 귀하의 평가나 감상이 전체 미국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인가를 논증하라고 요구하게 되면 서로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Ruth Benedict는 "국화와 칼"이라는 명저를 남겼는데, 일본에 전혀 가 본적도 없이 저작한 책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하신다면 역시 죄송하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쓰는 글이 전체 한국인의 하이파이 생활에 대해 실태조사나 전수조사를 거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한국인 전체가 그러하다는 단정을 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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